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윤의 독서/사회 칼럼] 자살 사망자의 존엄을 지키려면

 

현대인들에게 우울증은 흔한 질병이다.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에 고통받는 환자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도 아주 많다. 우울증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기 때문에, 유명인들이 우울증을 앓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러나 유명인들의 자살은 빠르게 보도되고 불특정 다수에게 소비된다. 유명인의 자살에 대한 무분별한 보도가 문제시된 이후, 유명인들의 자살이 보도되면, 네티즌 사이에 자살한 사람에 대한 추측을 삼가자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자살 사망자의 사정을 추측하는 행위는 자칫하면 타인의 아픔을 흥밋거리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유가족을 배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에 대한 존중이 더욱 중요시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자살 사망자에 대한 예의도 지키고자 하는 것이다.

 

‘베르테르 효과’ 등 자살 보도로 인한 사회적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자살 보도는 보도지침을 준수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그러나 실제 자살 사건을 소재로 삼는 책에 대한 규제는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 같지 않다.

 

최근 몇 년 동안 유품 정리사의 책이 화제가 되었다. 유품 정리사란, 유족 및 의뢰인을 대신하여 고인의 유품, 재산 등을 정리하고, 사망한 장소에 남겨진 오염물을 처리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을 말한다.1 나는 유품 정리사라는 낯선 직업에 관심이 생겨 유품 정리사가 쓴 책을 구매해 읽어보았다. 그러나 책은 유품 정리사라는 직업에 대한 정보보다는, 작가 개인이 사망자에 대해 추측한 주관적인 이야기가 주된 내용을 이루었다.

 

유품 정리사라는 직업을 소개하고, 어떻게 일을 하는지, 일하면서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담은 책을 출판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만나본 적 없는 고인의 사망 현장을 상세히 묘사하고 고인의 고통을 어림짐작하는 일은 비윤리적이라고 느껴진다. 고독사, 자살사, 사고사 등의 이유로 자신의 유품을 제대로 정리할 틈도 없이 사망한 사람들에게도 프라이버시가 있다. 죽은 사람의 마지막 흔적만을 보고 그 사람의 인생 전반을 판단하여 책을 써서 경제적인 이익을 얻는 일은 사생활 침해이다. 죽는 과정을 추측할 수 있는 전문가라고 해서 죽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타인의 알 수 없는 일은 가볍게 상상하지 않는 것이 예의다.

 

또 내가 읽은 책에는 사망 현장과 자살 방법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등장했다. 앞서 말한 ‘베르테르 효과’를 막기 위해서는 보도 시 자살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도하지 않아야 한다. 기사에 나온 자살 방법을 따라 해 자살하는 사람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예인 자살보도를 규제한 이후 자살률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2 그러나 내가 읽은 책에서는 자살할 수 있는 구체적인 도구와 그것을 사는 방법이 서술되어 있었고 사망 현장에 대한 표현도 구체적이었다. 보도 자료에는 보도 규제를 가하는데 책 등의 다른 출판물에는 규제 기준이 불명확한 것이 원인인 것 같다.

 

유품 정리사는 1인 가구와 고독사 증가에 따라 성장한, 등장한 지 오래되지 않은 직업이라는 점에서, 직업윤리에 대한 개개인의 의식의 편차가 심할 것 같다. 그러나 누구나 사망한 뒤에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고 싶을 것이다. 같은 책을 읽은 고등학생을 인터뷰한 결과, 그는 자기 죽음을 낯선 이가 책으로 내면 몹시 불쾌할 것 같다고 답변했다. 앞으로 유품 정리사처럼, 1인 가구의 사망과 관련된 여러 직업이 등장하고 성장할 텐데, 하루빨리 자살 사망자의 사회적인 이해가 발전할 필요성이 느껴진다. 앞서 말했듯이 책을 포함한 여러 매체에서 자살에 대한 묘사를 규제하는 기준이 확립되어야 하고, 자살을 소재로 삼는 매체를 제작할 때는 윤리적인 측면을 꼼꼼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각주

1.인용: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658396&cid=42117&categoryId=42117

2.참고: https://newsis.com/view/?id=NISX20210722_0001522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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