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나의 문학 칼럼] 당신은 착한 사람입니다

고전 문학에서의 권선징악 구조, 사람들은 왜 언더독 효과에 휩쓸리는가?

 

 

콩쥐 팥쥐의 중에서 착한 콩쥐가 결국은 원님과 결혼한다든가, 흥부와 놀부 중에서 결국에는 착한 흥부가 부자가 된다는 흔하디흔한 전래동화들은 우리의 동심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이렇게 대부분의 고전 문학 작품에는 약자가 강자에 승리하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의 구조가 매우 잘 드러난다. 권선징악은 오래전부터 고전 문학에 사용된 구조이기에 유치하고 지지부진한 인상을 주기도 했으나 이런 선명한 주제 의식은 독자에게 일련의 교훈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잠시 문학의 관점에서 벗어나 사회·과학 관점에 빠져보도록 하자.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란 사람들이 약자라고 믿는 주체를 응원하게 되는 현상, 또는 약자로 연출된 주체에게 부여하는 심리적 애착을 의미한다. 스포츠 경기, 영화, 드라마 등에서 질 것으로 예상되는 주체 즉, 약자를 ‘언더독(Underdog)’, 이길 것으로 예상되는 주체 즉, 강자를 ‘탑독(Top dog)’이라고 한다.1 이러한 장르에서 언더독의 승리는 예상을 벗어날수록 극적인 효과를 더한다. 문학 작품 속이 아닌 우리의 삶에서 예시를 들자면, 스포츠 경기에서 유력한 1위 후보에게도 찬사가 쏠리지만, 악조건을 이겨내고 열세에 맞서는 선수도 동정과 관심이 쏠리는 것이 당연하다. 저자는 언더독 효과 즉, 권선징악 구조가 삽입된 고전 문학 작품들을 살펴보고 사람들은 왜 이에 끌리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서동지전(鼠同知傳)>은 쥐들의 소송사건을 소재로 한 의인 소설로 풍자소설의 유형을 띤 작품이다. 이 작품은 다람쥐가 서대주에게 한 번 은혜를 입고도 배은망덕한 태도를 보이며, 백호 산군에게 서대주를 허위로 소송하였으나, 현명한 판관인 백호 산군이 간악한 다람쥐에게 벌을 준다는 줄거리를 통해, 인간사회에도 간악한 다람쥐와 같은 배은망덕한 인간이 있음을 경계하는 것을 주제로 하고 있다. 언더독 효과를 적용해보면 다람쥐의 거짓 소장에 의해 피해당하는 서대주가 언더독, 베풂을 받고도 배은망덕한 태도를 보이며 백호 산군에게 거짓 소장을 보낸 다람쥐가 탑독의 역할을 한다. 이야기의 끝부분에는 결국 언더독인 서대주가 탑독인 다람쥐를 용서하는 장면으로 작품의 주제인 권선징악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옹고집전(雍固執傳)>은 옹진 고을에 사는 인색하며 불효한 인간인 옹고집이 가짜 옹고집에게 호되게 당해 자신의 죄를 참회하고 불교 신자가 되는 개과천선의 줄거리이다. 사람의 도리를 다하지 않고 자신의 부를 권력으로 삼아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에게 악행을 일삼았던 옹고집은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다. 언더독 효과를 대입해보면 악행을 일삼던 옹고집은 탑독이고 그런 옹고집에게 당하는 사람들은 언더독이 된다. 여기서는 특별하게 도사라는 조력자가 등장하여 언더독을 지지해주며 옹고집에게 벌을 줌으로써 사람들의 소망을 이뤄준다. 이런 도사의 행동을 통해 옹고집은 크게 참회하며 개과천선하므로 <옹고집전> 또한 권선징악과 언더독 효과를 잘 드러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창선감의록(彰善感義錄)>은 화진이라는 인물이 심 씨와 화춘에게 모질게 당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심 씨와 화춘도 개과천선하는 내용이다. <창선감의록>은 대개 악인을 징벌하는 데 중점을 둔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악인들 사이의 내부 갈등에 의해서 그들의 죄가 밝혀지고 그들의 개과천선을 유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 작품에도 언더독 효과를 대입해보자면, 굳은 모함을 버텨내고는 결국에 능력을 인정받은 화진과 그의 조력자는 언더독, 시기와 질투로 인해 화진을 모함한 화춘과 그의 무리는 탑독의 역할을 하여 결국에는 탑독이 어더독의 도움에 감동하여 비로소 개과천선하는 내용을 통해 권선징악을 드러낸다.

 

 

총 3개의 작품을 통해 권선징악의 구조와 언더독 효과가 잘 드러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이러한 작품들이 지금까지 잘 알려진 이유는 그 당시부터 지금까지 인기가 있기 때문이고, 선(善)을 중요시하는 그 시대 사람들의 인식 때문이다. 3개의 작품에서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나 그 시대의 누군가의 문제점을 비판한다는 것이다. <서동지전>에서는 신흥 상공업자의 등장으로 몰락한 양반들의 배은망덕한 태도와 허위의식을 비판한다. <옹고집전>에서는 조선 후기에 백성들을 못살게 구는 부자들의 횡포를 비판한다. <창선감의록>에서는 당시 많이 일어나는 가정의 불화를 비판했다. 이렇듯 악인이 벌을 받거나 개과천선하는 내용으로 그들의 염원을 해소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언더독 효과에 휩쓸리는 것일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약자에 동병상련(同病相憐)의 감정을 느낀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약자라고 믿는 대상 또는 약자로 연출되어있는 대상에 심리적인 애착을 갖는다. 그리고 그들이 약자라고 믿었던 대상이 강자를 꺾는다면, 그것은 그들에게 큰 희열을 준다. 이를 문학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강자는 그들이 비판하고 싶었던 대상이 되고 약자는 문학 작품을 읽는 독자와 동일시되며, 작품 속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경우 자신과 동일시된 약자의 승리가 큰 기쁨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때문에, 독자들은 자신과 비슷한 약자가 승리하는 언더독 효과에 열광하게 된다. 현대에 와서는 더 나아가 이러한 문학 작품에 나타난 선악을 재조명해 ‘그 인물은 과연 정말 선한 자인가?’에 대한 물음을 제시하기도 한다. 선(善)을 중요시하는 권선징악 구조의 문학, 이 탐구를 통해 현대에 재조명되는 새로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자.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참고: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5695902&cid=43667&categoryId=43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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