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채희의 한식 칼럼] 어느새 찾아온 가을, 우리는 여름에 어떤 음식을 먹었는가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어느새 우리에게는 가을이 찾아왔다. 더운 날씨에 코로나 사태로 인한 마스크 필수 착용이 의무화된 2020년의 여름은 어느 때보다 더웠던 것 같다. 옛날이라면 친구들과 함께 수학여행과 약속들로 추억을 쌓았을 이번 여름은 나에게 한 그릇의 추억을 남겨주었다.  깊은 검은색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 나오는 여름의 뜨거운 보양식, 바로 삼계탕이다. 1년 중 가장 더운 기간이라고 알려진 초복, 중복, 말복의 삼복더위를 이기기 위해서 사람들은 이열치열의 마음으로 삼계탕을 먹는다.

 

 

삼계탕은 실제로도 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효력이 있다. 닭을 삶을 때 넣는 인삼, 대추, 엄나무와 같은 한약재들이 사람들에게 활력을 주고 힘을 솟는 데 도움을 준다.  만성피로를 가진 사람이나 더위 때문에 식욕이 떨어진 사람들에게 이만한 보양식이 없다. 그리고 닭을 물에 삶아주듯이 오랫동안 우려내다 보니 닭에 있는 단백질이 국물에 많이 흘러나와 더위에도 끄떡없는 튼튼한 몸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이렇다 보니 복날만 되면 많은 삼계탕  가게들이 바쁘게 음식을 만들기 시작하는 것 같다. 여름에 직접 삼계탕을 먹으러 가게를 찾아갔을 때도 삼계탕을 먹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선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번 글을 통해 삼계탕에 대해 조사해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삼복더위에 삼계탕을 챙겨 먹는 것은 기념일을 챙기는 것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삼계탕을 귀신을 쫓기 위해 먹기 시작한 팥칼국수처럼 마땅한 유래를 가지고 있지 않다. 조사를 위해 친구들에게 복날에 왜 삼계탕을 먹고 있는지 알고 있냐는 질문을 해보았는데, 다들 부모님이 복날에 삼계탕을 드셔서 자신도 자연스레 따라서 먹게 되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내 생각으로는 생일에는 케이크를 먹고, 졸업한 날에는 짜장면을 먹는 것처럼 삼복에 삼계탕을 먹는 것도 많은 사람들에게 습관처럼  굳어져있는 하나의 관습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보통 닭을 이렇게 맑게 육수를 내어 끓여 먹는 경우보다는 치킨과 같이 반죽을 묻혀 튀겨먹는 경우가 많다. 일부 사람들은 닭이 목욕한 물을 마시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삼계탕 같이 닭을 우려낸 국물을 잘 먹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다면 만약 삼계탕을 맑은 육수를 내지만 색깔이 있게 만들면 어떨까? 찜닭이나 닭도리탕 같은 경우는 색깔이 확실히 드러나지만 그만큼 주문 즉시 우려진 국물을 데우기만 하면 되는 삼계탕보다 오래 졸여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들고, 맑은 육수라기보다는 걸쭉하거나 아예 국물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하나의 관습 같은 음식인 이 삼계탕을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더욱 다양한 색과 맛의 삼계탕이 개발되고 더 나아가 수출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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