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인터넷신문

관짝소년단 패러디, 무엇이 문제였을까?

의정부고 관짝소년단 페러디 중 블랙페이스 논란... 인종차별적 요소

2020년 8월, 의정부고등학교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유쾌한 패러디와 수준 높은 퀄리티를 지닌 졸업사진을 공개했다. 독립운동가, 배구선수, 인기 유튜버 등 다양한 컨셉의 사진 중, 학생들이 흑인 분장을 하고 관을 업은 ‘관짝소년단’ 사진이 논란이 되었다. 이에 대해 샘 오취리의 SNS발언까지 도마 위에 놓였다.

 

‘관짝소년단’, ‘관짝밈’이라고 알려진 이것은 가나의 특이한 장례 문화의 상여꾼들을 찍은 동영상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며 알려진 바 있다. 가나의 장례식은 일반적으로 엄숙한 분위기를 지닌 타 문화권과는 달리, 노래를 틀고 축제를 벌이는 유쾌한 장례식이다. 자연사한 고인의 생전 직업이나 소망을 나타낼 수 있는 모양새를 가진 관을 사용하기도 하며, 축제처럼 사람들을 초대하고 놀아 “결혼식보다 더 큰 비용을 사용할 정도이다.”라고 현지인이 전한 바 있다. 여기서 가나의 전문직 상여꾼들이 관을 어깨에 짊어지고 노래에 맞춰 걷는 것이 화제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영상이 퍼졌을 때는 이질적인 문화에 ‘장례식은 엄숙해야 한다’ 는 의견과 ‘서로 다른 문화이니 존중해야 한다’ 는 의견이 있었으나, 현재는 하나의 밈(meme)으로 자리잡으며 다양한 패러디가 탄생하는 등 존중받고 있다.

 

의정부고등학교에서 패러디한 ‘관짝소년단’의 모습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타 문화 패러디가 아닌 ‘블랙페이스’이다. 5명의 학생은 관짝소년단의 의상과 선글라스, 자세 등을 그대로 연출하는 높은 퀄리티를 보였는데, 문제는 인종차별적 요소로 금기시하는 피부색을 따라 검게 칠한 것이다.

 

블랙페이스란 흑인이 아닌 인종이 흑인 흉내를 내기 위해 얼굴을 검게 칠하거나 두꺼운 입술을 강조하기 위해 이를 과장하여 분장하는 것을 말하는데, 백인들이 식민지를 점령하던 시절 이들을 비하하며 분장했던 것이 인종차별이라는 것이 시초였다. 특히 1960년대 미국 인권운동의 영향으로 인종차별적 행위임이 비판받은 적 있다. 또한, 동양에서는 눈을 길게 찢는 행위에 해당하며 흑인들에게 있어서 기분이 나쁠 수 있는 민감한 주제이다.

 

이러한 문제에 방송인 샘 오취리는 SNS에 “안타깝고 슬프다. 웃기지 않고 흑인에게는 매우 불쾌한 행동이다. 문화를 따라하는 것은 좋지만 굳이 얼굴 색깔까지 해야 하나”라는 발언을 올린 바 있다.

샘 오취리의 SNS 발언 역시 문제가 되었다. 우선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가 있음을 말하고 관짝소년단 본인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기분 나쁘지 않고 재밌었다고 발언했다는 것, 의정부고의 학생들이 직접 “인종차별의 의도는 없었다”라고 언급했음을 강조했다. 또한, “이게 어떻게 인종차별이냐”는 사람들과 “동양인을 비하하는 눈을 찢는 행동을 한 적 있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니다”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블랙페이스 자체가 웃어넘길 수 없는 인종차별적 패러디”라며 “본인들은 괜찮아도 인종차별은 본인 한 명이 아니라 이를 보는 전체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또한, 샘 오취리가 올린 발언의 한글 버전과 영어 버전이 다르다는 것이 논란이 되었다. 한국어에는 없는 ‘무식(ignorance)’이라는 단어를 한국 교육과 함께 영어로 언급하며 “두 언어가 다른 이유가 뭐냐”, “방송인이 경솔하게 한국 교육을 대놓고 비난했다”라는 지적을 받았다. 과거 동양인 비하 표정을 선보인 것을 포함하여 모순적인 태도에 역공격을 받은 샘 오취리가 “학생과 K팝, 한국 교육에 대한 비하의 의도는 아니었다. 경솔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이에 대해 몇몇 누리꾼들은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 패러디는 패러디로만 봐라.”라며 통쾌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몇몇은 “흑인으로서 불쾌한 점을 당당히 표현한 표현의 자유를 오취리에게도 보장해야 한다. 이것은 불공평했고 인종차별이 맞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게 어딜 봐서 인종차별이냐”라고 주장하던 누리꾼들은 이어서 “앞으로 함부로 분장도 못 한다. 동물 분장하면 동물 비하냐?”며 경솔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샘 오취리는 이어서 방송인으로서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고 발언한 것에도 사과했다. 비하 의도가 없었던 학생들에게 큰 상처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누리꾼들의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샘 오취리는 이후 BBC 방송에서 이에 대해 언급할 때, “오히려 논란이 된다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과거였다면 이것은 논쟁조차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은 인종차별이 맞고 아니라는 것에서 논쟁이 일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 늘고 사회가 발전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샘 오취리는 방송계에서 인종차별에 대한 꾸준한 발언을 한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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