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나의 책 칼럼 1] 진정한 사랑과 공동체의 의미

'당신들의 천국'이 아닌 '우리들의 천국'을 위한 길


1970년대 당시의 정치 현실과 개발 독재의 실상을 알리고, 권력자와 민중이 진정한 화해를 통해 바람직한 사회를 모색하는 과정을 보여준 <당신들의 천국>은 나에게 공동체와 사랑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

이 책이 쓰인 1970년대는 박정희의 주도로 이루어진 5.16 군사 쿠데타로 4·19혁명 때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사라지고, 암울한 개발 독재 상황이 이어지던 때였다. <당신들의 천국>에서 원생들이 그 천국을 위해 힘든 노동과 희생을 하며, 조원장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천국의 모습은 마치 개발 독재 정권의 모습과도 유사하다.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사는 소록도를 배경으로 한 이 책은, 한센병 환자들에게 그들만의 천국 같은 세상을 만들어 주고자 하는 조원장과 이를 수용하는 데서 오는 환자들과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조백헌이 소록도의 병원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조원장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자 자신이 생각하는 한센병 환자들의 천국을 소록도에 건설하려 한다. 이를 위해 그는 건의함 설치, 평의회 조직, 농토 확보를 위한 간척 사업 등을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원생들을 위한 천국이라는 짜여진 틀 안에 원생들을 수동적으로 움직이게 하였다. 이 때문에 이상욱은 끊임없이 조원장에게 경고하고, 조원장 자신도 환자들이 스스로 만드는 천국이 아니라면 진정한 천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반성한다. 이 같은 현상을 겪는 원생들은, 과거 부임했던 조원장의 배반과 진실로 자신들을 위한 천국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다가 결국 조원장을 섬으로부터 내몰게 된다.

그렇다면 왜 우리들의 천국이 아닌 당신들의 천국일까? 이는 지도자와 원생들 간의 수평적인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고,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공동체의 합리적인 의사가 아닌 지도자의 독자적인 의사로 만들어진 천국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신에 대한 두려움이 그들의 마음을 닫아 놓았던 것도 한몫했다. 위로부터 주도된 천국은 진정 주민들을 위한 ‘우리들의 천국’이 아닌 자기만족을 위한 ‘당신들의 천국’이었던 것이다.

결국, 우리들의 천국을 위해선 원생들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천국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조원장의 명령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원생들만의 주체적인 목표와 함께 천국을 만들어가야 한다. 또한, 조원장과 원생들이 수평적인 사랑을 이루며 자유로운 의사가 가능해져야 한다. 한 명의 지도자가 주도하는 것이 아닌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체 전체가 화합하고 공존하며 만들어내는 천국이야 말로 바로 진정한 우리들의 천국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들의 삶 곳곳에서 우리들의 천국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우리에게 놓인 삶을 스스로가 펼쳐나갈 의지가 필요하고, 수많은 변화에 대해서도 능동적인 자세로 대처해야 한다. 또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주장하며 다른 사람과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도 어쩌면 나를 위한 천국이 아닌 다른 이를 위한 천국을 살아가는 것일 수도 있다. 사랑과 신뢰 없는 공동체는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그려지든 항상 그들만의 천국일 것이다. 따라서 사랑과 신뢰를 전제로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우리들의 천국을 이루리라 본다.



칼럼소개 : 많은 위인들이 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듯, 책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과 소통하는 길이자 삶의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보물창고입니다. 책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학생의 관점으로 풀어나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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