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연의 KPOP 칼럼] 아이돌 팬들이 ‘스밍’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AI와 싸우는 아이돌 팬들과 그들이 사용하는 수많은 덕질 용어들

과거에는 음원 차트 순위로 대중성이 증명되었다. 그러나 요즘의 음원 차트 순위는 대중성이 아니다. 어느 아이돌의 팬덤이 큰지, 또 어느 팬덤이 화력이 센지를 알게 하는 척도이다. 게다가 사재기까지 가세하여 대중들이 선호하는 음악을 알아보기 어렵다. 팬들은 컴백한 아이돌의 음악을 음원 차트 상위권에 앉힌다. 팬들은 어떤 방식으로 음악을 차트인 시키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소개한다.

 

아이돌 팬들은 아이돌을 위한 소비를 한다. 많고 많은 소비 중, 음원 스트리밍을 예로 들겠다. 스트리밍은 “음악 파일이나 동영상 파일을 스마트폰 따위의 휴대용 단말기나 컴퓨터에 내려받거나 저장하여 재생하지 않고, 인터넷에 연결된 상태에서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일. 또는 그런 재생 기술이나 기법(출처:네이버 국어사전)”이고 이를 줄여 스밍이라 한다(스밍은 우리말샘에도 등록되어 있다). 팬들은 음원 스밍을 하여 해당 음원 사이트의 차트에 아이돌의 노래를 올린다. 지난 앨범의 타이틀곡을 같이 올리기도 하고, 앨범 전곡을 줄 세우기도 한다. 그저 팬이 많아서 동시간대에 같은 곡을 듣다 우연히 나온 결과가 아니라 의도적인 스밍이 곡을 차트 상위권에 앉힌 것이다.

 

 

팬들의 의도적인 스트리밍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팬들이 많이 사용하는 SNS인 트위터에는 각 아이돌 팬덤마다 스밍 독려 계정이 있다(음원 사이트별로 구분되어 있는 경우도 간혹 있으나 요즘은 거의 없다). 이 음원 스밍 독려 계정은 다양한 이름을 가진다. ‘스밍 독려’, ‘스밍 총공’, ‘음원 총공’, ‘음원 정보’ 등의 단어를 사용한 이름을 사용한다. 예를 들면 <○○ 음원 총공팀>이라는 이름의 계정으로 팬들을 이끄는 것이다. 여기서 총공은 ‘총공격’의 준말로 여러 명의 팬이 힘을 모아 아이돌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을 말하고, 여기서 아이돌을 위한 일이란 시상식 투표 등이 있다.

 

이 계정에서는 먼저 스트리밍 플레이리스트를 짠다. 준말로는 스트리밍을 생략해버린 ‘플리’, 스밍 리스트를 줄인 ‘슴리’가 있다. 많은 스밍의 역사를 거쳐오며 아이돌 팬들은 한 곡만 주구장창 듣는다고 순위에 오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마침내 일정한 형식을 갖춘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하여 해당 플레이리스트를 스밍하면 순위에 오를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정형화된 플레이리스트를 이미지 파일로 만들고 배포하는 것이 이 계정의 역할이다. 더불어 스밍 총공은 시간을 정하는 경우도 있고, 그 일정을 짜기도 한다. 예를 들면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집중하여 스밍을 하는 것이다. 팬들은 서로에게 총공 시간에만 스밍하는 것보다 숨 쉬듯이 스밍하는 것을 가장 권장하며, 이때 ‘숨스밍’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제 팬들은 배포된 플레이리스트 이미지를 참고하여 음원사이트에서 플레이리스트를 짠 뒤 그 플레이리스트를 스밍 하게 된다. 팬들의 스밍은 이런 투로 전개되고 그 체계적이고 의도적인 스밍이 곡을 차트에 올리게 된다.

 

 

그러나 음원의 인기 순위를 볼 수 있는 음원 차트를 팬들이 덮어버린다면, 더 이상 대중의 취향은 알아볼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팬들이 스밍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다수의 팬들에게는 아이돌을 위한 자신의 노력과 그 성과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 노력이 스밍, 그에 대한 성과가 차트인 이다. 스밍은 차트인 뿐만 아니라 아이돌에게 상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2019년 골든디스크의 경우 “판매량 집계 60% + 전문가 심사 40%(출처:골든디스크 공식 홈페이지)”로, 음원, 음반 판매량이 가장 크게 반영된다. 이러한 심사 과정 또한 팬들을 스밍 하게 하기 충분하고, 또 위에서 언급하였듯 투표 독려 및 총공을 하기도 한다.

 

팬들의 소비문화에 문제가 없다면, 이 칼럼을 작성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이돌을 위한 소비의 가장 큰 문제는 객관적 평가가 불가하다는 것이다. 대중들은 제작자와 가수를 먼저 고려하지 않다는 점에서 음악에 대한 객관적인 평이 가능하고, 좋고 싫음이 분명하기 때문에 가려서 소비한다. 그러나 팬들은 음악성을 판단하기보다 음악을 부른 사람에게 집중한다. 팬들은 차트 상위권에 있는 자신의 노래를 보고 기뻐할 아이돌을, 연말 시상식에서 받을 상을 기대하지만, 대중들은 음악을 듣는 것에 팬들만큼 큰 가치를 매기지 않는다. 취향과 맞지 않더라도, 빼놓지 않고 모두 좋아하려는 소비 태도는 본인을 위한 것이 아닌 아이돌을 위한 소비 태도이며, 자신도 모르게 아이돌에 대한 감수성이 깊어졌다는 증거이다.

 

음원 차트 조작이 많아진 요즘, 팬들의 스밍은 기계와의 싸움이라 해도 무방하다. 아이돌을 위해 이세돌이 되는 팬들의 열정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팬 문화는 왜 아이돌을 위하고, 팬들의 소비는 과연 합리적인 소비인지 고민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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