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비닐봉투나 책가방이 없던 시절, 우리 조상들은 보자기를 사용했습니다.
봄이 오면 겨울 이불을 보자기에 싸서 장롱에 넣어놓았고. 옆집에 가져다 줄 떡도 보자기에 쌌고 , 또 서당에 글공부하러 갈 때도 보자기에 책을 쌌습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순서를 정하거나, 술래를 정할 때 사용하는 가장 흔하고, 또 가장 공평한 방식인 가위바위보 놀이에서 '보'가 바로 이 보자기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보자기 중 우리 조상들의 절약정신과 함께 더 나아가 예술혼과 개성을 엿볼 수 있는 녀석이 있습니다. 바로 조각보입니다. 재봉틀이 없던 시절, 바느질의 고수였던 여성들은 집안 사람들의 옷을 천을 사용하여 바느질로 한땀 한땀 직접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옷에 사용되고 남은 천 쪼가리들을 버리지 않고 모아 형형색색 이어 붙인 것이 바로 이 조각보입니다.
조각보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왜인지 편안한 마음이 듭니다. 너무 완벽하고 인위적인 것을 추구하기보다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것을 추구하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성격을 엿볼 수도 있습니다. 공간의 자유분방한 활용과 우리 고유의 색감이 어우러져 생활 용품이라기보다는 예술 작품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법한 20세기 최고의 추상파 화가 몬드리안의 화풍을 100여년이나 일찍 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한 것이 바로 우리 조상들의 조각보입니다. 실제로 미국의 한 디자이너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 조각보를 보고서는 몬드리안 작품에 전혀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디자인 감각이라며 칭송을 하며 어떤 훌륭한 예술가의 작품인지 물었다고 합니다. 사실 조각보가 이름 없는 조선의 어머니들이 만든 생활용품이라는 것을 알게 된 그 디자이너는 한국의 전통문물에도 대단히 훌륭한 디자인이 많은데 한국 디자이너들이 이러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유럽의 디자인을 따라가려고만 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고 합니다.
오늘날의 세계화 시대에서 각 나라들은 자신들만의 개성을 살려 국가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혹시 우리가 우리 고유의 멋의 가치를 보지 못하고 다른 나라의 문화와 예술을 따라하려고 하지는 않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입니다. 가장 한국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