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인터넷신문

중도의 선사유적지,그 미래는

세계 최대의 선사 유적지, 레고랜드에 잊혀질 위기에 처하다

지난 2011년 춘천 중도의 레고랜드 유치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레고랜드의 건설이 진행되면서 세계 최대의 선사시대 유물이 발견됐다. 3,000기가 넘는 유구 중에는 170여개의 고인돌 무덤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대부분이 청동기 시대의 유적으로 판단됐으며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의 고고학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마을 단위의 유적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중도의 선사유적지는 그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한 채 레고랜드의 건설로 사람들에게서 점점 잊히고 있다.

 

  • 선사 유적지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되나

지난 2008년, 레고 주식회사는 강원도 춘천시 중도에 세계에서 제일 큰 레고랜드를 짓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중도는 이보다 앞선 1977년부터 선사시대의 유물들이 발굴되어온 지역이다. 1977년 경질의 무문토기가 발굴되면서 선사유적지의 보고로 지정된 후 반달 돌칼 등의 석기시대 유물, 고조선 시대 지배층이 사용하던 비파형 동검과 청동 도끼 등이 출토됐다. 이에 1980년 이후 1996년까지 총 5회에 걸쳐 대규모 발굴조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강원도가 2011년 레고랜드 유치를 시작한 이후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2017년까지 세굴과 발굴을 진행한 결과, 선사시대 유물 9,000여 종, 선사시대 집터 1,200여 기, 고인돌 무덤 170여개, 청동기 유구 1,400여 기 등이 발견됐다. 중도의 선사 유적지는 그 규모도 상당하지만, 유물과 유구의 보존 상태가 상당히 좋고 그동안 다른 선사 유적지에서 보지 못한 점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고고학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출토된 유물을 통해 당대 지배층만이 사용하였을 것이라고 추정되던 비파형 청동검이 사실 민간에서도 사용되었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다양한 형태, 계급의 무덤이 발견됐다. 독일 마부르크대학 고고학 교수인 룻츠 피틀러(Lutz Fiedler) 교수는 중도 선사 유적지의 고고학적 가치가 마추픽추나 스톤헨지의 가치와 맞먹는다고 평가하며 절대 훼손되어서는 안될 유적이라고 평가했다.

 

 

 

  • 선사 유적지의 파괴...손 놓은 문화재청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가치를 지닌 중도 선사 유적지는 그 가치가 세계적으로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레고랜드 건설 추진으로 파괴 위험에 놓였다. 세계 최대규모의 선사시대 유적이 발견된 중도는 북쪽 일부를 제외한 전역에서 유물과 유적 분포가 확인되어 일체의 개발 행위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강원도는 지난 2011년 9월부터 9년간 레고랜드 개발을 진행했고 문화재청, 문화체육관광부, 강원도 등이 중도 유적지 훼손은 없을 것이라 공언하고 '유적지 보존'을 전재로 레고랜드 사업을 허가 및 유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중도 유적지는 심각하게 훼손됐다. 170여 개의 고인돌은 이미 100기가 넘게 매립되었고, 나머지 집터와 대환호 또한 묻힐 예정이다. 다양한 지석묘의 일부인 돌들은 잡석으로 분리되어 철거됐다. 결국 최종 이전, 복원할 지석묘는 170여 기중 30여 기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엄청난 규모의 유물과 유적은 이미 상당히 매립, 복토되었다는 것이고 이 매립, 복토의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문화재청에서는 유적지 보존을 위해 유구 위 30cm 모래를 복토하고 굵은 모래를 복토하게 했으나 레고랜드 사업자들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들은 굵은 모래 대신 잡석을 매립하였으나 문화재청은 현장점검에서 굵은 모래가 복토되었다는 거짓 보고서를 작성, 접수했다. 우리나라의 문화재를 앞서서 보존해야 할 문화재청의 이러한 행보는 거센 비난을 받을 만하다. 여기에 더불어 문화재청은 지난 2017년 시행한 10월 25일 <춘천 중도 레고랜드 부지 내 발굴 출토 유물 관리 실태 점검>에서 춘천 레고랜드 사업자들이 중도 유적지를 훼손한 것에 대한 고발조치를 진행하지 않았다. 또한 문화재청은 지난 2018년 8월 12일 중도 본부 대표 및 회원들이 건축 폐기물 매립을 발견하고 문화재청에 신고하였으나 별다른 현장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레고랜드 건설은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완공 시기가 계속 연기되고 있긴 하나 2022년 3월 완공될 예정이다.

 

  • 유적의 보존과 시민단체의 노력,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문화재청과 강원도는 철기 시대 환호지역, 철기~삼국시대 유족의 일부를 보존하고 유적 공원, 유물 전시 박물관을 조성하여 열도의 전시관을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유구는 이미 대부분 훼손되거나 매립, 복토되어 그 가치를 제대로 알아볼 수 없게 됐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훼손되지 않은 중도 유적의 보존이다. 이정희 중도 유족 지킴본부 대표는 중도 유적 보존을 위해 가장 시급한 사안을 ▲발굴 예정지 공사 중지▲레고랜드 공사 현장 공개 검증 두 가지로 뽑았다. 지금까지 진행된 건설 과정 중 문제가 된 부분이 많았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있기에 위의 두 가지의 시행이 시급하다. 이 대표는  "다시 현지 그대로 복원해야 한다. 석기와 청동기, 철기 문명이 층층이 나온 수천 년 역사다. 섬 전체를 박물관으로 보고 그대로 현지 원형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레고랜드 건설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중도 유적 지킴본부는 문화재 복원을 위해 올해 7월 문화재청을 방문, 기자회견과 관계자 면담을 진행했다. 9월에는 중도 일부 지역의 비발굴을 지적했고 10월 국화 국정감사에서 문화재청장에게 직접 발굴을 진행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레고랜드의 건설이 9년간 사람들 사이에서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레고랜드 건설의 문제를 묵인한 문화재청 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잘못 또한 크다. 올해 4월 청와대 국민 청원에 '레고랜드 조성사업을 중단하고 세계 최대의 선사유적지인 '중도 유적지'를 보존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은 97,982 명의 참여로 결국 답변을 받지 못한 채 청원이 완료됐다. 2011년부터 건설이 시작되었으나 최근에서야 건설 현장의 문제점들이 지적되었다는 것 또한 국민의 무관심을 대변한다. 중도 유적은 세계적으로 그 가치가 중요한 문화유산이며, 추가적인 발굴 여부에 따른 규모는 예측할 수 없는 정도이다. 이제라도 중도 선사시대 유적지와 레고랜드 건설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 레고랜드보다 중도 선사시대 유적지의 가치가 더 높다는 것을 알리고 적극적인 문화유산 보호를 촉구해야 한다. 결국 문화유산의 보존은 우리의 선택과 행동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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