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호의 무비칼럼 6]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더 끈끈해진 가족의 유대감과 함께 부실해진 스토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란 불가능한 법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필자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한편이다. 지금까지 봐왔던 슈퍼 히어로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보였으며 마블이 왜 성공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북미에서의 대성공과 비교되게 국내에선 명량의 물량 공세에 밀려 상영관 확보조차 어려웠던 것이 못내 아쉬웠었는데 속편은 개봉 전부터 예매율 1위를 차지하더니 개봉 첫날부터 42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질주를 시작했다.


현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이하 가오갤2)를 관람하고 곧바로 칼럼을 작성 중인데 간단하게 감상평을 하자면 '기대 이상도 기대 이하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물론 영화는 정말 재미있었다. 전편이 가지고 있던 특유의 유쾌함을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훈훈한 가족주의를 보여준다. 다만 필자가 예상했던 것과는 약간 다른 방향으로 극이 전개된다. (어쩌면 전편이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던 탓에 속편에 대한 고정적 예상 같은 것이 자리 잡았을지도 모르겠다.)



우선 가오갤2를 보면서 감탄했던 점은 전편보다 캐릭터가 많아졌음에도 누구 하나 버려지는 캐릭터 없이 각자가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는 것이다. 가오갤의 기존 맴버들이야 워낙 한 명, 한 명 개성이 뚜렷하니 그렇다 치지만, 새로운 맴버들의 합류는 자칫하면 흐름을 깨고 이야기를 난잡하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감독인 제임스 건은 전편부터 보여주었던 능수능란한 연출을 통해 새로운 캐릭터들에게도 개성과 역할을 적절하게 부여한다. 욘두와 네뷸라, 맨티스는 제 역할을 해내며 특히 스타로드의 아버지 이고와 빌런 아예샤의 등장 명분은 정말 확실하다.



필자가 가오갤1을 최고의 마블 영화로 꼽는 이유 중 하나는 이 영화만이 가진 유쾌함과 발랄함 때문이다. 가오갤2 역시 전편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간다. 곧 죽게 생겼는데도 서로 잘났다며 자존심 싸움을 하는 로켓과 스타로드, 눈치가 없다 못해 이젠 예의마저 없어 보이는 드렉스, 등장할 때마다 관객들을 웃음 짓게 하는 그루트(아이 엠 그루트!!), 자기 못났다고 얘기하는 데도 좋다고 웃어 보이는 맨티스까지, 이들의 '병맛끼'는 왜 제임스 건이 가오갤의 연출을 계속 맡아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전편의 유쾌한 분위기에는 음악 역시 큰 몫을 차지했다. 사실 필자가 음악 듣는 귀가 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번 가오갤2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음악들은 전편보단 흥겨움이 덜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잘 사용했다는 점에선 여전히 칭찬할만하다. 특히 초반부 긴박한 전투 와중에 음악을 틀고 춤을 추며 즐거워하는 그루트의 모습은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를 잘 보여주는 예고편 같았다.



이번 속편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요소가 있다면 바로 가족주의다. 사실 할리우드 영화에선 가족주의가 없는 영화를 찾는 게 더 힘들 정도로 거의 모든 영화의 근본적 정서를 차지하는 것이 가족주의이다. 가오갤2의 가족주의는 영화가 캐릭터들의 내면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가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바로 여기서 필자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부분이 생긴다.


가족주의를 지닌 멤버 한 명 한 명에게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전개가 느려지고 스토리가 부실해진 것. 스토리가 부실해진 데에는 모호한 갈등 구도가 가장 큰 원인을 차지한다. 사실상 영화를 보면서 중후반부가 다 돼갈 때까지도 극 전체를 끌고 갈만한 갈등 요인은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가오갤 맴버들 간의 갈등, 아예샤와 라바저스의 등장, 이고의 등장 등이 갈등 원인을 제공하긴 하지만 전편이 로난과 오브라는 커다란 갈등 요인을 내세웠던 것과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다. 즉 전편과의 차이점이라면 강력한 빌런의 존재 유무인데 이 부분은 사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더이상 얘기할 수 없겠지만 약간의 팁을 드리자면 아예샤의 존재감이 미미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예샤는 등장해야만 했던 이유가 분명히 있다.(뭔소린가 싶으시겠지만 영화를 보시면 이해할 수 있으실 것이다.)



한편으론 다른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캐릭터들의 사연을 다루고 그들의 배경 스토리를 보여주는 것은 대부분 1편의 역할인 경우가 많다. 그 바람에 할리우드 시리즈 영화의 1편들이 전개가 느리고 희생되는 듯한 경향이 있었는데 가오갤2는 그러한 노선을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


가오갤의 팬으로서 그들의 내면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스토리는 물론 좋았다. 극의 전개 측면에서 보았을 때 다소 전개를 더디게 했을 뿐이지 사실 언젠가는 다루어야 할 부분들이었다. 스타 로드의 부자 문제, 가모라와 네뷸라의 자매 문제, 그 외에도 여러 가족주의적 이야기들과 사연들이 등장하지만 모두 스포일러가 될 여지가 있어 얘기할 수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영화를 관람하신 분들이라면 필자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아실 것이다.)


마블 스튜디오의 CEO 케빈 파이기에 따르면 가오갤3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향후 10년을 좌우할 중요한 영화가 될 것이라고 한다. 어쩌면 제임스 건이 전체 세계관에 큰 영향을 미칠 3편을 제작하기 전에 캐릭터들 간의 유대감을 다지고 관객들이 인물들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는 시도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가오갤2는 필자가 기대했던 속편도 아니었고, 향후 세계관에 대한 엄청난 암시를 담는 영화도 아니었다. (물론 암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 할리우드 시리즈 영화가 따라왔던 노선을 탈피하고, 마블의 세계관을 다시 한번 우주로 확실하게 확장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칭찬할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스포일러를 피하려다 보니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지만 유쾌한 분위기와 더불어 인물 한 명 한 명에게 조금 더 중점을 두고 관람하시면 오히려 가오갤2를 더 즐기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1편의 전개방식을 기대하고 들어가시면 약간 실망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캐릭터들의 내면과 사연(특히 가모라와 스타로드)에 집중하신다면 상당히 흥미롭고 놀라운 내용이 펼쳐지니 가오갤2를 더 재미있게 관람하실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1편을 관람하신 분들이라면 중간중간 깨알같이 팬들을 위한 요소들이 숨어있으니 잘 찾아보시길 바란다.


영화관을 가보니 뜻밖에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서 말씀드리는데 쿠키 영상은 총 5개가 있다. 제임스 건이 팬들을 위해 준비한 영상들도 있고, 향후 마블 세계관과 가오갤의 속편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를 암시하는 영상도 있으니 시간이 있으시다면 끝까지 보고 나오시길 바란다.


칼럼소개: 영화 칼럼이 영화에 있어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감상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칼럼은 하나의 견해를 제시할 뿐 영화에 대한 실질적 감상은 여러분 개인의 몫입니다. 영화에 대한 각자 다른 생각들이 모여서 서로 존중하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조영호의 무비칼럼]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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