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진의 심리칼럼3]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가요

강한 존재감의 부정적 효과

주변을 둘러보면 특별히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람이 있고, 존재감이 그다지 없는 사람도 있다. 그중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람은 관심과 권력을 자신에게로 집중 시켜 주변 사람보다 자신을 더 빛나게 만든다. 그러나 이렇게 강한 존재감이 항상 좋은 것일까? 무엇이든 너무 지나치면 독이 되듯이 강한 존재감 또한 너무 강해서 역효과가 나는 지점이 생긴다. 나폴레옹은 이 법칙에 대해 “내가 만약 극장에서 자주 보이면, 사람들은 나에게 주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폴레옹은 유명하고 특별한 사람이다 보니 그렇게 강한 존재감을 가진 사람이 극장과 같이 평범하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엄청난 관심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사람들은 나폴레옹을 극장에서 마주치는 것을 당연시하며 나폴레옹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이를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분야는 ‘사랑’ 문제이다. 만약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갑자기 오늘따라 안 보인다고 생각해보자. 그런 상황에서는 보통 ‘그 사람(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갔지? 무슨 일이 생겼나? 보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즉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는 당신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어떤 기운을 자아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운이 똑같은 크기로 항상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당신이 상대방에 대해 너무 많이 알게 되어 상대방에 대한 호기심이나 상상력이 돌아다닐 공간이 없으면 사라진다. 결국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누구와도 마찬가지인 사람, 존재가 당연시되는 사람이 된다. 한마디로 사랑의 감정이 식게 된다는 것이다.

 

사랑의 감정이 식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당신이 상대방에게 당신이 가까이 있길 바라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가끔 사라질 필요가 있다는 것인데, 당신의 진가를 깨닫지 못하면 당신을 잃을 가능성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완전히 사라질 필요는 없다.

 

 

강한 존재감의 역효과와 예방 방법에 대한 이해를 도울 재미있는 동화책이 하나 있다. 바로 앤서니 브라운 작가의 ‘돼지책’이다. 돼지책의 주인공은 아빠, 엄마 그리고 아들 2명이다. 이 책에서 엄마는 워킹맘이라 바쁜데도 불구하고 아빠와 아들은 엄마에게 ‘밥 달라, 옷 뭐 입냐’ 등등 엄마에게 이것저것 해달라며 모든 집안일을 엄마에게만 맡겨버린다. 자기 일과 빨래, 청소, 요리 등등 모든 집안일, 남편과 자식들 신경 쓰기에 지친 엄마는 ‘너희들은 돼지야!’라는 메모만 남긴 채로 집을 가출한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엄마’가 가족에게 너무 강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다가 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엄마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기는 부정적인 역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는 자신의 소중함을 남은 가족에게 일깨워주기 위해 집을 나간 것이다. 당연히 엄마가 없는 집은 엉망진창이 되었고, 아빠와 아들들은 엄마의 소중함을 점차 깨닫기 시작한다. 며칠이 흐른 후 엄마는 다시 집에 돌아왔고 아빠와 아들들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으며 그 이후로는 엄마가 같이 집안일을 도맡아 하며 행복해졌다는 결말의 동화책이다. 엄마가 돌아왔다는 내용은 위에서 설명했듯이 당신의 진가를 상대방에게 알려주기 위해 사라지되, 완전히 사라질 필요는 없다는 것과 일치한다.

 

 

강한 존재감이 이전의 사이를 더 안 좋게 악화시킬 수도 더 돈독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런 일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상대방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그것을 충분히 표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서로 좋다는 말만 하기도 부족한 시간인데 괜히 서로 신경 쓰고 맘 상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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