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원의 철학칼럼 5] 공동체주의와 절대정신의 개혁

공동체주의와 절대정신이 만들어낸 대한민국 개혁의 시작

현대 사회에서 가장 많이 대두되고 있는 두 가지 이념은 공동체주의와 민족주의이다. 이 둘 중 바람직한 방향으로서 일컬어지는 것은 공동체주의이다. 공동체주의를 주장하는 현대 철학자 중 모두가 알법한 학자로는 마이클 샌델이 있다. 


한 가지 신기한 점은 춘추전국시대 공자의 사상에서 조금씩 드러나고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공동체주의가 현대 사회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철학자들의 사상이 씨앗이 되어 오늘날 싹을 틔우고 있다. 그리고 이 사상이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계속해서 주고 있다는 것은 무시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논어에서 '의'는 올바름과 공정하다의 의미로써만 사용되었다. 공자는 의(義)롭지 못하면서 부귀(富貴)함은 나에게 뜬구름과 같다고 하였다. (7-15 子曰 飯疏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不義而富且貴 於我 如浮雲) 이 구절에서 볼 수 있듯이 공자는 의를 이야기할 때 올바르지 못했음 혹은 보편적 도덕 규범에 어긋남 등의 의미로써 의를 사용한 것이다. 올바른 약속을 했을 때만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다고 한 것도 (1-13 有子 曰 信近於義면 言可復也…(후략)) 마찬가지 의미로써 쓰인 것이다. 


이렇게 그가 의를 활용한 뜻을 보건대, 공자에게 의란 어떤 것이 올바른 행동인지 판단하는 기준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공자는 군자는 천하의 일에 있어 오로지 주장하는 것도 없으며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도 없어서 오직 의(義)를 따를 뿐이라고 하였는데, 이는 그의 이상적인 인간상인 군자의 모든 행동의 바탕은 의에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4-10 子曰 君子之於天下也 無適也 無莫也 義之與比) 또 이는 의가 한 나라의 이상향이자 정신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 부분에서 공자가 헤겔과 비슷한 면을 볼 수 있다.

  

헤겔은 그의 저서 <역사철학 강의역사철학강의>에서 역사를 이끌어가는 하나의 절대정신이 있다고 하였는데, 이 절대정신이란 공자가 제시한 의(義)와 상당 부분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다. 비록 헤겔의 절대정신은 ‘자유’를 뜻했지만, 헤겔이 살고 있던 시대에서의 자유는 모든 사람이 추구해야 할 올바름의 개념으로 다가왔으니 의와 같은 맥락으로 보는 것에 무리가 없을 것이다. 정-반-합의 변증법을 끊임없이 거쳐 발전해나가는 헤겔의 역사는 공자가 주장하는 의 혹은 도를 바탕으로 한 사회와 가깝게 보인다. 그리고 이렇게 헤겔이 말한 사회의 절대정신은 오늘날 다시 공자로부터 시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자가 현대가 지향하고 있는 공동체주의적인 면모를 상당 부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체주의자들은 이상적 인간상으로 '서사적 인간'을 제시한다. 서사적 인간이란 인간은 역사적 사회적 존재란 것이다근대자본주의에서 말하는 원자화되고 파편화된 인간이 아니라 사회적 공간 속에서 역사적 서사를 공유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를 통해 그들은 한 사람이 벗어날 수 없고 벗어나서는 안 되는 특정한 소속 집단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고 한다서사의 굴레가 있다는 것이다


공동체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유롭게 선택하는 독립된 자아는 도덕적·정치적으로 부딪히는 삶의 문제들, 예를 들어 소속·충성·연대의 의무와 같은 자발적 합의에서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운 의무들을 놓치게 된다고 한다. 우리는 혼자서는 선을 추구할 수도, 선행할 수도 없으므로 특수한 사회적 정체성을 가진 사람으로서의 자신의 상황을 인식해야 한다고 공동체주의자들은 주장한다


이에 따라 그들은 자신에게 이로운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로 맺어진 사람들에게도 이로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부분들이 도덕의 출발점이자 도덕적 특수성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어느 정도 자신이 속한 역사·전통·공동체에 빚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사실 대한민국이야말로 공동체주의를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나라일 것이다. 정(情)을 말하며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예의를 지키고 상부상조하는 모습, 과거로부터 교훈을 찾으려는 모습,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는 모습은 공동체주의에 있어 이상적인 모습이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공동체주의를 바탕으로 작년부터 지금까지, 아니 더 오래전부터 현대까지 민주화를 이루고 부패 정권을 바꾸고 개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어쩌면 개혁은 현재진행형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그리고 우리의 후대가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가 우리의 힘으로 정치를 바꿨고 세상을 바꿨다는 것이다. 공동체의 힘이 이렇게도 큼을 보여주었다. 지금 우리의 사회는 헤겔이 말한 사회의 절대정신이 이끄는 바람직한 길로 가고 있다. 다만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승리에 도취하여 샛길로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승리를 이뤄 개혁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이 바람이 태풍이 될 것인지 아니면 살짝 머물다 떠나는 가벼운 입김이 될 것인지는 우리의 손에, 국민의 손에 달려있다.




칼럼 소개 : 철학은 우리에게 낯선 학문이 아닙니다. 한 가지 논제에 수많은 가치와 관점을 담을 수 있고,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흥미로운 학문이며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는 따뜻한 학문입니다. 칼럼을 통해 쉽고 재미있는 철학으로 한 발짝 다가가도록 하겠습니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