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원의 가요칼럼 4] 한류의 중심 K-Pop, K-Pop의 중심 아이돌

문화 전파를 뛰어넘은 연예 마케팅

‘K-Pop’이란 한국 외의 나라에서 한국의 대중가요를 일컫는 말이다. 일반적으로는 한국의 모든 대중음악을 통칭하는 말로 사용되지만, 1990년대 이후의 한국 대중음악 중 댄스, 힙합, R&B, 발라드 등의 음악을 일컫는 표현으로 생각하면 된다. 한류 열풍에 익숙해진 지금, 한류의 중심에 우뚝 선 K-Pop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Korean Pop의 약자인 K-Pop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게 들리지만, 사실 그 역사는 길지 않다.


1930~1940년대의 한국 대중음악은 트로트(trot)가 주도하고 있었다. 미국의 스탠더드팝, 록, 재즈 등이 유입되며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1960~1970년대의 일이다. 이때 우리나라는 미국 음악뿐 아니라 일본의 대중음악 역시 모방하며 여러 장르의 곡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 접어들며 음악 시장이 확대되었고, 생산된 음악으로 대중을 움직이던 음악 시장이 대중의 선호에 맞춰 음악을 기획하고 제작해 수익을 창출하는 기획 음반 중심으로 변화했다. 이때부터 한국의 음악산업은 비즈니스의 대상이 되었고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음악에 대한 투자와 전문 인력 유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1992년에 <서태지와 아이들>이 활동하게 되면서 우리나라에 랩과 댄스그룹이 성행하고 대중음악의 흐름에 큰 변화를 불러온다. 우리가 아는 현재의 K-Pop 역시 이로부터 비롯된 셈이다. 아시아 각국에서 열풍을 일으킨 한류에 맞춰 2000년대에는 대중가요가 아시아를 중심으로 유럽과 남’미, 중동 지역까지 뻗어 나갔다. 또한 2000년대는 인터넷이 발달하기 시작한 때로, 각종 음원 사이트와 유튜브, 그리고 SNS 등을 통해 세계적인 온라인 홍보 마케팅이 가능해졌고, 2000년대 중반 이후 외국인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K-Pop이라는 용어가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K-Pop이 한류의 중심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데에는 인터넷의 발달과 기획사의 발 빠른 마케팅 전략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아이돌’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돌은 원래 영어로 성공, 미래, 창조, 우상, 스타, 존경받거나 사랑받는 사람을 뜻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청소년과 청년에게 높은 인기를 얻는 연예인, 또는 10대들에게 인기 있는 연예인을 나타내는 말로 사용된다. 대표적인 예로 대형소속사에 속하는 SM엔터테인먼트에서 수년간 투자하고 제작하여 스타로 만들어 낸 가수 보아(BoA)를 떠올릴 수 있다. 보아를 기점으로 아이돌 시스템이 갖는 수익성이 널리 알려지며 대부분의 음악기획사가 한국식 아이돌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현재에는 훨씬 체계적으로 발전한 아이돌 시스템이 K-Pop의 주력 아티스트인 아이돌을 성공적으로 배출해내는 최고의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사실 아이돌 시스템이 처음부터 효과를 보인 것은 아니다. 아이돌그룹을 내세운 K-Pop은 해외 진출에 성공했으나 일각에서는 거품 낀 인기가 아니냐는 냉정한 반응을 보였다. 언론의 과장과 국내 팬들의 바람이 만들어 낸 왜곡 된 K-Pop 열풍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로 초기 해외에서의 K-Pop 가수들은 마니아층 수준의 팬들과 자국 가수들에게 비해 턱없이 낮은 인지도로 다소 불안정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한국 가수의 뮤직비디오 댓글 창에서 여러 나라 언어가 나타나는 것에 대해서도 SNS로 시작된 인기가 SNS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2000년대 중반에 들어 인터넷 통신이 더욱 발달하고 새로운 SNS가 여럿 등장하며 기획사는 갈수록 침체기에 접어드는 K-Pop 열풍을 되살릴 기회를 얻었다. 기획사가 유튜브 등에 티저 및 뮤직비디오, 홍보 영상 등을 게시하면 이를 접한 대중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여러 SNS를 통해 확산시키는 식의 온라인 마케팅은 SNS의 다원화로 더욱 큰 빛을 보게 되었다.

