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국제 칼럼] 우리나라는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닙니다.

트럼프의 요구, 그리고 빗발치는 농민들의 반발, 정부의 입장은?

우리나라는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닙니다. 최근 10월 25일 정부는 WTO(세계무역기구)에서 우리나라의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나라의 개도국 지위 포기는 정부의 의지였을까요? 그것은 사실,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의지였습니다. 지난 7월, 트럼프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G20(세계 주요 20개 나라) 회원국, 월드뱅크가 분류하는 고소득 국가, 세계 상품무역에서 비중 0.5% 이상인 국가 등 이 중 1개의 조건에 부합하는 나라는 개도국의 지위를 포기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이 네 가지 조건 모두 부합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지금까지 개도국 지위 특혜를 받을 수 있었을까요?

 

 

1995년, 한국은 개도국으로서 WTO를 가입했습니다. 그러나 그 후, 1996년에 주로 선진국들이 가입한 OECD에 함께하게 되면서 개도국과 선진국이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그러나 한국은 농산물 분야, 기후변화협약에 대해서만 개도국 특혜를 받는 대신 모든 특혜를 포기했습니다. 그렇게 한국은 24년 동안 자국의 안보 차원으로 수입되는 농산물에 높게는 700%까지 관세를 매겼고, 경쟁력이 부족한 국내 생산품에 연간 1조 5천억원이라는 보조금을 지급했습니다. 또, 관세 인하의 폭과 시기를 조정하는데 적은 규제를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면 수입되는 농산물에 높게 매기던 관세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게 되어 국내 농산물의 가격 경쟁력을 한 없이 떨어질 것입니다. 예를 들어, 유일하게 자급이 가능했던 쌀 부문에서, 수입쌀에 부과되는 513%라는 관세율 특혜를 잃게 되어 더 이상 자급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국내 생산품에 지급하던 보조금 또한 줄어 다국적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힘을 잃게 될 것입니다. 그 결과, 현재 농민들은 정부의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에 대하여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개도국 지위 포기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어떠할까요? 정부의 입장은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WTO 가입 이후 약 25년이 지난 지금 GDP(국내총생산) 규모 세계 12위, 수출 세계 6위, 국민소득 3만 불 달성 등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오를 정도로 발전했다고 합니다. 또한 G20, OECD, 국민소득 3만 불을 모두 달성한 나라는 WTO의 164개국 중 우리나라를 포함해 9개국밖에 없고, 우리나라의 경제규모, 위상과 비슷하거나 낮은 싱가포르, 대만, 브라질 등 다수 국가들이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 지금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을 한 상태에서 농민들이 우려하는 결과가 바로 나타나는 걸까요? 그것은 아닙니다. 이번 개도국 지위 포기 협상은 향후 WTO 협상부터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협상이 시작되기 전 까지는 기존 협상을 통해 얻은 특혜가 유지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당장 농업 부문에 미치는 영향은 없습니다.

 

저는 위에 나와 있는 다양한 선진국 조건에 해당하는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국가가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어떠한 대처를 하는 지입니다. 우리나라는 국민에게 약속 했듯이 국내 농업의 민간 분야를 보호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하며, 어떠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포기하면 안 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대책 또한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개도국 지위 포기가 정부가 만들어낸 의지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받아들인 것은 정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농업 보호의 책임은 정부에게 있습니다. 선진국 반열에 오를 정도로 성장한 우리나라가 이번 경험을 국내 산업을 발전시키는 새로운 기회로 삼아 더욱 더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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