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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칼럼]뮬란, 그 속에 담긴 문제점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실사화 영화, <뮬란>이 혹평받는 이유

 최근 디즈니는 과거 제작했던 애니메이션을 실사 영화로 제작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2019년 천만이라는 큰 흥행을 거두었던 <알라딘> 역시 실사로 다시 제작된 영화 중 하나이다. 이에 이어 2020년 9월 17일 개봉한 <뮬란>은 개봉 전부터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오르며 많은 걱정이 따랐던 영화이다. 개봉 후에 동양권에서 특히 많은 혹평을 받고, 보이콧 운동까지 퍼졌던 <뮬란>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애니메이션 <뮬란>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늙고 다치신 아버지가 전쟁에 동원되어 불리자 그의 딸 뮬란은 아버지 몰래 갑옷과 칼을 챙겨 가문의 수호신 무슈와 함께 나가고, 핑이라는 아름을 쓰며 남장을 한 채로 대신 군사가 된다. 뮬란은 평범하고 성인 남성과 달리 연약한 신체 탓에, 장군 리 샹, 그리고 동료들에게 군사로서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한 뮬란은 실력 면에서 훌륭한 군사가 될 뿐만 아니라 뛰어난 지혜를 발휘하여 가장 힘든 훈련을 제일 먼저 완수하는 등 변화를 보여 리 샹에게 놀라움을 안겨준다. 이후 야만족 토벌에서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들키고 리 샹에게 쫓겨나지만, 뮬란은 당당하게 여자로서, 수도에서 황제를 구해내고 리 샹을 변화시킨다. 그녀는 평범한 여인에서 영웅이 된 것이다.

 

<뮬란> 역시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축에 속한다. 뮬란은 백설공주나 신데렐라, 오로라와 다르게 쟈스민 공주 등 자주적인 여성을 보이기 위한 작품 중 하나이다. 결혼에 관심이 없는 태도를 보이다가 중매쟁이 앞에서 일을 치기도 했고, 기존의 주인공들과는 다르게 아버지를 위해서 전쟁에 나가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조상님들께 직접 기도하기도 한다. 마지막에는 지적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이자, 성적 차별을 거부하고 나아가는 여성으로 기존 작들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또, 쟈스민과 마찬가지로 서양이 아닌 동양을 그려낸 작품이라 1998년 개봉한 것 치고는 디즈니의 변화를 위한 시도와 의지가 엿보인다고 할 수 있는 특별한 작품이다. 디즈니 특유의 뮤지컬도 빼놓을 수 없이 훌륭하다.

 

그런데, 이러한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그 시절 <뮬란>과는 다르게 영화화된 뮬란은 네이버 영화 포털 기자, 평론가 평점 10점 중 4점, 관람객 평점 9.29점, 네티즌 평점 3.84를 기록하고 야후 플랫폼에서는 5점 중 2.71점, CGV 영화 평점 서비스 Golden EGG에서 아슬아슬하게 78%를 달성(70% 이하로 내려가면 달걀이 깨지는 모션을 볼 수 있다)하는 등 낮은 평점을 볼 수 있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ott서비스 개봉을 준비하여 1인이 시청하기엔 가격이 오르긴 했다. 그러나 대체로 관람객들이 “디즈니 최악의 실사 영화”라며 혹평을 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실사화 영화에 대한 거부감은 아닐 것을 <알라딘>을 보아 알 수 있다. 무엇이 관객들과 평론가들을 실망하도록 만들었는지 4가지 이유를 들어 알아보도록 했다.

 

우선, 영화화된 뮬란의 개작된 내용은 이러하다. 누구보다 타고난 ‘기’ 능력이 있으나, 여자이기 때문에 능력을 내보이지 못했던 뮬란은 징병 모집이 된 아버지를 대신해 몰래 남장을 하고 ‘화 준’이라는 이름의 군사가 된다. 훈련 중에 우수한 성적으로 장군의 신임을 받지만, 충, 용, 진을 중시하는 군사로서 ‘진’을 지키지 못하여 죄책감을 가진 뮬란은 결국, 유연족과의 전투 이후 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말하고 쫓겨난다. 돌아가려는 뮬란을 잡은 것은 그녀와 마찬가지로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인정받지 못해 마녀라고 불리던 유연족의 여자였다. 위협과 함께 진정한 능력과 성별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뮬란이 보리 칸의 황제 시해 계획을 막기 위해 홍휘 등 동료들과 함께 도성으로 가고, 마녀를 구하진 못 하지만 황제를 구하는 것에 성공하여 장교가 된 뒤 ‘진’을 어긴 것이 ‘효’로 용서받는다.

