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솔지의 공간 칼럼4] 공간을 이야기하는 책, 읽어볼까?

집에 대해 생각해보기 좋은 나날이다. 집값이 높아진 상황에서 내가 살 집은 있는지, 많은 비로 집이 침수되는 상황에서 안전한 집은 무엇이지 고민하다 보면, 근본적으로 인간에게 집은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래서 오늘은 생각을 도울, 공간과 주거를 다룬 책들을 소개하려 한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조지오웰, 한겨레출판),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콜린 엘러드, 더퀘스트),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유현준, 을유문화사). 『에듀케이션』(김승일, 문학과 지성사), 총 4권이다.

 

조지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조지오웰’ 하면 동물농장이나 1984를 많이들 떠올린다. 오늘 함께 볼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은 앞의 두 책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조지오웰이 주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1936년 지어진 책으로, 북부 산업지대의 주택 문제를 미시적으로 다루고 있다. 우선 슬럼가 재개발에 대한 그의 생각이 나온다. 조지오웰은 슬럼을 헐고 주택단지를 건설한다면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공동체가 소멸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노동계급은 일종의 친목클럽인 선술집에서 모여서 친목을 다지고 공동체를 유지하는데, 슬럼을 헐면 이런 친목클럽이 사라지며 공동체도 사라진다는 지적이다. 또한 슬럼을 철거하면 일터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곳으로 사람들을 내팽겨쳐지는 일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슬럼을 철거해 공동주택을 짓고 노동 계급이 살게 한다고 해도 그 집을 사람들이 진짜 집처럼 생각하지는 않을 거라고 한다. 주택 공급 부족 문제에 대한 생각도 보인다. 북부 도시들이 공공건물을 호화롭게 지으면서 주택 부족 문제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주거가 산다는 의미 이상으로 인간의 삶과 다양한 부분에서 연결된 중요한 요소라는 걸 생각하게 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와 조지오웰이 기술한 1936년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현대사회 주거 문제의 해법을 모색해볼 수 있어 좋은 책이다.

 

콜린 엘러드.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

심리지리학을 아는가? 신경과학과 건축, 환경 설계를 접목한 학문이다. 쉽게 말해서, 공간이 인간에게 주는 심리적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는 심리지리학을 바탕으로 쓰였다. 공간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주는 책이라 소개하고 싶었다. 우리가 집을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할까? 책에 따르면 우리가 처음에 살았던 집이 우리의 기준이 되어 집을 선택할 때마다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어떤 선이 동물의 스트레스를 줄일까? 도살장에 가는 동물이 곡선 길을 따라갈 때 스트레스가 더 적다고 한다. 공간이 사람에게 다방면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알아보고 싶다면 이 책을 권유하고 싶다.

 

 

유현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홍익대 유현준 교수가 쓴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이다. 도시를 인문적 시선으로 바라본 책이다. 앞서 소개한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처럼 공간이 인간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도시를 수학적으로, 또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집의 건축 원리와 도시의 설계 원리가 궁금하다면 읽어보라. 아파트 규제 완화를 다룬 기사에서 종종 언급되는 스카이라인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는 책이라, 현대 사회 도시 문제를 이해하는 기초지식을 쌓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김승일, 『에듀케이션』

마지막은 시집이다. 김승일은 <펜은 심장의 지진계>, <생생한>과 같은 시를 쓴 시인이다. 그는 독특한 언어로 현실적인 묘사를 한다. 이 시집에 공간과 관련된 시들이 좀 있는데, <화장실이 붙인 별명>, <방관>은 공간 중 화장실을 소재로 한다. 시인은 화장실은 좀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에게 있는 화장실은 결코 안전한 공간이 아니다. 변기에서 쥐가 튀어나오고, 바닥에는 오줌이 있고, 치약 거품은 천장에 뱉어져 있는, 그런 곳이 바로 화장실이다. 공간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하는 시집이라 추천한다.

 

이렇게 공간과 주거를 다룬 4권의 책을 살펴보았다. 이 책들 모두 집에 대해 생각해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공간 칼럼]은 인간의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공간'을 이야기합니다. 인간 삶에서의 공간의 의미를 탐구하고, 공간과 관련된 각종 논의 및 사안을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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