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무비적무비적] 영 아쉬웠던 제이슨 본의 귀환

기억을 되찾은게 실수였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우선 시작하기에 앞서 잠시 감사의 말씀(을 빙자한 기승전자기자랑)을 드리려고 한다.



단순히 취미로 쓰려고 했던 아마추어급 영화 리뷰를 순식간에 전문 영화 칼럼으로 만들어주시니 정말 몸둘 바를 모를 지경이다. 조회수도 생각보다 높게 나와서 놀랐다. 앞으로도 무비적무비적을 통해 더욱 흥미로운 영화, 이야기가 많은 영화들을 다뤄보도록 하겠다. (이래야 쓸맛이 나지) (소정의 선물 기대하겠습니당)



오늘 다뤄볼 영화는 7월 27일 개봉하여 첩보영화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본 시리즈의 귀환, '제이슨 본'이다. 물론 오로지 내 마음대로 만들긴 하지만 나름 영화 칼럼을 쓰는 사람으로서 본 시리즈를 보지 않았던건 꽤나 큰 오점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필자는 본 시리즈 가운데 최악의 망작으로 손 꼽히는 '본 레거시'를 통해 본 시리즈를 처음 접했다. 기대치가 엄청나게 떨어져서 3편이나 되는 전 시리즈를 볼 엄두가 안났고, 그렇게 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제이슨 본이 개봉한다는 소식에 결국 7월 중순 제이슨 본의 개봉을 앞둔 무렵, 여름휴가를 가서 남아도는 시간동안 반의무적으로 본 시리즈 3편을 모두 관람했다. 필자가 관람을 마친 후 느낀 감정은 한마디로 얘기해서 '지릴 뻔 했다'는 것이다.


본 시리즈 삼부작(레거시는 시리즈에서 제외시킨다.)은 평론가들에게도 호평을 받았던 완성도 높은 첩보영화였다. 사실 본 시리즈로 인해 첩보영화의 판도가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폴 그린그래스 스타일의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편집, 장소와 서스펜스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군중 속 추격신을 더불어 맨투맨 액션, 차량 추격신, 거기에 미국이 행해왔던 행동들에 대한 반성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았던 것이 본 시리즈였다.


필자가 제이슨 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서 본 시리즈를 언급한데는 이유가 있다. 제이슨 본은 지난 본시리즈 3편의 스토리가 그대로 이어져서 내려오기 때문에 지난 3편의 복습이 필수적인 영화다. 전작들이 워낙에 액션에서나 스토리에서나 훌륭한 영화였기 때문에 시간을 좀 투자하셔서 보더라도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우선 '제이슨 본'이라는 제목을 언급하고 넘어가려고 한다. 지금까지의 본 시리즈의 제목(본 아이덴디티,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 본 레거시)과는 다르게 이번 영화의 제목은 대놓고 주인공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제이슨 본'이다. 왜 갑자기 이런 제목을 택하게 된 것일까?


이유는 두가지가 있다. 우선 아이덴디티, 슈프리머시, 얼티메이텀, 레거시는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물론 설정과 캐릭터만 따온 수준이라 원작을 보라고 추천해드리고싶지는 않다. 이번 영화의 경우는 원작에는 없는 내용으로 영화를 제작한 케이스기 때문에 제목이 이전과는 다르게 정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두번째 이유는 주인공인 제이슨 본과 관련되어 있다. 예고편에서도 나왔다시피 제이슨 본은 이번 작품에서 드디어 모든 기억이 되살아난 것으로 묘사된다. 이로써 지난 삼부작 동안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위해 싸워왔던 그가 기억을 되찾고 자신이 몰랐던 또다른 진실을 알아내며 비로소 진정한 자신, 즉 진정한 제이슨 본이 되었다는 의미에서의 제목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우선 첩보영화이니만큼 액션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난 후의 필자의 느낌은 '시간이 지나도 제이슨 본의 액션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이었다.2편이었던 본 슈프리머시부터 메가폰을 잡은 폴 그린그래스의 연출 스타일은 곧 제이슨 본, 넘어서 향후 장한 수많은 첩보 영화들의 기준이 되었다. 본 시리즈를 보셨다면 대부분 이해할텐데, 바로 숏 하나하나의 길이가 상당히 짧다는 것이다. 숏의 길이가 짧다는건 그만큼 다양한 카메라로 촬영한 다각도의 영상들의 전환이 매우 빠르게 지나간다는 것이다. (한 숏이 2초도 안되는 경우도 있다.) 


