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글날을 빛내준 7가지 명장면

 

지난 10월 9일은 573돌을 맞은 한글날이었다.

훈민정음 창제를 기념하는 뜻깊은 날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냥 공휴일, 빨간날로 여겨졌을 것이다.

나 또한 중간고사 기간중 하루 쉬는 날 정도로 여겼다. 그런데 그날 휴대폰에서 신기한 이벤트를 봤다.

유명 영화관이 개최하는 깜짝 한글날 이벤트였는데 신기하기도 했고 신선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궁금하기도 했다. 한글날을 기념해서 전국 곳곳에서는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시험이 끝난뒤 나는 포털사이트 뉴스검색을 통해 올해 한글날에 벌어진 의미있는 일들을 모아봤고 그 가운데 일곱가지 명장면을 추려봤다.

 

하나, MBC가 아니라 '문화방송'

 

한글날 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화면이 어딘지 좀 이상했다. 자세히 봤더니 화면 상단에 표시되던 'MBC'라는 자막이 '문화방송'이라는 한글로 표기되어 있었다. MBC는 한글날을 맞아 이날 하루 모든 프로그램 자막에 MBC가 아닌 '문화방송'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지난해 한글날에 처음으로 이런 시도를 해봤더니 "재미있다” “새롭다” 는 시청자 호응이 쏟아져 올해에도 변화를 줬다고 한다. 작은 변화이지만, 한글을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좋은 시도같다.

둘, 메가박스가 아니라 '대형상자'

 


대표적인 영화관인 메가박스가 한글날을 맞아 '프사'라고 하는 SNS 프로필 사진을 바꿨다. '대형상자'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이 깜찍한 시도는 우리가 은연중에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는 영어식 상표나 간판이 참 많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 이렇게 우리말로 바꿀 수도 있음을 알려준다. 쉽지는 않지만 의외로 재미있다는 것도.
 

셋, 농구장에서는 '디펜스'가 아닌 '막아라'

창원에서 벌어진 프로농구 창원 LG 대 서울 SK의 경기에서는 홈팀인 LG가 한글날을 기념해 전광판에 한글로 LG 구단 이름을 한글로 '창원엘지세이커스'라고 새겼다. 세종대왕님의 이미지와 함께.

 

응원을 지휘하는 LG의 치어리더들은 경기 중에 '가나다송' 공연을 펼쳤다고 한다. 응원단장은 선수들에게 수비를 잘하라는 뜻으로 응원하던 ‘디펜스’라는 구호 대신 ‘막아라’ 라는 한글 구호로 응원을 유도했고 관중들도 즐거운 표정으로 '막아라'를 연호했다고 한다. 전반전이 끝나고 휴식시간을 이용해서 농구코트 위에서는 ‘천하장사 한글왕’이라는 관중 참여 행사가 진행되었고 장내 아나운서는 “1쿼터 동안 영어를 쓰지 않고 중계할테니 만일 영어를 쓰면 벌칙을 받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아나운서 자신도 모르게 ‘프리드로우 투샷’이라는 영어가 튀어나와 관중들이 벌칙을 기대하기도 했다는...

넷, 연예인들의 손글씨 열풍

 

 

한글날 연예인들의 손글씨 열풍도 뜨거웠다. 배우 전소민은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한글날 특집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우승자에게 특전으로 주어지는 자신의 손글씨체를 만들어 한글날 무료로 시청자들에게 배포했다.일명 ‘런닝맨 전소민체’였는데 배포가 시작되자마자 27만여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고 한다. 걸그룹 에이핑크의 초롱도 한글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손글씨체인 ‘롱롱체’를 공개했다. 자신의 이름인 박초롱도 한글이름이라고 쓴 초롱은 한글날을 맞아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글꼴을 만들어보자고 독려했다.걸그룹 씨스타 출신의 가수 소유도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손글씨체를 공개했고, 그룹 몬스타엑스의 민혁과 아이엠도 소속사 SNS 채널을 통해 한글날 특별한 손글씨 폰트 이미지를 공개했다.

다섯, 고등학생의 한글날 삼행시

한글날을 앞두고 전국 곳곳의 학교들에서는 다양한 교육과 행사들이 열렸는데 그 중 인상적인 것은 전남 광주의 사례다. 광주의 서강고등학교는 한글날을 앞두고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훈민정음의 창제원리와 세종대왕, 한글날 역사 등을 담은 한글 역사 전시회를 개최했다. 또 학생들이 참여하는 한글날 삼행시 대회도 열었는데, 상을 받은 10건 중 언론에 소개된 3학년 김유빈 학생의 삼행시가 인상적이었다.

한 : 한글자 한글자
글 : 글을 백성들이 쉽게 익혀 쓸 수 있도록
날 : 날을 새며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

 

여섯, 한글학교 어르신들의 우리말 퀴즈

그 옛날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만드신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는 누구나, 모든 백성들이 손쉽게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하여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평생을 문맹자로 살면서 글을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했던 어르신들이 되늦게 한글을 배우고 있는 '한글교실'에서는 한글날을 어떻게 맞이했을까? 경남 진주에 있는 남강댐효나눔복지센터에서는 한글교실에 다니는 수십명의 어르신들이 한데 모여 '우리말 겨루기' 행사를 가졌다고 한다. 도전 골든벨처럼 어르신들이 스케치북에 매직으로 한글에 대한 정답을 쓰고 머리위로 들어올리는 재미난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응원석에서는 다른 어르신들이 피켓과 풍선을 손에 쥐고 큰 목소리로 격려의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일곱, 베트남 대학생들의 한글날 축제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는 한글날을 맞아 베트남 대학생들 무려 5천여명이 모여 '한글날 축제'를 가졌다고 한다. 우리가 영어 배우려고 노력하듯 베트남에서는 한국어 배우기 열풍이 정착되었다고 하는데 베트남 전국의 대학교 한국학과에 다니는 학생들, 한국어를 가르치는 세종학당 등의 교육기관 수강생들이 한데 모여 한국어 퀴즈대회와 장기자랑을 했다. 특히 개회식에서는 BTS의 '피 땀 눈물'에 맞춰 태권무를 선보이는 베트남 태권도 팀의 공연이 큰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이 자리에 참석한 많은 베트남 대학생들은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해 한국에서도 공부하고 양국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소감을 기자에게 말했다는데, 세종대왕님이 이 모습을 보면 얼마나 흐뭇해하실지 상상해봤다.

"사람마다 하여금 쉬이 익혀 날마다 씀에 편안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다."
(훈민정음 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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