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로빈슨 크루소'의 작가 다니엘 디포 씨에게.


안녕하세요, 다니엘 디포 씨? 작가님이 써주신 “로빈슨 크루소”라는 책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특히, 로빈슨 크루소가 야만인들의 발자국을 보고 놀란 것이 재미있었어요. 로빈슨 크루소의 풍부한 모험심과 용기, 그리고 도전심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또, 섬을 돌아다니며 생활에 필요한 도구들을 찾아오는 모습들도 멋졌어요. 빚쟁이에게서 도망치다가 60세에 이 책을 쓴 다니엘 디포의 이야기를 읽고 문득, 로빈슨 크루소의 기분이나, 감정이 디포씨가 느꼈던 감정들과 일치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맞나요?


하지만 조금 이상한 부분들이 있었어요. 자신이 표류된 섬을 “나의 왕국”이라고 한 것부터요. 원래는 섬은 자연의 일부이고 인간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인데, 갑자기 로빈슨 크루소가 섬을 나의 왕국이라고 하는 건 자기중심적이었던 것 같아요. 또, 원숭이가 마치 자기를 조롱하는 것 같다며 허공에 총을 쏘아 겁을 주었는데, 왠지 자신 혼자만 인간이니 자연을 지배해도 된다고 생각한 것이 이상했어요. 분명 표류된 것인데 말이죠. 자연을 지배하려는 것을 보니 로빈슨 크루소는 인간의 권리를 높게 생각하고, 동물(자연)의 권리를 낮게 생각하는 것이죠.


또, 백인우월주의를 가지고 있었어요. 프라이데이와 로빈슨 크루소 사이의 관계를 봐도 알 수 있었어요. 만나자마자 프라이데이에게 주인님이라는 단어를 가르쳤잖아요. 이것은 백인인 로빈슨은 우월해서 주인이 되고, 흑인인 프라이데이는 노예로 여기는 백인 우월주의의 사고가 반영된 것 아닐까요? 또, 이런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관연 옳은 것일까요? 또, 로빈슨 크루소가 프라이데이를 만나자마자 영어를 가르쳐 준 것도 옳은 것일까요? 그 섬에는 프라이데이와 로빈슨 둘만 있어서 두 사람의 언어가 꼭 영어일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죠. 이것도 로빈슨이 더 우월하다는 생각에서 나온 행동 아닐까요? 자신의 언어를 다른 사람에게 심어준다는 것은 폭력이 될 수 있어요.


지금까지 제가 말한 것을 따져보면 모두 로빈슨 크루소가 백인우월주의를 생각했고, 인간의 권리와 자연의 권리, 그리고 종과 왕의 권리로 구분한 것으로 보아 중간에 이상했던 부분이 있던 것 같아요. 이 편지에 쓴 제 느낌과 제가 가진 의문점들을 잘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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