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연우의 문화 칼럼 2] 작가와의 만남 : 최주혜 작가편

<다림방 글방>의 저자 최주혜 작가님을 만나다

작가와의 만남 두번째.
작가 소개
 
최주혜 작가님
<조선 엿장수 큰노미>, <다림방 글방> 등을 집필하였다. 서울시립대에서 조각을 전공, 어린이책작가교실에서 동화를 배웠다. 
 
<다림방 글방> 의 간략한 줄거리 소개
 
엄격한 신분제도가 존재하던 조선시대, 성균관 출신 노비인 만수는 옛날부터 유생들의 글읽는 소리를 듣고 귀로 글을 익힌다. 글을 안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의 미움을 사 성균관에서 쫓겨나 주변의 푸줏간(다림방) 낙우재에 맞겨진 만수는 푸줏간 주인 백도수와 홍 선비 등을 만나며 성장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불법적으로 도살된 소의 수가 자꾸 늘어나고, 백도수가 범인으로 지목되어 관청에 끌려간다. 만수는 백도수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홍 선비가 밤마다 옷에 소 피를 묻혀 들어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과연 만수는 백도수를 구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글공부를 계속할 수 있을까.
 

 

 

 

<최주혜 작가님과의 만남>
 
두번째로 만난 작가선생님은 바로 최주혜 작가님이셨다.  긴시간 인터뷰를 주고받기가 번거로우셨을텐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하고 친절한 작가님의 목소리에 기분이 따뜻해지는 순간이었다. 읽으면서도 인간적인 따뜻함이 뚝뚝 떨어지는 듯했던 <다림방 글방>과 많이 닮아계신 분이었다. 
 
인터뷰 본문
 
Q1. 다림방을 배경으로 하셨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ns.
조수삼이란 조선 사람이 쓴 ‘추재기이’라는 책이 있어요. 여기에서 성균관 노비 출신으로 큰 서당을 지어 인재를 길러낸 ‘정학수’에 관한 기록을 읽게 됐어요. 그 후로 ‘노비가 어떻게 훈장이 됐지?’라는 궁금증이 머릿속을 꽉 채웠어요. 아무리 문헌을 찾아봐도 정학수에 관한 정보는 단 몇 줄 뿐이어서 더 알아 낼 수 없었어요.
 
어느 날, 뉴스에서 ‘흙수저, 금수저’란 소리를 듣게 됐어요. 부모의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가 자식에게 이어지면서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는 현실을 풍자한 말이지요. 지금도 보이지는 않지만 여전히 계급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한 순간 노비출신으로 서당 훈장이 된 정학수가 떠올랐어요. 스스로 흙수저 라면서 좌절하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정학수를 모델로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성균관 노비였다는 기록대로 성균관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풀어갔어요. 그런데 성균관 노비는 공노비로 사노비보다 나은 대우를 받았고, 지금의 9급 공무원과 비슷했다는 걸 알고는 고민에 빠졌어요. 물론 공노비도 노비로써 차별 받았겠지만 무언가 부족했어요. 주인공이 처한 현실이 고단할수록 그가 이룬 성취가 빛나는 법이니까요.
 
성균관 주변 동네 인 ‘반촌’에는 성균관에 쓰이는 고기를 공급하는 정육점인 ‘다림방’이 많았어요. ‘소를 잡느라 한 밤중에도 다림방 근처는 대낮처럼 환했다’라는 기록에서 보듯 조선 후기는 인구 증가와 함께 고기의 소비도 비약적으로 늘어난 시대였어요. 다림방을 배경으로 하면 풀어낼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았지요. 또한 다림방에서 일하는 백정은 최하층 신분이어서 만수의 고난이 잘 드러날 듯 했어요.
 
Q2. 반촌에 사는 만수를 주인공으로 삼으셨는데요. 그 주인공이 백정이 아니라 공부를 좋아하는 아이로 그리신 게 신기했어요. 만수를 통해서 하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Ans.
첫번 째 질문의 대답은 아주 단순한 이유였어요. 만수의 모델이 훈장 정학수이기 때문이에요. 훗날 훈장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공부에 흥미가 있었을 테니까요. 
 
