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솔기의 국제 칼럼] 에어컨의 불편한 진실

“올해는 진짜 에어컨을 꼭 장만해야겠어.” 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쯤 무더위 속에서 엄마가 나에게 건넨 말이었다. “엄마가 에어컨을 사준다고?” “응, 요즘 날씨 너무 더워서 못 버티겠더라.” 평상시 더위를 많이 타는 나와 정반대인 우리 엄마는 항상 여름을 선풍기로 거뜬히 이겨내셨고, 그런 엄마한테서 더우므로 에어컨을 사자는 말이 먼저 나온다는 건 정말이지 내 인생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일 중 하나에 손꼽힐 것이다.

 

언제 여름이 이렇게까지 더워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TV에서 봤던 것처럼 지구가 급격히 뜨거워지고 있는지를 느꼈고, 분명 당장 더위를 막아주는 에어컨도 지구를 헤치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시원해지기 위해 사용하지만 실제론 지구를 덥게 만드는 에어컨 세상에서 가장 모순적인 발명품일 것이다. 하지만 막상 사람들은 에어컨 사용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일단은 시원해야 되니까. 많은 사람이 이렇게 말하곤 한다. 과연 그들이 에어컨이 사람들과 많은 동물을 죽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반응을 할까? 아니 어쩌면 이미 알고 있음에도 묵인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은 에어컨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려 이 칼럼을 써보고자 한다.

 

 

에어컨은 주변의 열을 흡수해 실외로 내보내며 실내온도를 시원하게 유지한다. 당연히 전기에너지가 많이 들 수밖에 없고, 결국 에어컨이 있는 실내를 제외한 곳은 더더욱 뜨거워진다. 에어컨 실외기가 뜨겁고 소음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러한 에어컨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프레온 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수만 배 높은 온실가스를 생성하는 수소불화탄소를 배출하고, 이는 오존층의 파괴, 그리고 그로 인한 질병으로 이어진다. 프레온가스 분자 하나가 약 10만 개의 오존 분자를 파괴하고, 사람들이 오존층에 더욱 크게 노출됨에 따라 백내장, 피부암 등의 질병 발생확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오죽하면 피서객들의 천국이라고 불리면서도 오존층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호주의 2018년 20대 백내장 발병률이 세계 1위일까. (참고: https://news.joins.com/article/339164)

 

이뿐만이 아니다. 에어컨을 가동할 때 소요되는 전기에너지에 의해 빙하 해동이 가속화되고 해수면이 상승해 지대가 낮은 섬나라들이 물에 잠겨 수많은 환경 난민들이 발생한다. 남태평양에 위치한 작은 섬인 투발루는 이미 9개의 섬 중 2개가 물에 잠겨 주민들이 주변국에 난민 지위를 신청했지만 대부분이 거절당하고 새 보금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다. (참고: http://www.atla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9)

 

 

 

정말 아이러니한 것은, 지구촌 사람들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가 자신들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고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지구온난화는 남의 얘기가 아니다. 유엔 난민기구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매년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2천5백만 명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고 한다. (참고: http://bitly.kr/VgCnuA1qc7 ) 우리가 집에서 시원하게 틀어놓는 에어컨이 난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뼈를 부러뜨리면, 그 사람의 뼈도 부러뜨린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문법이라고 알려진 함무라비 법전에 적혀있는 내용이다. (인용: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833171&cid=43072&categoryId=43072우리가 지구를 아프게 한다면 지구도 우리를 아프게 할 것이다. 지구는 계속해서 더워지고 있고, 점점 많은 희생자가 생겨나고 있다. 우리가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가 지구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후손들로부터 지구를 빌리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지구의 주인이 아니며, 그렇기에 지구에 감사하며 소중히 다루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아마 많은 학생이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알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현재 지구에서는 환경보호를 위해 점점 많은 사람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이 목소리들을 무시하지 않고 국제적 긴급 안건으로 다루어 환경보호에 힘쓰기 위해 앞장서는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그저 맞고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의 소중한 지구를 좀 더 시원하게 만들도록 노력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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