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빈의 정책 칼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어두운 과거, 그리고 변화하는 현재

해리엇 비처 스토의 소설 ‘톰아저씨의 오두막’의 등장인물 톰은 성실하며 신앙심이 깊은 흑인 노예이다. 이 소설의 결말에서 톰은 그를 사들인 주인 래글리에게 모진 학대를 당해 결국 사망하고 마는데, 이는 노예제 반대론자들로부터 19세기 미국에 있었던 인종차별과 노예제도의 비인간성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톰아저씨의 오두막’에서 보여지는 것과 같은 극심한 인종 차별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비단 미국에서만 있었던 일은 아니다. 아프리카 대륙 남부에 위치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악명높은 인종차별이 존재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세계의 정책 칼럼, 그 첫 번째 편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 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다뤄보고자 한다.

 

아파르트헤이트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알아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근대 이후 역사이다. 17세기 중엽,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J.리이베에크가 무역 보급기지 건설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에 상륙한 후부터 네덜란드인의 이주가 계속되었고, 프랑스와 독일의 신교도 또한 이 곳으로 망명해왔다. 이후 18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 걸쳐 영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영토를 점차 식민지화 한 끝에 결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다. 이 때 당시 백인의 비율은 점차 늘어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전체 인구의 16%를 차지했는데 이 과정애서 이들은 백인우월주의에 근거해 나머지 84%의 유색인종들을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차별해왔다. 그러던 1948년, 네덜란드계 백인인 아프리카나를 중심으로 하는 국민당이 단독정부를 수립하게 되면서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은 제도적으로 확립되어 강화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아파르트헤이트’이다.

 

인종 격리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는 버스, 공공시설, 식당 등의 장소에서 유색인종과 백인의 생활영역을 분리함으로써 인종 분리를 추진하는 한편, 유색인종의 참정권을 부정하는 등의 차별을 정책적으로 시행하여 백인이 가지는 경제적·사회적 특권을 유지 및 강화하고자 했다. 국민당 정권은 국제적 비난 속에서도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강화해 왔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반투 자치촉진법에 의거한 ‘반투 홈랜드(Bantu Homeland) 정책’이다. 반투 홈랜드 정책이란 1,800만의 아프리카인들의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적을 박탈한 뒤 ‘홈랜드’라고 불리는 10개 지정지에 격리·수용하고 자치권을 부여하는 정책이나 이는 명목일 뿐 실제로는 아프리카인들을 백인의 관리 하에 두려는 목적으로 시행되었다. 뿐만 아니라 홈랜드에는 척박한 토양만이 할당되어 생존가능성이 보장될 수 없었으므로 많은 아프리카인은 객지를 떠돌게 되었고 이에 따라 백인 경제는 이전처럼 아프리카인의 저렴하게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에 국제사회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정부와 그들이 시행하는 아파르트헤이트를 격렬하게 비판했고 인종 차별 정책에 반대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들은 백인들과 동등한 권리를 갖게 해줄 것을 주장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 결과 1994년, 흑인 정부가 출범하게 되면서 최악의 인종 차별 정책이었던 아파르트헤이트는 마침내 사라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현재는 어떠할까? 아파르트헤이트의 폐지 이후 1998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아파르트헤이트로 인해 피해를 받았던 유색인종의 권익 보호를 위해 흑인경제육성정책(BEE: Black Economy Empowerment) 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들은 2004년 1월, 연구 조사 끝에 포괄적 흑인경제 육성법(BBBEE : Broad-Based Black Economy Empowerment Act)을 공표했는데 여기에는 청년인턴채용 이니셔티브, 흑인우대구매정책이 포함된다.

 

이 중 청년인턴채용 이니셔티브란 6개월 이상 무직 상태인 18세~35세 흑인 인구를 유급 인턴으로 채용하여 일자리 경험을 제공하는 제도로, 강제는 아니지만 시행 기업에게 흑인경제육성기여도 점수를 부여함으로써 정부 및 공공기관 입찰에 혜택을 주는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흑인우대구매정책이란 입찰 시 흑인경제육성법에 따른 평가 기준을 엄수해야 하거나 하청계약을 흑인 노동자가 일정 비율 인상인 기업과 맺어야 한다는 조건 등을 제시함으로써 흑인의 경제 활동을 돕는 정책을 말한다.

 

과거의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인종 차별이 뿌리깊게 박혀 있었지만 현재의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부단한 노력과 새로운 정책 도입 등의 방식으로 과거에서 벗어나 점차 변해가고 있다. 과거는 그것이 잘못되었든, 잘 되었든 간에 결코 완전히 지울 수 없다. 그렇기에 그 국가의 정부가 과거의 과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것을 덮기보다는 인정함으로써 상처를 치유하고 앞으로 변화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나는 그 노력들 중 가장 중요한 것들 중 하나가 바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것과 같은 정책적 변화 및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과거를 반성하고자 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정책적 노력이 향후 남아프리카공화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는 나에게는 인식의 변화가 의미있는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줌으로써 함의를 지니고, 사회 전체적으로는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정책적 변화가 주는 나비효과가 되어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시사해준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아파르트헤이트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121944&cid=40942&categoryId=31628

네이버 지식백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역사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180304&cid=40942&categoryId=33440

외교부 남아프리카공화국 개황 http://www.mofa.go.kr/www/nation/m_3458/view.do?seq=140

외교부 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한민국 대사관 http://overseas.mofa.go.kr/za-ko/index.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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