두번 째로는 ‘인간의 의지’에 관해 말하고 싶었어요. 흙수저 만수가 역경을 딛고 꿈을 향해 나아가려면 반드시 필요한 게 무엇일지 생각해 봤어요. 누구나 부모를 선택 할 수 없듯 자신을 둘러 싼 환경도 선택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이죠. 만수도 성균관 노비로 태어나 백정이 돼요. 노비도 백정도 만수가 스스로 선택한 게 아닙니다. 하지만 거듭되는 역경 속에서도 놓지 않은 건 글공부였어요. 공부야 말로 만수의 의지를 보여주는 지점이에요. 누구나 의지를 가진 만수를 보면서 희망을 키우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수를 만들었습니다.
 
Q3. 만수 말고도 다림방 글방에는 많은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가장 아끼는 캐릭터가 있으신지요? 있으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Ans
굿덕이를 생각하면 아직도 애달파요. 셈도 빠르고 똑똑하며 야무진 굿덕이가 요즘 태어났다면 영재 발굴단 같은 TV프로그램에 나왔을지도 몰라요. 평범한 만수와 달리 굿덕이는 남다른 아이예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기생집에 팔리고 말지요. 남존여비가 지배하던 조선에서 여자 인 굿덕이는 백정인 만수보다 더 차별받던 사회적 약자임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에요. 
 
태어나자마자 버림받고, 양아버지에게 학대 받다 결국 기생으로 팔려갔다는 스토리만 들으면 기구하기 짝이 없는 팔자라며 불쌍하다는 생각이 앞서겠으나 굿덕은 결코 불쌍한 캐릭터가 아니랍니다. 오히려 만수보다 더 꿋꿋하고 강한 마음을 가졌지요. 자신을 뒤흔드는 환경에 굴복하지 않는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랍니다. 
 
Q4. 짝눈은 자기를 키워준 백도수를 배신하고 사라져 버립니다. 사라지기 전에 백도수를 위해 익명투서를 하지만 그 후 돌아오지 않습니다. 짝눈은 어떻게 됐을까요? 혹시 책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생각해두신 짝눈의 뒷이야기가 있으신가요?
 
-Ans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만수나 굿덕, 막동과는 다른 선택을 하는 인물이 필요했어요. 그러려면 성격도 좀 못 되고 이기적이어야 했지요. 자신의 욕망을 위해 타인을 배신 할 수 있는 그런 사람 말이에요. 그러면서도 엄한 백도수 밑에서 자라 순진한 구석도 있는 인물로요. 그래서 만들어진 캐릭터가 짝눈이랍니다. 익명 투서 후 짝눈은 죄책감에 시달렸을 거예요. 그러면서도 백도수가 풀려났는지, 낙우재는 어찌 되었는지 궁금해 했을 테지요. 짝눈은 백도수를 피해 한양에서 먼 지방으로 떠돌아 다녔을지도 몰라요. 어찌 되었든 결국 낙우재로 돌아왔을 거예요. 짝눈에게 낙우재는 영원한 집이니까요.
 
Q5. 맨 마지막에 만수와 굿덕이가 성장한 모습이 나옵니다. 두 명의 미래를 더욱 자세히 그리신 이유가 있을까요?
 
-Ans
나쁜 짓을 일삼던 방색장이 잡히고 만수는 한풀이를 하게 되지만 아직 보여줘야 할 이야기가 남았다고 생각했어요. 만수는 다시 성균관 수복이 됐고, 다림방에 서당을 차려 반촌 아이들에게 천자문을 가르치게 되지요. 거창하지는 않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꿈을 실현 시키는 모습으로 보이기를 바랐어요. 굿덕이도 마찬가지고요. 그들이 겪은 어려움이 오히려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고 싶었어요. 
 
기회가 된다면 어른이 된 만수와 굿덕이의 이야기도 쓰고 싶답니다. 특히 연행을 따라 북경에 간 굿덕이가 기생 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거상으로 성공하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짜릿할 듯합니다. 언젠가 쓸 날이 오겠지요
 
Q6. 다림방 글방은 역사를 배경으로 한 역사동화인데요. 작가로서 역사동화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더 작업하시고 계신 역사동화가 있으신가요? 있다면 연이어 역사동화를 쓰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Ans. 
고백하자면 다림방 글방을 쓰기 전 까지 역사의 ‘역’자도 모르는 역사 무식자였어요. 그러다  ‘성균관 스캔들’이라는 로맨스 소설을 읽고 역사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지요. 그때부터 옛 사람들의 생활이 궁금해졌어요. 생전 들춰보지도 않던 역사책들을 읽기 시작했고 사극 드라마를 챙겨봤어요. 그러다 역사 동화까지 쓰게 되었네요. 
 
