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성준의 스포츠칼럼 17] 축구 '집'관기 3- 이번 시즌의 마지막 페이지, 그 마지막 문단

레알 마드리드, 리버풀, 그들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챔피언스리그 결승, 527일 새벽에 있었던 레알 마드리드와 리버풀의 경기는 앞에 붙은 이 한 수식어만으로 축구팬들의 밤잠을 설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피곤을 무릅쓰고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더 큰 이유는 없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이란 타이틀을 내건 경기가 눈앞에 있었다는 것이 유일한 이유라면 이유였다. 악명 높은 고3 6월 모의고사가 눈앞에 있었음에도 필자는 새벽 345, 휴대폰을 꺼냈다. 그렇게 유럽리그 한 시즌의 마지막 페이지, 그 마지막 문단은 시작되었다.

 

 

 

 

 

 

리버풀의 선발 라인업은 여느 때와 같았다.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옥슬레이드-체임벌린이 부상으로 빠진 것이 아쉬웠지만, 그들이 리그에서 보여준 좋은 모습을 CL에서도 보여주기 위해, 리버풀은 그들이 준비할 수 있는 최상의 라인업으로 경기에 임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팀의 간판, BBC라인 대신에 많은 유벤투스전을 포함한 많은 경기에서 보여준 바 있던 이스코 시프트를 준비해 나왔다. 그들 역시,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경기를 보여주기에 손색없는 선수구성을 가지고 경기에 나섰다.

 

 

대다수의 예상과는 달리, 초반 30분까지의 양 팀 경기는 매우 팽팽했다. 서로 슈팅을 주고받았고, 수비수들은 집중력 있는 수비로 슈팅들을 몸으로 막아냈다. 하지만, 전반 31, 리버풀의 파라오, 모하메드 살라 가 부상으로 랄라나와 교체되자 상황은 약간씩 변하기 시작했다. 최근 엄청난 폼을 보여줬었던 살라를 의식하기 위해 줄곧 후방에 남아 있었던 마르셀루가 살라가 나가자 공격에 활발히 참여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레알의 장기인 측면 플레이와 역습 공격이 더욱 빈번하게, 위력적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위닝 멘탈리티로 뭉친 리버풀의 수비진은 로버트슨이 모드리치의, 반 데이크가 벤제마의 슛을 각각 막아내며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평소 약간 불안했던 골키퍼 카리우스도 호날두의 헤더를 막아내며 힘을 보탰다. 전반전은 0-0으로 끝났고, 양 팀의 운명을 가를 마지막 45분이 시작되었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레알 마드리드는 더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이스코가 맞춘 골대가 그 단편적인 예였다. 하지만, 양 팀의 첫 골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왔다. 공을 잘 잡은 카리우스가 공을 굴려 주는데, 그것을 안일하게 처리해 그 공을 벤제마가 잡은 것이다. 그렇게 양 팀의 첫 골은 챔스 결승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허탈하게 나왔다. 그러나 리버풀은 포기하지 않았다. 코너킥 기회를 잡은 리버풀은 로브렌의 헤더를 마네가 밀어 넣으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리고 그 골 후, 지단 감독은 어쩌면 이번 경기의 승부를 결정짓는 교체 투입을 했다. 바로 가레스 베일의 투입이었다.

  

 

 

가레스 베일은 경기에 들어온 2분 후, 마르셀루가 크로스를 올릴 채비를 하자 적당한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마르셀루는 크로스를 올렸고, 베일은 그의 우상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유벤투스 전에서 터트렸던 오버헤드 킥 득점의 정확한 시간, 641초에 골대를 등지며 섰고, 뛰어올랐으며, 그의 우상과 같은 시간, 같은 자세로 골을 터트렸다. 데자뷰였다. 이 골로 레알 마드리드는 역전했고, 결국 베일의 호날두 데자뷰골은 이 경기의 결승골이 되었다. 어디로 흘러갈지 몰랐던 이 경기, 챔피언스리그 결승은, 이후 골대를 맞춘 마네의 슛과 카리우스의 실책이 낳은 베일의 추가골을 남긴 채, 레알 마드리드의 전무후무한 3연패 달성으로 끝났다.

 

이번 결승은 베일과 그의 레알 마드리드 동료들에게 엄청난 경기였다. 크로스, 카세미루, 모드리치는 중원을 완전히 장악하며 클래스를 보여주었고, 수비수 라모스와 바란, 그리고 베일도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였다. 대단한 경기를 한 것은 리버풀도 마찬가지였다. 모두의 걱정을 샀던 데얀 로브렌은 시즌 중 가장 좋은 수비력을 보여주었고, 마네가 공격에서 분전했다. 앤드류 로버트슨은 호날두의 슛을 막았고, 알렉산더 아놀드는 마르셀루와의 경합에서 최선을 다했다모두가, 피치 위 22명의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말은 거짓말일 것이다

 

심지어 이번 경기에서 2번의 큰 실수를 저지른 카리우스조차도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선방했다. 오늘 경기에서 저지른 그의 실수가 카리우스 자기 자신, 그리고 리버풀에게 너무 거대할지 몰라도, 카리우스가 자신을 자책하지 말았으면 한다. 자책이 모든 것을 바꾸진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길 그의 커리어에서 만약 다시 CL결승이라는 무대가 온다면, 그때는 오늘의 경험으로 더 잘 해낼 것이다. 그러니 모두가 행복하거나 후련해야 할 이 시즌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더 이상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살라, 카르바할, 카리우스. 당신들은 올 시즌 팬들에게 무한한 감동을 주었고 팀에 대단한 보탬이 되었습니다. 비록 마지막 경기에서 주춤했지만, 앞으로 나아갈 당신들의 길, 그리고 앞으로 당신들이 마주할 모든 시즌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당신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마지막 문단과 문장, 그리고 단어를 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모두, 전 세계의 모든 선수들, 한 시즌 간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칼럼소개 : 성준의 스포츠칼럼 90는 주로 해외축구에 대한 분석과 축구계의 여러가지 사건들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을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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