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성의 과학 칼럼 7] 형제를 치료하기 위해 태어난 아기, 맞춤아기

생명공학기술 '착상전 유전자 진단'을 중심으로

다음은 책 <하리하라의 바이오 사이언스>에서 발췌한 부분이다.

 

13살 난 어린 소녀 알리시아가 납치되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를 한 알라시아의 언니는 동생을 납치한 범인은 수염을 기른 흑인 남성이라고 주장한다. 그녀가 지목한 사람은 이미 아동성추행 전적이 있는 성범죄자. 경찰은 그가 범인이라고 확신하지만 용의자는 자신의 범행을 완강히 부인한다. 결국 수사 과정에서 알리바이가 입증돼 무죄로 밝혀지고 수사는 다시 미궁으로 빠진다

 

그러던 중에 알리시아가 죽은 채로 발견되고 CSI 팀은 그녀의 사인을 밝혀내기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닌다. 그런데 검사 결과 알리시아가 난치병에 걸린 오빠 다니엘을 위해 세살 때부터 헌혈과 골수 채취를 해 왔다는 것이 밝혀진다. 다니엘은 아직 병에 완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범인은 알리시아만 죽게 한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해 다니엘까지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다. CSI팀은 알리시아를 감싸고 있던 담요에서 혈흔을 찾아내고 DNA 분석을 시도하지만, 뜻밖에도 이는 알리시아의 혈액으로 밝혀진다. 그런데 알리시아의 사체에는 피가 날 만한 상처가 없었다. 알리시아의 피가 알리시아의 몸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사실에 수사는 점점 더 난관에 부딪힌다.

 

- CSI 라스베가스 시즌5의 에피소드 중에서 -

 

이 드라마 속 알리시아는 오빠인 다니엘의 난치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태어나 계속 자신의 피, 골수, 신장 등을 줘야만 하는 일명 맞춤아기이다. ‘맞춤아기란 생명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나타난 새로운 형태의 아기로, 희귀 혈액질환이나 암 등을 앓고 있는 자녀를 치료하는 데 이용할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시험관 수정기술을 통해 질환 자녀의 세포조직과 완전히 일치하는 특정배아를 가려내 이 가운데 질병 유전자가 없는 정상적인 배아를 골라 탄생시킨 아기를 말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맞춤아기 [designer baby] (두산백과) 이때 사용되는 기술은 착상전 유전자 진단이라는 방법이다

 

 

 

 

이 기술은 실제로 유전질환이 유전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다. 먼저 보통의 시험관 아기 시술처럼 엄마의 난자와 아빠의 정자를 채취해 시험관에서 수정시키고 배양한 다음, 초기단계 인공수정 배아에서 세포를 채취한다. 그런 다음 DNA를 추출해 수백만 배 증폭시켜 배아와 부모의 유전자를 비교하는 검사를 한다. 검사를 통해 질병유전자가 확인된 배아들은 폐기시키고 질병유전자가 없는 배아만 엄마의 자궁에 착상시킨다. 이렇게 하면 부모의 유전질환을 물려받지 않은 건강한 아기가 태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 아기가 난치병을 가진 친형제를 치료할 목적으로 태어난 아기라면, 바로 그 아기가 맞춤아기이다.

 

실제로 2000년 초에 매국에서 누나 몰리를 살리기 위해 태어난 아기 아담이 있었다. 몰리는 선천정 골수 결핍증인 팬코니 빈혈증을 앓고 있었다. 이 병을 치료하려면 유전형질이 일치하는 골수를 이식 받아야 하고, 만약 골수를 이식받지 못하면 8~9살까지밖에 못 사는 질병이였다. 골수 기증자를 찾기 힘들었던 몰리의 부모는 착상 전 유전자 진단이라는 기술을 알게 되었고, 마침내 몰리와 유사한 유전형질을 가진 건강한 남자아이 아담을 출산했다. 아담의 탯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몰리의 골수에 주입했고, 이로 인해 몰리는 병을 치료할 수 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사실상 시한부였던 몰리와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왔던 부모를 축하했지만

 

몇몇 사람들은 첫째를 살리기 위한 약처럼 둘째를 낳았다는 사실을 비판하기도 했다. 부모에게는 아담도 소중한 자식이였겠지만, 아담은 몰리를 위해 태어난 아기이고 또 아담을 가지는 과정에서 수많은 배아들이 폐기된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난치병을 가진 아이를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훌륭하지만, 사실 맞춤아기를 탄생시키는 과정 속에는 많은 생명윤리적 문제들이 포함되어 있다.

 

앞에 등장했던 드라마의 결말은 이러했다. 알리시아를 죽인 범인은 바로 알리시아로 인해 살아가던 난치병을 가진 오빠 다니엘이였다. 다니엘은 자신의 병이 재발하자 계속 희생될 알리시아를 편하게 해 주겠다는 생각으로 알리시아를 죽인 것이였고, 이 사실을 안 가족들은 다니엘을 지키기 위해 경찰에게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알리시아에게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해왔던 부모의 이기적임과 자신의 권리가 없었던 알리시아의 슬픔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물론 드라마지만, 실제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다.

 

착상전 유전자 진단을 통해 맞춤아기를 탄생시키는 것이 과연 해피엔딩을 불러올까 새드엔딩을 불러올까? 착상전 유전자 진단에 우수한 유전자만을 가진 아이를 탄생시키기고자 하는 인간의 욕심이 만나면 영화 <가타카>처럼 우수한 유전자만 가진 사람들만 위에 있고, 일반적으로 태어난 사람들은 차별받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 처음부터 건강한 아이를 낳기 위해 개발된 착상전 유전자 진단이라는 기술이 다른 형제를 살리기 위한 아이, 맞춤아기를 낳기 위해 사용되면서 문제가 발생되는 것처럼, 원래 좋은 목적을 가지고 개발되는 생명공학기술들이 사회에 실제로 적용되면서 어떤 상황을 불러올지 모르는 것이다.

 

나는 새로운 생명공학기술들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어떤 문제를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보고 있다면 해결책도 꼼꼼히 찾아보며 대처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진중히 생각해보고 싶다면 책 <쌍둥이별>, 영화 <마이 시스터즈 키퍼><가타카>를 추천한다.

 

칼럼소개 : '과학'은 어렵고, 딱딱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칼럼. 순수한 과학 학문, 새로운 과학 이슈, 일생활에서의 과학적 사실 등 다방면에서 소재를 찾아 그에 대한 지식과 생각을 공유하겠습니다.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는 기쁨, 글을 읽고 생긴 과학에 대한 호기심, 가끔은 새로운 다짐까지도 이끌어낼 수 있는 칼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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