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달번씀] 그 곳

한 달에 한 번 씀, 첫번째 '그 곳'

그 곳


구름 넘어, 무지개가 당신을 맞이하는 곳에서


못다 한 사랑 이야기,

못 이룬 꿈의 이야기,

못 전한 진심의 이야기,


당신이 그리도 그리워했을 그 품으로 돌아가

못다 한 그것들을 가벼이 내려놓을 시간을 주고 싶다.


아직 벗겨주지 못한 매일을 입던 옷과

당신의 가방 속, 손 때 묻은 물건들과

먼지 묻은 당신의 하얀 고무 신발.


당신의 흔적은 여전히 그곳에 남아있다.

당신을 잊지 못하게, 당신을 잊지 않게.

영원토록 그 자리 그곳에 머무르게 할 터이니


긴 시간을 버티고 버텨 반쯤 벗어난

그 차가운 이불 속에서의 유영을 멈추고

당신을 그리워하는 그 품으로 돌아가

따스한 행복의 꿈속을 유영하기를.


구름까지도,

진심으로,

바란다.



2014년 4월 16일. 기자가 중학교 2학년이었을 때, 수학여행에서 돌아오던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바닷속에서 차게 식었다. 그리고 지금, 2017년 3월. 이제는 기자의 나이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고, 3년 만에 드디어 배가 떠올랐다. 이미 너무 상처와 구멍이 뚫린 모습으로 인양되긴 했지만, 그래도 배가 떠올랐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기뻐했다.


모든 슬픈 일에 감히 상대적인 기준을 적용해 무엇이 더 슬프고 무엇이 덜 슬픈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그 슬픈 일에 아직 어른이 아닌, 학생을 포함한 '아이'가 관련되면 슬픔의 무게가 배로 무거워지는 느낌이다. "나 죽기 싫어, 가 아니라 나 아직 죽으면 안 돼, 나 아직 못 해본 게 너무 많단 말이야" 라고 외치며 차가운 바다 아래로 가라앉아야 했던 학생들을 잊지 않기 위해 아직도 많은 학생은 옷깃에, 가방에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니며 그날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작은 행동의 실천을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토록 빠르게, 유족들이 원하던 방법으로 인양되어 질 수 있었던 배는 전 대통령이 가라앉자 곧 떠올랐다. 이해할 수 없지만 이해되는 이 저울과도 같은 상황은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학생들과 사람들이라는 말에 쓰인 저 '희생'이라는 단어가 더욱 아리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너무 많은 사람이 사고로 인해 애석하게 목숨을 잃었다는 의미의 희생이 더는 정치적 목적에 의해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늦게라도 떠오른 배처럼 꼭 모습을 드러내야 할 것이다.


책 '우아한 거짓말'에 이런 문장이 있다. "진짜가 진실, 가짜가 거짓, 그러면 세상 살기는 참 편할 거야" 라는 문장. 이 말을 되새기며 앞으로 우리가 커가면서 접할 수많은 사건, 뉴스들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을 가지도록 노력하는 것도 어쩌면 세월호를 잊지 않음과 동시에 비슷한 본질을 가진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진짜와 가짜가 존재하기까지의 진실을 보는 것. 그것이 현재의 우리가 가장 간절하게 바라는 것이며 지녀야 할 태도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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