거기에 촬영은 핸드 헬드 기법으로 이루어졌으니 액션신에서는 그야말로 박진감 넘치고 긴박한 영상을 연출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스타일이 어지럽고 난잡하다는 분들도 간혹 계시지만 필자는 이러한 촬영기법이 지금의 본 시리즈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요즘 영상을 만들면서 느끼는거지만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영상, 그것도 매우 순식간에 흘러가는 액션을 담은 영상을 1~2초 단위로 끊어서 편집하는건 대단히 공을 들인 것이다. 자칫 편집이 어긋났다가는 오히려 액션의 흐름이 툭툭 끊길테니 말이다.)


찬양하다보니 얘기가 길어졌는데 다시 돌아와서 이번 영화 역시 그러한 폴 그린그래스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특히 초반의 시위하는 군중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액션신은 필자로 하여금 덩달아 혼란스럽고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후반의 차량 액션신은 가히 명장면이라 할 수 있으니 잘 봐두시기 바란다. 차량 액션에 있어서는 스케일이 상당히 커졌다.)



하지만 우리가 제이슨 본에게 기대하는 것은 단순히 액션만이 아니었다. 본 시리즈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 액션 때문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본 시리즈만의 독특한 스토리의 매력이 있다면 바로 기억을 상실한 제이슨 본이 기억을 찾아 되돌아가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그 과정에서 몸담았던 조직에게쫒기고 싸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과정 속에 관람객들은 함께 이입되어 정체성을 찾아가는 제이슨 본의 사투(사투라 표현하는게 맞을 것이다)에 함께 동참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선 제이슨 본이 기억을 완전히 되찾았다. 기억을 되찾았으니 이제 모든 것을 밝혀내고 CIA에게 한방 제대로 먹이나 싶었는데 기억을 잃기 전의 자신조차 몰랐던 엄청난 진실이 숨어있었고 기억을 되찾고도 또다른 진실을 찾아내야만 하는 제이슨 본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심지어 그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의 쾌감이 전작들에 비해 상당히 부족하다. 굳이 그걸 밝혀내려고 2시간 내내 그 고생을 한건가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때문에 오히려 본 시리즈만이 가졌던 매력이 허무하게 무산되어버렸다. (제이슨 본은 도대체 모르는게 왜 이렇게 많은거야?)



제이슨 본을 보다보면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저 내용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그렇다. 이번 영화는 그야말로 전작들이 가지고있던 요소들을 이것저것 가져다가 짬뽕시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스포일러가 될거 같아서 자세히 언급은 못하지만 본 시리즈 3편을 보신 뒤에 제이슨 본을 보시면 필자가 무엇을 얘기하는건지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제이슨 본은 액션에서의 스케일이 상당히 커졌다. 뿐만 아니라 스토리에서의 스케일도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번 영화에서 양쪽의 스케일이 커진 것은 칭찬할만한 요소가 아니다. 특히 제이슨 본 이외에도 여러 인물들에게 비중을 두고 각자에게 사연을 부여한다. (본 시리즈를 통틀어 거의 처음으로 암살자가 대사와 사연을 가진다.)


액션과 스토리의 스케일은 키워놨는데 막상 키워놓고보니 시간도 부족할 뿐더러 주변 인물들에게 불필요한 사연들을 부여하여 결국 제이슨 본을 제외한 각 캐릭터들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지게 된다. (해더 리라는 캐릭터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 앤지 아직도 모르겠다.) 쉽게 말해 볼거리와 오락성에 치중한 나머지 정작 신경써야할 부분을 놓친 꼴이다. 폴 그린그래스가 연출했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결말부를 보아하니 일단 속편이 나오기는 할 것 같은데 속편이 나오고 나면 설득력이 떨어졌던 인물들에 대한 이해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다음 작품에서는 폴 그린그래스가 각성하여 이전 본 시리즈 3부작의 명성을 다시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를 본 후의 감상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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