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의 시사/심리 칼럼] 21세기 햄릿들을 위한 조언

우리는 지금 시대를 빅데이터 시대, 정보 과부하 시대 등의 이름으로 부른다. 그만큼 세상은 점점 다양한 정보로채워지고 있다. 우리는 그 속에서 매일 선택하고, 결정한다. 일반적인 관점으로 생각해보면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개인의 자유가 많아질수록 사람은 행복해질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 사회에는 죽느냐 사느냐 대신 점심 메뉴를 고민하며 고통스러워하는 햄릿들이 셀 수 없이 많다.

 

 

심리학자 베리 슈워츠의 ‘선택의 역설’에 대해 살펴보자. 우리가 한 번씩은 들어봤을 실험을 소개하겠다. 마트에서 잼 시식회를 열고 두 개의 각기 다른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다. 한 마트에서는 진열대에 6가지 종류의 잼을 진열하였고, 다른 마트에서는 24가지 종류의 잼을 진열하고 시식회를 진행하였다. 이때, 6개의 잼을 진열했던 가판대에서 훨씬 높은 판매율을 보였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소비자들의 가판대 선호도 자체는 다양한 옵션이 있던 시식대가 매우 높았다. 이것이 바로 역설이다. 우리는 많은 선택지를 원하면서도, 실제로 이와 마주칠 경우 힘겨워하는 것이다.  (참고: https://lnsinsight.wordpress.com/2013/12/24)

 

우리는 여러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그 결정을 아예 미루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또한 이렇게 결정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남의 말에 더 잘 휩쓸린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을 때, 전문가의 추천이나 친구의 조언은 더욱 확실한 선택지로 느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일까? 그냥 마음 가는 대로 결정하면 안 되는 걸까?

 

우리가 결정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후회에 대한 걱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 선택을 했을 때 후회하지는 않을지, 다른 선택지가 더 좋은 건 아닐지 고민한다. 선택사항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우리가 포기해야 하는 선택지에 대한 후회도 늘어난다. 사람들은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선택지를 고르더라도 포기해야 하는 나머지 선택지들을 신경 쓰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타인의 말을 따르면서 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싶어 한다. 손실에 대한 후회가 발생하면, 남의 탓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좋은 방법일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선택을 하는데 그때마다 남에게 의지할 수는 없는 법이다. 스스로 확신을 가지고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완벽을 향한 욕심’만 버리면 된다. 가장 좋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강박감은 우리를 옭아매게 된다. 때로는 잘못된 결정을 내려도 괜찮다. 점심 메뉴를 잘못 골랐다고 삶이 불행해지지는 않는다. 다른 선택지가 더 나은 결과를 끌어내지는 않았을지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인생을 타인의 인생과 비교하는 행위와 같다. 사실 우리는 누구나 결점이 있지만, 그 결점 또한 자신의 일부이기 때문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마찬가지로, 나의 선택을 다른 선택과 비교하지 않고 그것에 만족하면 된다.

 

 

결정에 만족한다면 후회도 줄어든다. '나는 왜 그런 선택을 했지?'가 아닌 '나니까 그런 선택을 했구나!'라고 생각하자. 나를 가장 잘 아는 것은 나 자신이다. 과거의 내가 그런 선택을 했다면 미래의 나도 그 선택을 이해할 수 있다. 이제는 마음 놓고 결정해보자. 미래의 나는 그 결정을 지지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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