해외 진출의 성공적인 사례가 바로 7인조 남자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다. 지난 2017년 5월 21일, 방탄소년단은 <2017 빌보드 뮤직 어워드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에서 최종 수상을 받았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는 그래미 어워즈,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와 더불어 세계 3대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인정받는 큰 상이다. 방탄소년단이 수상한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은 빌보드가 집계하는 <빌보드 소셜 50> 차트와 SNS 투표 결과를 반영해 수상자를 결정한다. 올해 후보자로는 저스틴 비버를 비롯해 셀레나 고메즈, 아리아나 그란데와 같은 세계적 팝스타 등이 올랐다. 특히 미국 10대들의 우상으로 불리는 저스틴 비버는 이 상이 신설된 해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상을 독점해왔기에 그를 제치고 수상의 영광을 거머쥔 방탄소년단의 활약은 더욱 의미 있다.


해외 진출로 K-Pop 흥행에 기여한 아이돌그룹은 많지만,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빌보드 뮤직 어워드> 시상식에 올라 직접 트로피를 받은 그룹은 방탄소년단이 최초이다. 또한, 수상자 결정에 SNS 투표 결과가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기획사의 온라인 마케팅이 성공적이었음을 보여준다. 흔히 K-Pop의 선두주자로 알고 있는 대형소속사 SM, YG,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가 아닌 중소기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수상을 했다는 것은 K-Pop 열풍이 더 이상 거품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이다. 방탄소년단의 수상 소식에 해외 언론은 K-Pop의 잠재적 시장 가치, K-Pop의 음악성과 매력에 주목하기도 하였다.

9인조 남자 아이돌그룹 <엑소> 역시 빼먹을 수 없다. 2016년 6월 9일, 유튜브 SM엔터테인먼트 공식 채널에 올라온 엑소의 <Monster> 뮤직비디오가 2017년 2월 6일 1억뷰를 돌파해 화제가 됐었다. 이는 이전에 올라온 뮤직비디오들에 이어 네 번째 1억뷰 달성으로, 엑소가 얼마나 큰 인기를 얻고 있는지 보여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해당 뮤직비디오의 댓글 창이 한국어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많은 해외 팬들의 댓글로 도배되어 해외에서 엑소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가늠케 했다. 엑소는 정규 3집 <EX'ACT>의 음원이 공개된 후 <빌보드 월드 디지털 송>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전 세계 음반 판매량 집계 사이트 <미디어 트래픽>이 운영하는 <유나이티드 월드 차트>에서도 1위라는 기록을 보이며 해외에서의 위상을 입증한 바 있다.


이처럼 K-Pop은 한류의 중심에 섰지만, 아이돌그룹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우리나라 음악 시장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아티스트와 음악의 관계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대중에게 접근하는 주체가 아티스트가 되어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 기획사가 더 이상 ‘음악을 위한 아티스트’가 아닌 ‘아티스트를 위한 음악’을 생산해내고 있다는 지적 역시 적지 않다. 음악의 생산에 있어 음악성을 따지기보다 음악을 다룰 아티스트를 양성하는데 더 큰 공을 들이는 모습도 눈에 띈다. 노래를 부르는 것이 직업인 ‘가수’를 내재한 음악성뿐 아니라 외모, 신체조건과 같은 외적 요소에 비중을 두고 평가하는 것이 외모지상주의 사회 풍조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있다. 음악이 지나치게 상품화되어감에 따라 예술성을 잃어가고 있다. 아이돌그룹의 노래 대부분이 훅송 형태를 띤다는 점에서 이는 가볍게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훅송이란 짧은 후렴구에 반복된 가사로 이뤄진 형태의 음악을 나타내는 말이다. 중독성 있는 리듬과 외우기 쉬운 가사 때문에 대중음악에 많이 이용되지만, 곡이 단순화되고 상업성이 짙다는 지적을 받는다. 실제로 아이돌그룹의 음악이 거기서 거기라는 사람들의 평은 훅송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K-Pop의 정상화는 머지않았다. 그러나 한 번 인기를 끈 곡의 형식과 유사한 곡만을 고집하는 기획사의 선택은 과연 옳은 것일까. 우리나라 대중음악이 변화해 온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듯 대중의 선호와 사회의 유행은 계속해서 빠르게 바뀌고 있다. 획일화된 음악으로 끌어들인 대중들은 오래 유지되지 않을 것이다. K-Pop의 해외 마케팅은 이미 성공을 거두었다. 각종 홍보 마케팅을 비롯한 K-Pop의 대중화는 국내에서의 음악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느냐에 달려있다. 안정적인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지금, 다시 초기의 대중음악으로 돌아가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시도해보고 음악의 예술성을 지향하는 것만이 새로운 대중을 끌어들일 수 있는 비결이다. 외적 요소보다도 음악성으로 대중을 공략할 수 있는 아티스트, 훅송에서 벗어나 대중예술로서의 가치를 지닌 음악으로 K-Pop의 열풍이 계속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칼럼소개: 가요로 창조된 문화는 세상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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