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지의 시사.문화 칼럼 1] 빠른 배송은 그 누구에게나 편리한가?

‘총알배송’, ‘로켓배송’ 속에 숨어 있는 ‘편리함’의 권리 침해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이 단어'를 심심찮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당일 구매한 물품을 당일 받아볼 수 있게 하거나, 적어도 다음 날 아침까지는 받아볼 수 있도록 배송하는 서비스. 바로 '총알 배송', '로켓 배송'이라는 단어이다. 택배를 기다리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한없이 편리한 서비스이지만, 과연 이 '총알 배송'을 편리하다는 이유로 당연시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로켓배송'을 가장 큰 서비스로 삼고 있는 쿠팡의 경우, 2018년 6월 서초지점을 시작으로 24시간 배송을 시작했다. 과거 쿠팡 배송직원들은 오전 8~9시에 출근하여 저녁 7시에 퇴근하였으나, 24시간 배송 서비스 이후 야간 근무를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저녁 있는 삶, 쿠팡맨은 포기해야 하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새벽 배송이 단순히 택배 기사들의 '편리함'을 빼앗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택배 회사에서는 배송 업무 자체가 심야에 이뤄지고 있으며 신속한 배달을 요구하는 특수성으로 인해, 운전면허를 갓 소지한 대학생들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하고 있다. 이때 운전에 미숙한 초보운전자들이 숙련자들에게도 힘든 배송업무를 하게 되면서, 각종 교통사고가 발생한다. 올해 1월 고양시에서는 택배 배송을 하던 A 씨가 길을 지나던 B 씨를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였는데, A 씨는 운전면허를 소지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누군가의 '편리함'을 위해 생겨난 총알 배송 서비스는 또 다른 누군가의 '편리함'의 권리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제 3자의 목숨을 빼앗고 있다. '누군가'로 특정할 일이 아니다. '나'의 편리함이 당신의 '편리함'과 '생명'을 빼앗는 것이 과연 당연한 일일까? 차라리 조금 불편하더라도 우리는 서로의 편리함을 지켜주고 함께 살아가야 맞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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