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연의 클래식 칼럼 1] 당신도 즐길 수 있는, 니벨룽의 반지

Vol 1. 대체 니벨룽의 반지가 뭐라고

지크프리트(Siegfried)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이자, 명검 발뭉의 주인이다. 지크프리트는 신화에서 제일 많은 용을 잡은 용살자로 유명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살펴볼 니벨룽의 반지로 대표되는, 오딘의 아홉 딸 중 맏이인 브륀힐트(Brünhild)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보통 우리가 신화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헤라큘레스로 대표되는 '그리스 로마 신화'이지, 이런 그리스 신화 못지 않은 많은 신들과 영웅들의 모험담으로 가득한 북유럽 신화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북유럽 신화를 알게 모르게, 여러가지 대중 매체를 통해 접하고 있다. 유명한 히어로 영화 <어벤져스>에 등장하는 히어로 토르와 빌런 로키, 그리고 토르가 주역이 되어 등장하는 여러 가지 영화의 세계관도 모두 북유럽 신화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또한, 많은 게임과 책에서도 북유럽 신화의 여러 주인공들을 접해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중 제일 유명한 작품은, 바그너 인생의 역작으로 평가 받는 니벨룽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가 아닐까 한다. 바그너의 애매한 서술 때문에 니벨룽인(人)의 반지, 즉 니벨룽겐의 반지인지, 혹은 그냥 니벨룽의 반지인지와 같이 제목부터 몇 가지 논란이 있지만, 이 글에서는 니벨룽의 반지로 표기했다. 전야(夜), 라인의 황금부터 제3야(夜) 흔히 라그나로크라고 하는 신들의 황혼까지, 니벨룽의 반지는 3일과 하루의 전야제를 위한 축전극이라 불린다. 다른 작품의 서곡에 해당하는 전야부터 2시간 3분이라는 어마어마한 길이를 자랑하며, 1,2야는 4시간이 넘어가며, 심지어 마지막, 제 3야는 6시간이나 되어, 짧게는 4일부터, 길게는 1주일에 걸쳐 공연되는, 그야말로 대작이다. 


니벨룽의 반지는 게르만 족의 기사도 문학인 니벨룽의 노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니벨룽의 노래의 원전이 된 시구르드(지크프리트와 동일인물이다)의 전설을 참고해 바그너가 직접, 전부 각본을 쓰고, 작곡한 작품이다.


본래, 이 작품은 제3야, 즉 신들의 황혼만 공연하려 했지만, 워낙 복잡한 북유럽 신화를 기반으로 하는 악극이라,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비판에 서둘러 다른 부분을 써 내기 시작했고, 16시간이라는 긴 공연 시간을 자랑하는 작품이 되었다. 작곡 기간도 28년으로 엄청나게 길었기에, 진정한 필생의 역작이라 할 수 있겠다. 다만, 제2야인 지크프리트의 3막부터는 바그너의 다른 악극인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작곡된 뒤 다시 작곡을 했기에, 지크프리트의 3막과 제 3야는 갑자기 곡이 훨씬 웅장해 진 것이 훨씬 눈에 띈다.



보통 우리는, 니벨룽의 반지를 편하게 오페라라고 칭하지만, 사실 니벨룽의 반지는 오페라보다는 종합 예술에 가까운 형태를 띠고 있다. 바그너는 오페라를 작곡할 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리아 형태로 구성하지 않았다. 대신 노래가 계속 이어져 아리아 대신 악극의 형태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데, 이렇게 악극의 형태를 취했을 경우 극이 단조로워 질 수 있지만, 바그너는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유도동기(Leitmotif)라는 방법을 선택했다. 유도동기는, 극 내에서 그저 주인공들의 대사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선, 심리묘사를 표현하는 멜로디라고 할 수 있다. 유도동기의 주제는 검 같은 구체적인 사물부터 죽음, 사랑없음 같은 감정이나 개념까지 다양해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면 덕분에 신기원을 이룬 예술 작품이라고 불리는 니벨룽의 반지지만, 많은 사람들에게는 처음 들어보는 단어일 것이며, 오페라 라고 하면 '무언가 웅장하고 어렵고, 나한테는 맞지 않는다.'라는 착각 때문에 오페라를 꺼려 한다.


이런 면에서, 니겔룽의 반지는 북유럽 신화와 오페라는 조금씩 공통점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바그너는 그 당시 유행하던 오페라와 사람들에게 무척이나 생소했던 북유럽 신화를 엮어 니벨룽의 반지라는 역작을 짜냈다. 니벨룽의 반지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새로움을 선사한 오페라의 바그너를 이제는 우리가 눈 여겨 봐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친다.



To Be Continued.

   Vol 2. 서곡만 2시간 30분이 넘는다고요? : 전야(夜), 라인의 황금

   Vol 3. 이 노래, 어디서 많이 들은 것 같은데? : 제 1야(夜), 발퀴레

   Vol 4. 빛나는 사랑, 웃음짓는 죽음! : 제 2야(夜), 지크프리트

   Vol 5. 브륀힐데의 희생 : 제 3야(夜), 신들의 황혼




칼럼 소개:

클래식에 능통하다고 자부하기엔 아직 많이 미숙한 학생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제가 좋아하는 분야를 널리널리 알리고 싶어서 칼럼을 쓰게 되었습니다! 흥미가 있으시다면 영상 자료도 같이 훑어보시면서 읽어보셔도 괜찮아요! 처음부터 너무 진입장벽이 높은 주제를 골랐나 조금 고민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니까 모두 같이 즐겼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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