[이채원의 북 칼럼]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

올해 고등학생이 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 중 하나는 어서 꿈을 찾으라는 말이었다. 이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말했더니 다들 입이 삐죽 나왔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도 잘 모르겠는데 어떻게 꿈을 찾아?"

"난 내가 잘하는 게 있는지도 모르겠어."

"과연 이 세상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다들 걱정이 많다며 난감하다는 의사를 표했다. 내 진로에 대한 나의 마음은 내 친구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계속 망설여지고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머리가 아파지는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 와중에 나는 우연히 한 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 책 제목은 바로 '항아리'였다. 마음을 울리는 시들로 유명한 정호승 시인이 쓴 단편소설이었는데 이 짧은 소설이 내 마음을 울렸다.

 

 

이 책의 주인공은 버려진 항아리다. 이 항아리는 가업을 잇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한 젊은이의 첫 작품이었으나 젊은이는 항아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방치해둔다. 항아리는 가마 밖에서 나와서 기뻤으나 자신이 쓸모없다는 생각에 계속 우울해지고 오줌독으로 여겨지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다. 그러나 자신이 쓸모 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던 어느 날, 폐허가 된 가마터에 절이 지어지기 시작하면서 한 스님이 항아리를 발견하게 된다. 스님은 항아리를 보고 기뻐하면서 범종의 명동 역할로 이 항아리를 쓰면 참 좋겠다며 항아리를 종 아래에 둔다. 항아리는 자신이 쓸모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닫고 종소리를 더 오래 머물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어쩌면 우리는 이 항아리와 같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무엇이 될지 잘 모르는, 자신에 대한 확신이 아직 없는 사람들. 이 이야기를 읽고 나는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는 없으며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으면 이루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은 나와 같이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점점 자신감을 잃고 있는 친구들을 위한 책인 것 같다. 친구들이 소설 '항아리'를 통해 자신감을 되찾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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