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윤의 독서 칼럼] 경희-관습의 문제점

"마음이 있는 이쁜말을 나는 하고싶다."

 

얼마 전, 한 방송에 나온 아이의 행동이 논란이 되었다, 그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아이는 영재발굴단에도 소개되었던 동화작가 전이수 군이었다. 전이수군은 '같이펀딩' 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와 어른들에게 반말을 썼다. 이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 행동에 대해 SNS 상에서는 찬성과 반대가 극명하게 갈렸다. '꼭 존댓말을 써야만 존중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존댓말을 쓰는 것이 옳다." 라는 의견으로 말이다. 부모님의 교육 철학에대한 설명글에서도 이와 같은 논쟁이 이어졌다.

 

나혜석의 소설 '경희' 에서는 그동안의 사회의 관습을 없애고 진취적으로 나아가는 신여성의 모습이 그려진다. 경희는 일본 유학을 가서 많은 지식을 쌓았고 일본 회사에서 월급을 올려 주고서라도 데려가려고 하는, 유망한 여성이다. 하지만 경희가 조선에 왔을 때 혼란을 겪게 된다. 주변에서는 결혼을 재촉하고 아버지, 어머니는 능력있는 딸을 자랑스러워 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평범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여성은 집안일을 해야 하는 것이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관습이었고, 딸에게 교육을 시킨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변인들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경희는 이단이었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을 것이다. 어머니 아버지의 계속된 설득과 주변 사람들의 비판적인 시선 속에서 경희는 고민에 휩싸였다. 결혼을 하면 안정적이고 걱정없이 살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부를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소설 끝부분에 경희는 어렵고 힘들더라고 신여성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자신은 여성이기 전에 먼저 사람이라는 것을 되뇌었고 사회의 관습에 얽매여 살아가는 것보다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며 사는 것이 더욱 가치 있는 삶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희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옛날부터 해오던 일이니까, '여성은 집안일을 해야 한다' 라는 관습을 이유도 묻지 않고 따르려 했다. 자신의 생각과 신념은 없는, 꼭두각시 같은 삶을 살아간 것이다. 이 속에서 경희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녀의 행동은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던 주변 사람들에게 빛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까지도 '내 딸들도 교육을 시켜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동화 작가 전이수 군과 경희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대대로 내려오는 관습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존댓말' 이라는 것에 대해 단 한번도 문제를 제기해 본 적이 없다. 옛날부터 써 왔으니까 당연히 그렇게 해야 되는 줄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전이수 군은 선생님으로부터 상처를 받았고 어른들이 '강요' 하는존댓말을 써야만 공경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공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존댓말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경희처럼 전이수 작가도 많은 사람의 우려와 비판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존댓말 사용 여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고, 각자의 생각이니 존중해야 하지만 그의 주장은 우리를 지배하고 있던 관습의 문제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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