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기의 맛있는 IT 칼럼] #14 기술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기술을 갖춘 대한민국 IT 산업,
사람도 갖춰야 한다

'IT 강대국'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필자도 IT가 뭔지도 모르던 시절부터 들었던 말이다. 어쩌면 귀에 박히도록 그 소리를 들었기에 지금 이렇게 IT 기사를 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내 또래는 어른들로부터 자주 대한민국은 세상에서 손꼽히는 'IT 강대국'이라는 말을 들어왔을 것이다. 실제로도 우리나라는 손꼽히는 IT 기술 강국이다. 당장 해외에 나가 우리나라를 소개할 때 '삼성과 LG가 만들어진 곳'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가장 명쾌한 설명일 정도이니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점이 하나 생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IT 강대국' 답게 보유 중인 IT 기술을 잘 활용하고 있을까?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으니 당연히 활용도 잘 하고 있는 것일까? 정답은 'No'이다.

 

 

시장을 좌우하는 '감성'

 

해외의 주요 IT 기업과 한국의 주요 IT 기업의 시가총액을 비교해보았을 때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시가총액이 해당 기업의 수준을 알려주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나라 기업의 기술이 더 우수하다고 여겨지고 실제로도 더 우수하지만, 시가총액에서 차이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필자는 우리나라 기업이 '기술'은 잡았지만 '감성'을 잡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IT 기업이 발전하던 시기에는 감성보단 기술이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가장 큰 요소였다. IT 기업의 주 소비자가 소위 '얼리어답터'라고 불리는 기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기술이 좋다면 대부분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기존의 수요층 외에도 '감성'을 중요시하는 수요층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는 IT 제품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이 바뀌었기 때문이기도 한데 기존에는 IT 제품은 전문적인 이미지가 강했다면 지금은 하나의 사치품, 장신구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치품, 장신구로서 갖추어야 하는 감성을 고려하는 소비자가 생겨났고, 이것이 기업의 매출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사람을 아는 건 사람

 

그렇다면 그 중요하다는 감성을 잡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키는 바로 사람에게 있다. 아니, 서류, 관련 지표, 제품 그 누구도 그 키를 가지지 않고, 사람만이 가지고 있다. 사람을 잘 아는 것은 사람뿐이다. 사람이 느끼는 감성을 잘 아는 것도 사람이다. 그렇기에 감성을 잡는 데는 사람이 사용되어야 한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을 수 있다.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공정 속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투입되는데 사람을 사용하라니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공정에 사람이 진짜로 투입되는가를 생각해보자. 아니, 공정에 투입되는 사람이 사람으로서 투입되는지, 생산도구로서 투입되는지를 생각해보자. 이 질문에는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우리는 하나의 기술 혹은 제품을 생산할 때는 생산하는 사람보다는 실적, 서류를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어찌 되었든 실적만 좋으면 괜찮고 서류만 잘 갖추어지면 훌륭한 프로젝트로 여겨졌다. 하지만 앞 내용에서 필자가 감성을 잡는 키는 '사람'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의 공정 속에서 있었던 실적과 서류는 감성을 잡는데 아무짝에 쓸모없다.

 

물론 공정에서 서류와 지표가 상당히 중요시한다는 걸 안다. 그렇기에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서류도 중히 여기지만 사람 또한 생산도구가 아닌 사람으로서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상명하복(上命下服)식 운영보단 자유롭게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방식의 공정, 열정페이가 아닌 정당한 노동과 보수가 보장되는 공정 즉 사람중시 공정이라면 감성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존중되는 공정이기 때문이다.

 

사람중시 공정과 기술중시 공정의 결합

 

필자의 주장을 꺼린다면 그 이유는 아마 기술중시 공정과 사람중시 공정이 결합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만일 그 이유로 사람중시 공정을 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안심하여도 좋을 것 같다. 왜냐면, 사람중시 공정이 갖춰지면 기술중시 공정은 더 성장한 모습으로 갖춰지기 때문이다. 사람중시 공정은 단순히 의견을 받는 것이 아닌 프로젝트의 구성원 하나하나가 소속감을 느끼고 자유로운 의견 도출을 통한 책임감을 느낄 수 하는 데 의의가 있다. 따라서 사람중시 공정이 적용된 프로젝트라면 구성원 개개인의 참여도가 높아져 결국 기술중시 공정보다 더 높은 효율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의 것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 앞에서 비교한 기업들조차 이러한 체계를 갖추는 데 많은 시간이 들었으며 현재도 잘 갖추지 못한 상태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기술에서 뛰어난 능력을 갖췄단 걸 잊어선 안 된다. 우리가 가진 기술을 사람 중심의 공정과 결합한다면 그 시너지는 어떤 국가도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것이다.

 

 

인용 내용과 출처

 

1) 조선비즈, 2019, 2030세대가 비싼 아이폰·갤럭시 쓰는 이유는...'소확행'?(안별) -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01/2019020102047.html?utm_source=urlcopy&utm_medium=share&utm_campaign=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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