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서의 독서 칼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자세

성석제의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학교 문학시간에 성석제의 소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배웠다.비록 일부분이었으나 남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주인공 황만근의 모습이 감동을 주었다. 또한, 황만근을 무시하는 이기적인 마을 사람들과, 유일하게 그의 진면목을 알아보고 실종된 그를 찾기 위해 애쓰는 외부인 민 씨의 대립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교과서에는 전국 농민 총 궐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가 결국 궐기 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황만근을 찾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과, 그가 사라지고 나서야 그의 진가를 알게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까지만 수록되어 있었는데, 결말이 무척 궁금해졌다. 실종된 황만근을 결국 찾게 되는지도 궁금했고, 작가가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에 대해서도 더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에 책을 구매해 읽기 시작했다. 전체 이야기를 다 읽고나자 교과서에서 일부분을 읽었을 때보다 훨씬 감동을 받았고, 주인공 황만근의 삶의 태도에서 커다란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다.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가난한 농부 황만근은 지능이 모자라 아이들에게까지 반편이라고 놀림을 받으며,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말도 어눌하다. 그는 어머니를 봉양하며 아들과 함께 작은 농촌 마을인 신대리에서 살아가는데, 마을의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대가를 바라거나 생색을 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농가 부채탕감 촉구를 위한 전국 농민 총궐기 대회가 열리던 날 황만근은 실종된다. 마을 사람들은 처음에는 황만근의 실종을 대수롭지 않은 일로 받아들이고, 그를 찾아나서는 것도 성가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황만근이 도맡았던 마을의 궂은 일들을 직접 하며 마을 사람들은 황만근이 그간 얼마나 마을에서 성실하게 일해왔는지 깨닫고, 그의 빈자리를 느끼게 된다. 궐기 대회에 참가하려고 경운기를 끌고 길을 나섰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황만근은 실종된 지 일주일만에 주검이 되어 마을로 돌아온다.1

 

 

주인공 황만근은 모자란 듯 그려지며, 그의 엉뚱한 말과 행동은 처음에는 웃음을 유발한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가며 그의 진면목을 알게 되었다. 그는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효자이자, 어린 아들을 살뜰히 챙기는 따뜻한 아버지이다. 황만근은 이기적이고, 본인의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마을 사람들과는달리 순수하고 이타적이다. 또한 그는 학식이 높지는 않아도 언제나 공평무사했으며, 노인들을 배려했다. 이런 황만근의 진면목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를 농담거리 삼는 마을사람들을 통해 작가는 메마른 농촌의 인정과 사람들의 위선을 풍자하고 있다. 또한 유일하게 황만근의 지혜와 인품을 알아보는 작가의 대리인 민 씨를 통해, 황만근의 인간됨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이러한 삶의 양식을 실천할 것을 강조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이며, 우직하고 이타적인 이들을 이용해 본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급급하다. 이러한 현대인들에게,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황만근의 삶의자세는 큰 깨달음을 준다. 교활함과 이기심이 아닌 순수함과 진정성으로 남들 대하고 세상을 살아간다면, 우리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참고 및 인용 자료 출처]

 

1. 성석제,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창비,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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