 

이런 <뮬란>의 첫 번째 논란거리는 부족한 문화 고증이다. 첫 장면에서 드러난 뮬란과 중매쟁이 장면에서 관람객들은 “저게 중국 의상이고 화장법이냐” “중국 문화 연구가 턱없이 부족한 것 같다”라는 평을 한 바가 있다. 당나라가 아닌 청나라, 일본의 전통 의상과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중국 특유의 시대상이 중요한 작품에서 동양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영화 제작 당시 중국 감독이 아닌 서양인 감독이라는 점부터 걱정거리가 되었던 부분이었다. 황제의 색인 금색 옷을 입은 신하, 황제 앞에서 꼿꼿한 태도 역시 논란이 되었고, 특히나 주목해야 하는 것은 단어였다. 중국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서양인들의 관점에 맞추어 영어를 쓰는 것부터가 어색하며, 단어 선택이 동양권 문화를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평론가들은 ‘마녀’와 ‘불사조’를 꼽았다. 우선 불사조는 서양인들의 관점에서 보는 상징적인 동물이지, 동양의 봉황, 주작과는 다르다. 불사조는 죽으면 부활하는 새 그 이외의 어떤 것도 상징하지 않지만, 주작은 지혜와 부활을 담당하며 사방신의 신수로서 동양 특유의 상징성을 지닌다. 그런데도 서양인의 시선으로 왜곡되어 피닉스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은 불필요하고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문화 고증에 있어서 부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마녀라는 단어 역시 같다. 동양의 무협 소설에는 생각보다 여성 무협 소설이 꽤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박씨전> <홍계월전> 말고, 중국의 고전문학 <아녀영웅전> <화목란 설화> <월녀 설화> 외에도 다수의 작품이 여성 영웅의 일대기를 허구적으로 다룬다. 이들은 능력을 뽐내거나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없던 여성들이, 남장하고 전쟁에 뛰어들고 승리하며 무능한 남성들에 대한 풍자와 부동한 문화를 보인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여성들이 능력을 표현하지 못하는 시대상”이지, “능력을 보인 여성들이 마녀사냥을 당하던 서양 문화권”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녀(witch)는 동아시아 정서와 전혀 맞지 않았다.

 

두 번째로 문제가 된 것은 영화적인 시선으로 보았을 때 원작 고증의 문제이다. 디즈니 특유의 뮤지컬이 사라진 것은 기존 <뮬란>의 오디오 트랙을 사랑하던 사람들에게 비판받았으나, 현실적인 전쟁을 그리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이나 영어로 노래까지 불렀으면 몰입하지 못했을 거라는 평가가 있기도 했다. 그렇지만 사라진 것은 노래만이 아니다. 남자 주인공이었던 리샹이 사라지고, 뮬란의 정서적 성장을 위한 역할이었던 무슈 역시 사라졌다. 대신 장군이 아닌 동료 홍휘, ‘기’라는 설정, 그리고 마녀 시아니아가 추가되었다. 원작 고증이 뛰어났던 <알라딘> 역시 각색한 내용이 많다. 실사화하면서 기존 영화의 문제를 고치거나 전하고자 하는 바를 더 뚜렷하게 보이기 위해 개작 과정은 철저한 작품 분석 끝에 진행된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알라딘에서는 쟈스민이 사건을 주도적으로 해결하고 왕이 되는 장면이었고, 꽤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뮬란>의 각색은 혹평을 받았다. 사람들이 기대하던 ‘유명한 장면’, 즉 애니메이션 명장면을 각색했는데, 예를 들어 뮬란이 지혜롭게 대포로 산사태를 일으키는 장면을 자신이 미끼가 되어 적군이 투석기를 눈 쪽으로 쏘는 멍청한 짓을 하도록 유도했다. 또, 뮬란이 머리를 자르는 장면이 사라지고, 아버지의 검을 가지고 몰래 나가는 장면이 축소되고, 여자임을 ‘들켜서’ 쫓겨났지만 무슈의 응원으로 돌아오는 장면이 ‘자백하는’ 장면으로 바뀌었다. 이 외에도 각색된 여러 장면이 단순한 장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원작을 알기에 영화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큰 임팩트가 있던 장면을 바꾼 것과 마찬가지였다. 바뀌지 않고, 완전히 추가된 설정이라면 ‘기’와 마녀인데, 영화의 뮬란은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기를 가지고 비범한, 즉 고전 영웅적 서사를 지닌다. 그러나 원작의 평범하나 지혜와 훈련으로 훌륭한 병사이자 영웅으로 올라선 이야기가 오히려 여성의 주체적인 면을 잘 보였고, 각색된 이야기는 고전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녀의 이야기이다. 디즈니가 영화화를 진행하며 여성 서사를 더 부여하기 위해 여성 빌런을 추가한 의도는 금세 파악할 수 있다. 작중에서 마녀는 뮬란을 공격하나 뮬란 대신 희생하여 죽기도 하고, 마법을 사용할 수 있으나 여자라서 인정받지 못하여 복수를 위해 적이 되었다는 서사도 부여되었다. 그러나 부족한 개연성은 결국 끼워 맞추기 캐릭터가 되어 비판으로 돌아왔다. 서사를 가진 여성이 신념을 가지고 악당이 되었으나 주인공을 돕고 희생하여 사라지는 것은 과거 영화의 남주인공을 돕는 히로인과 다름없는 캐릭터 사용이었다. 게다가 희생하는 타이밍도 뜬금없고 그녀의 성장 이야기는 보여주지 못해서 캐릭터를 잘 사용하지 못했다는 평을 받는다. 만약, 뮬란이 리샹을 변화시켰던 것처럼, 마녀를 변화시키고 함께 싸웠다면, 그 능력을 보일 기회를 받았다면. 꽤 캐릭터를 잘 보여주고 여성 서사를 원하는 만큼 드러낼 수 있었을 것이다. 반면 영화에서는 마녀는커녕 리샹이 사라진 탓에 홍휘, 텅 장군을 변화시키는 장면이 짧게밖에 나오지 않는다. 핑은 믿으면서 왜 뮬란을 믿어주지 않느냐는 리샹의 변화 포인트이자 뮬란의 명대사는 사라지고, 처음부터 그녀를 믿는 홍휘와 금방 뮬란을 믿어주는 텅 장군 이야기가 진행되며 사회 인식을 변화시키는 여성의 이야기는 적어지고 그녀를 믿어주는 남성의 이야기만 생겨났다. 이러한 “원작 고증 부족” 이야기는 스토리의 문제도 생기지만, 이후 영화계의 도전에도 영향을 끼치기에 문제로 꼽을 수 있었다. <뮬란>을 통해 디즈니 나름대로 기존의 원작 고증과 개작이 잘된 영화와 달리 ‘원작 고증이 덜하고 완전히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이러한 <뮬란>의 실패는 다음 영화들이 “관객은 영화 고증의 정도가 높아야 한다”는 인식을 하게 만들고 섣부르게 도전하기 힘들게 만든다.

