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채의 약학 칼럼] 약의 부작용으로 1만 명 이상의 기형아가 태어났다

역사상 최악의 약해 사고, 탈리도마이드 사건

 

‘펜벤다졸’이라는 개 구충제가 항암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논란이 되고 식약처는 절대 먹지 말 것을 권고하였다. 임상 시험을 통해 그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에게 이 개 구충제는 열풍이 불었다. 임상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이는 많은 인명 피해를 낳을 수 있다. 그렇다면 역사상 최악의 약해 사고는 무엇일까? 바로 ‘탈리도마이드’ 사건이다.

 

‘탈리도마이드’ 사건이란, 탈리도마이드 약을 먹은 산모들이 기형아를 낳은 1만여 건의 대형 사건이다. 탈리도마이드의 화학식은 C13H10N2O4로, 탈리도마이드 의약품은 입덧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어 많은 임산부가 사용하였다. 하지만 이 약을 먹은 산모에게서 혈관이 억제되는 부작용으로 인해 사지가 없거나 짧은 신생아들이 태어났다. 이 아이들은 신체적 기형뿐만 아니라 생존율도 낮았고, 겨우 살아남은 아이들도 후유증을 안고 살아야 했다. 이 약은 거의 5년 간 사용되었는데, 그 때문에 유럽에서만 8천 명, 전 세계 48개국에서 1만 2천여 명 이상의 기형아가 태어났다.

 

그렇다면 안전한 약으로 알려진 이 탈리도마이드가 왜 이러한 끔찍한 결과를 낳은 걸까? 나중에서야 밝혀진 문제이지만, 그 문제는 바로 ‘광학이성질체’에 있었다. 먼저 이성질체란 무엇인지 알아보자. 화학에서, 이성질체란 같은 분자식을 갖지만 구조식은 다른 화합물을 말한다. 이성질체 현상은 크게 두 가지 형태를 나타내는데, 구조 이성질체와 입체 이성질체가 그것이다. 구조 이성질체는 원자의 연결 순서가 다른 이성질현상이다. 입체 이성질체는 연결 순서와는 관계없이 기하적 위치에 의하여 차이를 보이는 이성질현상이다. 입체 이성질체는 또 광학 이성질체와 부분입체 이성질체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광학 이성질체란, 거울상 이성질체라고도 하는데, 서로 거울상 관계인 입체 이성질체를 말한다. 부분입체 이성질체란 입체 이성질체 중에서 광학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두 분자 간의 관계이다. (참고: https://ko.wikipedia.org/wiki/이성질체)

 

 

탈리도마이드 분자는 두 가지 광학 이성질체의 형체를 가지고 있었다. 이중 한쪽은 약의 효능이 있지만, 반대쪽은 혈관을 억제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이러한 거울상 이성질체는 분리하여 한쪽 이성질체만을 사용한다. 하지만 탈리도마이드는 몸속에서 이성질체끼리 변화가 일어났고, 이 때문에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다. (참고: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open_kbsi&logNo=221486195827&categoryNo=&currentPage=&sortType=&isFromSearch=true&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

 

그렇게 탈리도마이드는 역사상 최악의 약해 사고의 중심에서 금지되어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1964년, 한센병(나병) 환자가 다른 진정제와 진통제에 효과를 보이지 않자 탈리도마이드를 처방받고 기대치도 않던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형질세포가 과다 증식하면서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의 수치를 감소시키는 다발성 골수종 환자 치료에도 탈리도마이드가 사용된다. 세포 증식을 차단하고 세포 자멸을 일으키며 효과를 보인다.

 

 

탈리도마이드 사건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필자는 먼저 약물 부작용에 대해 말해보고 싶다. 모든 약물에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긍정적 효과가 훨씬 큰 경우에 우리는 약을 사용하며 살고 있다. 그래도 약을 사용할 시 부작용에 대한 각별한 주의는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미국 FDA가 탈리도마이드의 임상에서 부작용이 해결되지 않는 부분을 보고 승인하지 않아, 미국의 피해 사례는 한 자릿수였다. 이처럼 치명적인 부작용이 예상된다면 아무리 효과가 긍정적이더라도 사용을 해서는 안 된다. 또한, 모든 신약을 출시하기 전에 엄격한 임상시험을 거치고, 부작용을 확인한 후 상용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반 사람들은 전문가가 아니기에, 시중에 판매하는 약에 대해 큰 고민 없이 섭취할 것이고, 이것이 불쏘시개가 되어 막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이 엄격한 임상 시험을 거쳐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소비자들도 각별히 주의하고 철저히 확인하여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화학적 약품에는 거울상 이성질체 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의약품 부작용 신고 건수 중 대다수가 화학 합성 의약품이었다. 우리의 수명이 점점 연장되고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작용 없는 약을 개발하는 것은 우리의 과제가 되었다. 이러한 면에서 화학 합성 의약품의 문제점을 보완할 ‘바이오 의약품’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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