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석의 시사칼럼 5] 세상을 만드는 실질적 힘

우리가 보는 면은 편집으로 만들어진 면이다

강한 힘엔 책임이 따른다

강한 힘을 가지면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 최근 들어 사람들에게 이 말을 새삼 깨닫게 하는 존재가 있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 더 머니 6’는 수많은 관심과 동시에 많은 질타를 받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디기리 사건’이 있었다. 디기리라는 래퍼는 어린 후배들에게 심사를 받는 입장으로 경연에 참가했다. 경연 무대가 끝나고 간신히 통과한 디기리는 자신에게 탈락을 준 심사위원들에게 ‘지켜보고 있다’는 손짓을 하며 자신의 병역 기피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대응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방송 후 디기리에게는 ‘왜 합격이냐, 양심 있으면 하차해라’, ‘심사받는 사람이 태도가 그게 뭐냐’, ‘사과도 한번 없이 방송 나와도 되냐’ 같은 수많은 질타가 날라 왔다. 하지만 다음 방송에서 그려진 디기리의 모습은 조금 달랐다. 지난 방송에선 보이지 않았던 정중한 사과 인사 방송부터 시작해 마치 네티즌에게 ‘이 사람 사실 좋은 사람이야’라며 말하는 듯한 영상을 보여주었다. 이번엔 디기리에게 사과와 안쓰럽다는 댓글이 올라왔고 디기리를 ‘악마의 편집’의 희생양이라 불렀다.

 

편집의 위험성

앞에서 말한 강한 힘을 가지고 그만한 책임을 지고 있는 존재는 ‘방송 속 편집’이다. 그중에서도 악마의 편집이란 논란이 될 만한 영상이나 아예 다른 영상을 짜 맞혀 출연자를 나쁜 이미지로 만들 때 주로 사용하는 말이다. 최근 들어 이 위험성이 더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미디어 통신 기기를 가지고 있는 상황, 볼 마음만 있다면 모든 것을 볼 수 있고, 볼 의향이 없더라도 주변에서 흔히 방송되는 방송은 쉽게 접할 수 있다. 예전처럼 TV가 귀해 있으면 부러운 세상이 아니다. 이런 세상 편집은 엄청난 힘을 가진다. 마치 해충들이 더러운 환경에서 엄청난 속도로 번식하듯이 미디어가 발달한 이런 세상에서 편집은 충분히 힘을 가지고도 남는다. 이번 디기리 사건처럼 한순간에 한 사람을 온 국민의 질타를 받게 할 수도 있으며 욕먹던 사람도 다시 좋은 이미지로 바꿀 수도 있다. 이런 힘을 막 남용해도 될까? 좋은 사람을 나쁜 이미지로 만들고 또 나쁜 사람을 좋은 이미지로 바꿔주는 것이 위험성을 생각해보지 않고 행동해도 되는 일인지 우린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는 진정성 있는 연출을 원한다

최근 악마의 편집이 논란이 되다 보니 대부분의 PD는 방송 시작 전 인터뷰에서 ‘악마의 편집은 없다’고 언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매번 논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프로그램의 재미를 우선시하기 때문일 것 같다. 프로그램의 특성상 모두 밋밋한 것보단 누구 하나가 튀어서 관심을 받아야 방송도 관심을 받을 수 있고 더불어 재미도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재미보다 먼저 보아야 하는 것이 출연자의 입장이다. 출연자가 곤란하도록 편집을 해도 시청자는 예측만 할 뿐 확실히 알 방도가 없다. 결국, 시청자에게 보이는 출연자의 모습은 연출자의 책임이란 것이다. 돈만 보며 만든 성공은 진정한 성공이 아니고 가짜 뉴스를 내보내는 뉴스는 진정한 언론이 아니듯이 재미만을 위해 출연자들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방송은 진정한 방송이 아니다. 편집이라는 것이 큰 힘을 가지고 있으니 책임을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재미있는 방송은 맞지만 보기에 불편한 방송은 아니다. 연출자들이 책임을 지고 시청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방송을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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