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성준의 스포츠칼럼 3] '누란지세'의 대표팀, 경기가 불러올 나비효과

중국전 관전 포인트



슈틸리케호의 첫 시작은 찬란했다. 2015년에 20전을 치르는 동안 패가 단 1개 밖에 없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에 다다르면서 그들에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기는 축구’를 알고 있는 것만 같았던 그들의 경기력은 많이 하락했고, 2차 예선에 철벽의 위용을 보인 수비도 점점 구멍이 뚫리고 있다. 경기력 뿐만이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의 지도력과 리더십에도 단점이 노출되고 있다. 슈틸리케식 점유율 축구는 개운하지 않고, 선수들을 응집시키지 못하는 그의 인터뷰도 많은 논란을 낳았다. 그야말로 누란지세다. 새알이 쌓여 있는 형색처럼, 지금의 슈틸리케호는 불안 불안한 상태이다. 그런 상태의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경기가 찾아온다. 바로 그 경기, 중국 전에서,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운명의 경기는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과의 외교와 경기


올해 중국과의 외교 상황을 바라보고 있을 때, 중국 전은 최종 예선 중 가장 빅 매치가 될 수 있다. 최근 중국과 우리나라는 한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바로 THAAD 배치이다.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르자 꽤 우호적이었던 중국과의 관계는 점점 악화하고 있다. 중국에선 다수의 한국 방송이 방영 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우리나라와의 경기를 앞두고 우리 쪽 선수단이 탈 비행기를 취소시켰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선수단은 더 불편한 상황 속에서 경기를 치를 확률이 더 높아졌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자, 중국이 일본보다 더 싫다, 대승을 거둬주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대중의 입을 탔다. 입소문을 탄 만큼 그런 마음이 대다수 대중의 소망인 것은 확실하다. 만약 대표팀이 중국 전에 압승을 거둬준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분노 파도가 점차 사그라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중한 1승을 챙기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6라운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끝나지 않는 스쿼드 논란


자신의 부임 초에, 슈틸리케 감독은 다음과 같은 뜻을 내비쳤다

 나는 소속팀에서 출전 시간이 부족한 선수를 발탁하지 않겠다.” 

 이름값보다는 현재 폼이 가장 뛰어난 선수를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임 초의 장엄한 각오는 우리나라의 여느 지도자들처럼 지켜지지 않고 있다. 최근 발표된 중국 전 발탁 명단에서 요즘 소속팀서 보기 힘든 얼굴들이 다수 존재했다. 장현수, 김기희, 홍정호 같은 선수들이다. 이들은 중국에서 뛰고 있는 이른바 중국파들이다. 최근 중국 리그는 외국인 쿼터제에서 아시아인을 제외해, ‘중국파들은 거의 경기에 뛸 수 없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이들은 슈틸리케호에서 발탁이 되지 않은 적이 드문, 국가대표 개근상들이다


이 공통점들이 나타내는 것은 슈틸리케호는 소속팀에서 잘 뛰지 못해도, 폼이 좋지 못해도, 마음에 드는 선수만 발탁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슈틸리케호의 명단은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거의 같다. 이는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이다. 비록 조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해도, 패배나 열세가 생길 시 새로운 전술이다. 새로운 선수로 파훼법을 제시하는 것이 감독의 기본 덕목이다. 첼시의 콘테 감독은 수십 개에 달하는 스쿼드를 연구하면서 결국 첼시에게 맞는 3-4-3이라는 전술을 완성해냈다. 그럴 때 슈틸리케는 포제션 형식의 플랜 A와 같은 선수 명단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문제를 빨리 파악했다. 그들은 정우영, 한국영 대신 이명주, 안현범을 뽑아야 한다며 그의 일관된 선택을 질책했다. 일부는 홍명보 감독 체제의 ‘인맥 축구’ 가 부활한 것 아니냐는 시선을 가지고 있다. 정말 똑같은 방식으로 가고 있는 형국을, 슈틸리케만 알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도 같은 선택을 한 슈틸리케, 중국 전도 지지부진 하다면, 그는 존속과 경질의 갈림길에 설 수도 있다.


 


성장의 CSL과 중국의 자신감


2017년에 중국리그는 가장 뜨거운 리그이다. 이른바 ‘황사머니’ 의 강력한 바람으로 카를로스 테베즈, 악셀 비첼, 오스카 등 유럽 리그의 스타를 대거 영입했기 때문이다. 이런 자국 리그의 성장 때문인지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과 함께 뛰는 중국 대표팀 선수들은 자신들의 경기력에 큰 자신감을 표했다. 조만간 월드컵 우승을 이뤄내겠다는 허황한 목표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리그의 성장은 외국인 선수들 덕분이지 중국 선수의 존재 덕분이 아니다. 이번 한국과의 경기를 통해서 그들의 망상과 자만을 덮어줄 계기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그렇게 된다면, 대다수 스타들이 중국 리그로 떠나 슬퍼하는 유럽 축구팬들의 원망도 수그러질 것이다.


누군가에겐 그저 최종예선의 한 경기일 수 있지만, 중국 전은 우리에게 경시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대표팀 감독의 운명부터 CSL의 자만까지, 이 한 경기의 결과로 이 모든 것들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슈틸리케가 운명의 시험대에 오를 이 경기, 나비효과를 일으킬 이 경기, 중국 전의 결과는 23일 밝혀진다.


칼럼소개 : 성준의 스포츠칼럼 90'  주로 해외축구에 대한 분석과 축구계의 여러가지 사건들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을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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