역사 동화는 과거를 지금 이 자리에 소환하는 작업이에요.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을 바탕으로 쓰면서 동시에 현재 우리 사회를 반영해야 하지요. 현실과 동떨어지면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기 때문에 작가는 왜 역사 동화를 쓰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치밀한 자료 조사는 필수! 그러나 조사 할수록 무궁무진한 소재는 역사 동화의 가장 큰 매력이랍니다. 아마 그 매력에 빠져 계속 쓰게 되는 듯해요. 앞으로 두 권의 역사 동화가 출간 될 예정입니다. 그 책들도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공통질문>
 
Q7. 평소 캐릭터나 소재를 어떻게 구상하고 구체화시키시는지요? 떠오르는 캐릭터와 소재를 어떻게 보관하시나요?
 
Ans.
소재는 아주 우연히 다가오는 편입니다. 꿈속에서 얻기도 하고, 책 속의 단어 하나에서 떠올리기도 하지요. 영화를 볼 때도 많은 영감이 떠오르고요. 특히 흥미로운 기사는 꼭 스크랩 해놓습니다. 그러고는 떠오른 생각을 간단하게 적어 클라우드에 저장해 둡니다. 저장 목록이 많아지면 장르별로 폴더를 만들어 구분해 둡니다. 저의 클라우드에는 호러, sf, 역사, 판타지 등등 이름 붙은 폴더가 주르륵 있어요. 싹을 틔울 날을 위해 보관 된 씨앗과 마찬가지지요. 
 
그러다 서로 다른 폴더의 씨앗에서 공통점을 발견하는 순간이 옵니다. 그때부터 비로소 싹을 틔우기 위한 여러 가지 작업을 시작하게 되지요.
 
Q8. 작업과정이 보통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Ans.
우선 주인공 캐릭터를 설정합니다. 나이, 성별, 외모의 특이점,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등등 되도록 구체적으로 정합니다. 나머지 등장인물도 간단하게 설정합니다. 다음에 얼개를 짭니다. 
 
-아무개가 수학 시간에 선생님에게 칭찬을 듣고 호흡 곤란을 일으킨다-
 
위와 같이 짧은 문장을 줄거리에 맞게 열다섯 줄 정도 씁니다. 간단한 듯 보이지만 이 과정이 제일 어렵고 힘이 듭니다. 이 단계가 어설프면 아무렇게나 지은 집처럼 허술한 이야기가 되거든요. 머리 싸매고 끙끙거리다 몇 달을 그냥 보내기도 해요. 다음에는 세부 얼개를 씁니다. 구체적인 줄거리로 인물의 동선과 생각이 드러나 원고를 쓸 때 실질적으로 참고가 됩니다. 이 단계까지 성공했다면 본격적으로 원고 쓰기에 뛰어들게 됩니다.
 
Q9. 작가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ns.
어느 날, 아들이 말했어요.
“엄마는 좋겠다. 어릴 때 꿈을 모두 이뤘잖아. 미술도 하고 글도 쓰니까.”
 
순간 멍 해졌어요. 마치 꿈을 위해 전력 질주 한 사람처럼 느껴져서요.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물론 화가와 작가가 되기를 꿈꿨지만 성장하면서 현실에 부딪히다 보니 점점 잊게 됐지요. 그러다 입시에 실패하고 재수를 준비하면서 비로소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진지하게 생각했어요. 잊고 있던 미술이 떠오르더군요.
 
글쓰기는 훨씬 단순한 이유에서 비롯됐어요. 결혼하고 아이 낳고 키우느라 다른 건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때였어요. 어느 날 책을 읽던 내게 남편이 툭 던지듯 한마디를 했어요. 읽지만 말고 직접 써보라고요. 
 
작가를 꿈꾸는 여러분! 여러분이 까먹지만 않는다면 언젠가 꿈이 먼저 여러분을 찾아 갈 거예요. 그 순간이 오면 기꺼이 꿈을 맞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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