 

세 번째 문제는 여성의 이야기이다. 이미 뮬란의 ‘기’ 탓에 평범함과 지혜가 부각되지 않았으며, 그녀를 믿어준 남성이 집중되었고, 여성 서사를 가진 마녀 캐릭터를 허술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외에도 다양한 문제가 존재한다. 우선 리샹이 사라진 이유이다. 리샹이 사라진 이유에 대하여 프로듀서는 미투 운동이 확산하는 때에 남성 상관인 리샹과 사랑이 빠지는 이야기는 관객들이 불편할 수 있음을 의식해서라고 밝혔다. 리샹은 상사 텅 장군, 사랑에 빠지는 홍휘 두 캐릭터로 나뉜 것인데, 리샹은 그러한 면에서 전혀 문제로 제기되지 않던 캐릭터였다며 반발이 일었다. 스토리상 그들이 연애를 시작한 때는 퇴역 이후이며 리샹은 정치적으로 올곧은 캐릭터일 뿐이었고, 그의 역할은 ‘뮬란의 선택과 행동으로 변화하게 되는, 편견적인 사회에서 올바른 사람’으로서 ‘변화’에 초점이 맞추어진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 비해 긍정적인 점도 가지고 있는데, 마녀 시아니아 그리고 뮬란의 이야기로 과거 애니메이션에서 ‘여성이라서 군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면’을 통해 차별을 보여주는 것보다 현대적인, 여성이 힘을 가지고 있지만 발휘하지 못하도록 막는 사회를 담았다는 것은 주목할만하다.

 

네 번째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이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 당시 뮬란 역의 유역비가 SNS로 홍콩 경찰 옹호 발언을 한 탓에, 개봉 이전 동아시아 지역에서 <뮬란> 보이콧 논란이 난 적 있었다. 또한, 엔딩 스태프 롤의 특별 감사 목록에 소수민족인 위구르족 인권 탄압과 관련된 단체의 이름이 수록되어 논란이 된 바가 있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탄압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냐”며 미국 의회에서 디즈니 측에 서한을 보내 해명을 요구한 적 있었다. 미국 의원 톰 코튼은 “디즈니가 중국 자본에 중독된 것”이라며 비판한 적이 있다.

 

<뮬란>이 마냥 비판만 받은 것은 아니다. 물론 “뮬란은 훌륭하지만 이 뮬란은 아니다.”, “전작 애니메이션에 대한 새로운 감동을 전달하는 시각적 경이로움” 등의 혹평은 있으나 “원작과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나쁘지만은 않다.”는 관객들도 있다. 현 디즈니의 실사화 영화들처럼 괜찮은 CG나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어 둘을 각기 다른 작으로 본다면 오케이라는 것이다. 여성 서사를 조금 더 현대적으로 담았으며 디즈니의 도전이 담긴 작품이다.

 

그렇지만 조금 더 깊이있는 고전 이야기를 담지 못한 것부터 아쉬운 점이 더 많이 남은 작품이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로 보인다. 한 영화에 담긴 여러 문제들을 바라보자. 실사화 영화의 문화 고증과 원작 고증 문제가 앞으로 영화계의 도전에 고려해야 하는 문제가 되었으며, 여성이라는 사회 문제를 제대로 담을 수 있도록 고민할 수 있게 되었고, 인종 차별이나 인권 탄압 등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사례도 늘었다. <뮬란>을 떠올리며 우리가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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