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린의 교육칼럼] 특수학교 설립을 앞두고, 우리는 누구에게 무릎 꿇은 것인가

특수학교 설립 논란 이전에 알아야 할 본질에 대해

그들은 무릎을 꿇었다. 가장 강인하고 두려울 게 없다고 생각했던 ‘엄마’가 ‘엄마’에게 무릎을 꿇었다.

 

2017년 9월 5일,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관련 주민 간담회에서 일어난 일이다. 학교 설립 이후에도 그 지역 사회와 함께 이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화합의 장으로 회의를 열었지만, 특수학교 설립을 주장하는 학부모회와 이를 반대하며 국립 한방 의료원 설립을 주장하는 주민들로 간담회는 순식간에 고성이 난무하는 회의장이 되어버렸다.

 

전국에 설립된 특수학교는 특수아동 전체의 약 30% 정도만 수용 가능한 총 174곳으로 모든 특수아동들이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다. 집값이 떨어진다며, 아이들의 행동이 어디로 튈지 몰라 불안하다며 갖가지의 이유를 늘어놓으며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해온 강서구 특수학교 ‘서진 학교’. 올해 9월 1일 개교 예정이었지만 주민 항의와 민원이 계속해서 이어지면서 올해 11월 1일로 개교가 연기되었다. 특수학교든, 일반학교든, 학생들의 ‘배움의 공간’임은 동일한데 왜 학생들에게, 학교에 차별을 두려고 하는 것일까?

 

학교에 차별을 두지 않고 일반 학교에서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을 함께 교육하는 학교들이 있다. 이른바 통합교육이다. 하지만 이 또한 현실에서는 문제가 많다. 장애 아동들은 시간표에 따라 비장애아동과 같이 수업을 들을 때도 있고, 같은 장애 아동과 함께 수업을 들을 때도 있다. 말로만 들으면 통합교육은 장애 아동과 비장애아동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교육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재의 통합교육은 하지 않느니보다 못한 실정이다. 그 이유는 장애 아동이 비장애아동과 같은 교실에 있지만, 말 한마디 서로 건네 본 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 아이가 갖고 있는 장애가 무엇인지 교사나 그 아이가 먼저 이야기해주지도 않을 뿐더러 먼저 물어볼 생각도 하지 못하는 교실 속에서 어떻게 함께 소통하는 통합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장애를 갖고 있는 것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이야기겠지만, 교실 속 구성원의 마음가짐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통합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오히려 장애 아동과 비장애아동 간의 거리를 더 벌려놓는 일에 불과하다. 현재로서는 그렇다.

 

 

또한, 장애 아동이 고려되지 않은체 비장애아동과 함께 하는 수업은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장애 아동과 함께 수업하지만, 장애아동의 장애 정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수업은 장애 아동을 ‘투명 인간’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이는 통합교육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학교에서 장애아동에게 수행평가도 미리 공지해주지 않은 채로 시험을 보게 하고, 모둠수업을 할 때에도 친구들이 도와주거나 선생님의 특별한 도움이 없으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시키는 일만 묵묵히 하거나 엎드린 채 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봐왔다. 장애 아동들이 가진 장애가 수업을 받는 데 어려움이 있거나, 친구들과 지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옆에서 도와줄 보조 교사나 도우미 학생이 절실히 필요한데, 지금으로선 그럴 사람도, 환경도, 그 무엇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장애 아동을 폭행한 교남학교 담임교사의 구속 사건은 이런 현실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2018년 2학기부터 특수학교에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되었다. 일반학교 자유학기제와는 조금 다른 점이 있겠지만 학생들을 위한,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배움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마련된 것임은 동일하다. 통합교육과 특수학교, 장애 아동과 비장애아동에 ‘차별’을 두지 않기 위한 방안이지만, 그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학생들, 교사들, 학부모들, 그리고 그 지역사회 구성원들 스스로가 그들에게 ‘차이’를 두고 ‘차별’을 행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해외 선진국의 통합교육 또는 특수학교 사례를 보면 보조교사나 학교 환경이 그들에게 최선의 교육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있지만, 대한민국의 교육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통합교육을 하든, 특수학교 설립을 통해 장애아동들만을 위한 교육을 하든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은 한숨만 나온다.

 

교실 속 구성원 모두가, 그리고 이들이 살아가야 할 사회 구성원 모두가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채로 무언가를 시작하게 된다면, 설계도 없이 무작정 건물부터 짓고 보는 무모한 시도일 수밖에는 없다. 2017년 9월 5일, 화면에 보인 모습은 그들이 무릎을 꿇은 사진이지만, 사실은 ‘우리’가 무릎을 꿇은 것이다. 장애 아동에게, 비장애아동에게,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이 대한민국 교육 앞에, 우리 스스로에게 무릎을 꿇은 것이다. 무릎을 꿇은 것이 좌절로 끝나지 않도록, 그저 하염없이 반복되는 사과에, 호소에, 연민의 감정에 끝나지 않도록 우리는 일어날 준비를 해야 한다. 사회에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그것이 특수학교이건 일반학교이건, 그 안에서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교실 속 투명 인간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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