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후영의 건축 칼럼] 서울, 아는 만큼 보인다

서울에는 현재 1,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여러분도 그중 한 명일 수도 있다. 여러분은 서울이 좋다고 생각하는가? 정석 교수의 책 <나는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다> 를 읽은 후부터 서울의 모습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독서를 한 후, 서울의 잘못된 점과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나가야 할 서울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았다.

 

<서울은 걷고 싶은 거리?>

도시가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는 ‘걷고 싶은 거리’가 되는 것이 기본이다. 우리는 공허하고 아무도 없는 거대한 광장을 걷기보다는 아담한 골목길을 걷는 것을 좋아한다. 그 이유는 우리가 넓은 곳을 걸을 때는 상대적으로 자신이 작아지는 느낌이 들고 심지어 주변이 거대한 빌딩 숲이어도 위압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서울의 테헤란로는 왕복 10차선 도로고 양옆으로 빌딩이 들어서 있어 걷고 싶은 거리는 아니다. 반면 명동은 상가 사이사이 골목길이 나 있어 걷기 좋은 거리이며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가 많다. 또한 상점이 많은 거리도 한 몫을 한다. 상점이 많을수록 우리의 결정권은 더욱 다양해지고 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걷고 싶은 거리를 찾아서 걷고 있었던 것이다. 서울에 빌딩은 차고 넘치지만 걷기 좋은 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변 조경이나 상점의 개수 조절 등 작은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오래된 것이 가장 현대적이다>

서울의 역사를 살펴보자. 삼국시대부터 서울은 고대인들의 삶의 터전이었고 서울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삼국이 애썼다. 그렇게 서울은 현재까지 20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고 역사의 흔적이 아주 잘 남아있다. 그러나 우리는 서울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새로운 건물을 짓고 다시 헐고 다시 콘크리트 붓기를 반복한다. 사람에 비유하자면 성형중독과 같다. 그사이 우리의 문화유산들은 방치된다. 그러나 오래된 것을 간직한 도시가 가장 현대적이다. 한 사례로, 일제강점기 때 일제는 서울의 성벽을 허물고 동대문 운동장을 지었다. 운동장이 철거된 후, 유적지가 발견되었다. 그러나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를 짓기 위해 그 유적을 덮어버렸다. 나는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다. 왜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을 방치하고 해외 건축가의 작품으로 덮어야 했을까? 물론 튀는 건축물로 성공한 사례도 있다. 바로 구겐하임 미술관인데 이것은 쇠퇴하던 산업도시를 살린 사례이다. 반면 서울은 이미 많이 발전한 도시이므로 DDP를 지어야 할 명분이 없었다.

 

 

<서울의 미래>

서울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역사가 깊은 도시이다. 우리는 서울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 그러나 정확한 시각에서 서울을 바라보려고 노력하며 비판적인 면도 필요하다. 또한 서울은 서울답게 본질적인 것은 항상 변하지 않아야 한다. 마치 우리가 경복궁을 복원하여 잘 관리하는 것처럼 우리의 전통을 지키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더불어 건축물은 주변 분위기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글에서 맥락을 파악하듯이 건축물을 지을 때도 서울의 전체적인 모습, 분위기를 숙고해야 한다. 이제 우리가 만들어갈 서울은 어떨지 기대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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