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원의 철학칼럼 6] 프로듀스101에서 보이는 자본주의의 끝

변화해야 하는 대한민국

최근 M-net에서 방영된 ‘프로듀스 101 시즌2’라는 프로그램이 ‘워너원’이라는 남자 아이돌 그룹을 탄생시키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무려 101명의 남자 연습생들이 나와서 서로 경쟁하며 ‘국민 프로듀서’들에게 표를 받아 등수를 매기는 방식이었다. 101명 중 데뷔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단 11명뿐이었다.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에 열광했다. 많은 연습생에게는 자신의 얼굴을 알릴 기회였으며, 데뷔 혹은 재데뷔를 할 수 있는 등용문 이었다. 아이돌의 탄생이라는 프로그램의 취지는 좋게 평가되었지만, 11명을 뽑는 가혹한 방식은 매우 안타까웠다.

프로듀스 101 시즌1이 처음 나왔을 때 대중의 많은 비판은 ‘어떻게 사람에게 등급을 매길 수 있느냐’였다. 연습생들을 대상으로 A부터 F까지의 등급을 매기고, 순위를 매겨 탈락시키는 프로그램의 진행 방식은 인간에 대한 윤리의 측면에서 많은 비판을 샀다. 그러나 이미 많은 사람이 이에 큰 문제를 느끼지 못하고 프로그램에 열광하고 있었다. 우리는 사람에게 순위나 등급을 매기는 방식들에, 경쟁의 방식에 익숙해진 것이다. ‘프로듀스 101’, ‘도전 골든벨’, 각종 음악 방송 등 우리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방송들은 이미 자본주의의 냉혹한 방식을 따르고 있었고, 우리는 이를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우리 생활에 익숙한 자본주의적 방식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사람들을 평가하는 방식이 몇 가지로 제한된다는 것이다. 돈, 명예 등 자본주의가 이상적이라고 말하는 그 방면들로만 사람을 바라보고 그 부분들에서 우월하지 못하다면 실패자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는 학교에서도 나타난다. 오로지 성적에 따라서만 그 학생에게 등급을 매기고 평가한다. 과연 이 방법이 학생을 진정으로 평가하는 방법일까? 사람은 각각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공부가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 뛰어난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이 부분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는 학교에서 시작되어 사회로 퍼져나간다. 많은 사람이 돈을 이유로 진로를 바꾸고 직업을 가진다. 자신에게 맞는 직업이 아니라 돈을 많이 벌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모든 사람이 행복하다고 생각할만한 직업 결정의 방식일까? 누구나 꿈꿀 법한 바람직한 사회일까?

슬프게도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끊임없이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그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학생이 학생의 자리에서 말하건대, 지금의 교육 제도는 학생을 온전히 바라보지 못하고 편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또 곧 사회에 나아갈 학생이 말하건대, 경쟁의 연속인 지금의 사회는 괴로워 보일 뿐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지나친 자본주의적 경쟁 방식에 거부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지금도 큰 거부감을 느끼지는 못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경쟁하는 프로그램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정작 그 방식에는 고통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사회의 방식이 바뀌지 않고 연속적으로 일어나게 된다면 분명 우리나라는 ‘남한은 자본주의의 끝’이라는, 다른 나라들이 우리나라를 가리키는 그 부끄러운 별칭을 벗어날 수 없다.


지금 우리 사회가 떠안고 있는 문제점들은 자본주의의 단점들을 모두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을 발견할 수 있도록 ‘공부가 학생의 의무’라는 말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자신의 개발과 발전이 학생의 의무’라는 말을 먼저 떠올릴 수 있도록 이 사회는 변화해야 한다. ‘천재를 괴롭게 하는 방법은 그 사람에게 재능을 준 뒤 국적을 대한민국으로 설정하는 것’이라는 말이 우리나라의 국민들이 단번에 수긍할 수 있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변화하자. 변화해야 한다. 고통스러운 사회라면, 그에 고통받지 않도록 변화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자본주의의 극단인 대한민국이 아니라, 말로만 선진국이라고 하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사회의 풍조가 선진국다운, 고마운 인재들이 잘 성장할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되도록 변화하자.

 

부끄럽지 않은 나라가 되도록.



칼럼 소개 : 철학은 우리에게 낯선 학문이 아닙니다. 한 가지 논제에 수많은 가치와 관점을 담을 수 있고,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흥미로운 학문이며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는 따뜻한 학문입니다. 칼럼을 통해 쉽고 재미있는 철학으로 한 발짝 다가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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