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김성태-
어느날 아버지의
지갑을 훔쳐 달아났다.
저 멀리
저어 멀리
도망간다.
단지 나는 받던 용돈을
더 받고 싶었다.
더 이상 무거워보이지 않던 지갑이
달리다가 떨어지고 말았다.
가벼운 종잇털 같은
그 가죽덩어리가
무엇이 있을까 살펴보니
가벼운게, 참
가벼운게 뭔지
그 뭉텅이 속엔
어머니와 나의 웃음이 담겨져 있었다.
아버지는
이이토록 무거웠던
이이토록 아릅답던
가죽덩어리를
그 왜소한 몸뚱아리로
어찌 지녔을까.
작가평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의 지갑을 훔친 저는 곧바로 아버지의 가족사진을 보자마자
그 지갑을 덮어버리고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놓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린시절 어떠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