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세연의 시사 칼럼7] 발전하는 과학기술, 이대로 괜찮을까

유전자 가위 기술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

‘가타카(1997)’라는 SF 영화에서는 세상이 디스토피아로 그려진다. 디스토피아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토피아의 반대어로 가장 부정적인 암흑세계의 모습을 그려냄으로써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기도 한다.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한 ‘디자이너 베이비’의 시대를 그려내었다. 이러한 SF 영화처럼 유전자 가위 기술과 같은 과학 기술을 상용화한다면, 우리 세상은 디스토피아가 될까 유토피아가 될까?

 

 

유전자 가위 기술로 인간은 유전적 다양성을 상실하고 획일화로 나아갈 것이다. 특정 유리한 유전 인자를 쫓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결과는 새로운 질병에 인간이 멸종될 가능성이다. 이에 대해 ‘빈혈’ 인자를 예시로 들어볼 수 있다. 인간이 빈혈을 극복하는 것을 빈혈 유전자를 통해 없애는 것으로 실현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이는 불필요하다고 인식되는 유전자 서열을 마구마구 없애 결과적으로 완벽해 보이는 사람을 만들어내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렇지만 우리는 과연 ‘빈혈’을 불리한 인자라고 인식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정상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위해 여러 유전적 요소들을 삭제하다 보면 결국 인간들은 거의 단일의 유전자 서열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별로 유전자 차이가 1% 미만으로 차이가 난다면, 미미한 줄 알았던 차이가 많은 면역의 다양성을 낳고 인간에게 특이성을 부여할 수도 있다. 이 사실은 연구 결과에서도 말하고 있는 바이다. 그런데 이런 유전적 다양성을 잃고 획일화가 된다면 면역체계가 굉장히 단조로워질 것이고, 어떤 새로운 질병이 특정 돌연변이에 의해 유발될 때 인간 종 자체가 멸종될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 이것은 ‘바나나’를 예시로 들 수 있다. 바나나는 ‘커번디시’라는 거의 하나의 품종으로 유전적 서열이 부모와 자식이 같아지는 영양 생식으로 길러진다.

 

하지만 이 품종은 ‘파나마병’이라는 감염병에 치명적이어서 멸종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이런 바나나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전적 차이가 작게 나타날 경우, 차이가 크게 날 때 비해 면역체계가 떨어질 수도 있다. 다양한 유전적 다양성은 여러 면역체계를 이야기해주고, 그 과정에서 사람마다 다른 병에 대처하는 방식을 보여줄 것이다.

 

두 번째로, 유전자 가위 기술을 더 발전시킨다면 이것은 새로운 유전적 강화 기술이 될 가능성이 있다. 마이클 센델의 ‘완벽에 대한 반론’이라는 책을 보면, 앞으로의 유전 기술은 단순히 생명 존중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 윤리의 문제를 유발할 것이라는 내용이 있다. 생명 존중이란 죽고 사는 문제에 관한 토론일 수 있지만, 앞으로의 유전 기술은 그것에서 더 나아가 ‘삶의 질’에 관여할 것이다. 이것은 근육을 예시로 들 수 있다. 현재의 연구에 따르면, ‘살아 있는 개에 유전자 가위를 접목시킬 때 근육 퇴행 질환에 일부 효과가 있다.’라는 보도가 있다. 즉 근육이 퇴행 된 잠정적 ‘근이영양증’ 신생아에게 유전자 가위를 주입하여 근육 퇴행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근육이 정상적으로 자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근강화’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즉, 유전자 가위 기술은 앞으로 치료와 강화 사이에서 애매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고, 유전자 가위의 ‘강화’로서의 악용 가능성을 줄일 ‘유전자 가위 치료 프로토콜’이 없는 이상 이 기술은 상용화된다면 윤리적인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윤리적 측면에서 본다면, 유전자 가위 기술은 생명 현상이나 유전 현상을 도구화시킬 수도 있다. 우리는 앞으로 유전 현상에 가치평가의 척도를 부여하여 염기서열에 대해 비정상, 정상을 나눌 것이고 이를 통해 정상을 추구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염기 서열에 대해 ‘정상’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이 논란에 대한 예시를 ‘겸형 적혈구 빈혈’로 설명할 수 있다. 겸형 적혈구를 가진 사람들은 산소의 전달 효율이 매우 떨어지는 적혈구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빈혈을 경험하기도 한다. 하지만 적혈구를 매개로 증식하는 말라리아균에게 저항성을 띠어 말라리아 창궐 지역에서는 겸혐 적혈구를 가진 사람들이 자연선택 되어 왔다. 이를 살펴보면서, 인간들이 ‘열등’ 하다 혹은,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했던 유전 염기들이 다른 질병에 면역이 더 있을 가능성이나 아직 발견하지 못한 다른 연구적 의의 등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 점을 무시하고 유전자 가위를 통한 유전자 정상, 비정상 개념을 도입한다면 과거 유전자에 우열이 존재한다고 말했던 우생학의 부활 가능성을 야기할 수 있다.

 

 

우리는 과학 기술 문명 덕에 수많은 질병에서 해방되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시대를 살면서 수많은 병든 사람들을 살려오고 있다. 앞으로의 유전자 가위 기술이 의학에 도입된다면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의 치료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 기술이 상용화됐을 때 유전적 획일화, 치유/강화 논쟁, 생명현상의 도구화 등의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유전자 가위 기술을 명확하게 의학적 기준과 법적 기준을 가지고 사용하지 않는 한, 이 기술이 상용화되는 것에 대한 의논은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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