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은의 시사 칼럼 24] 누군가에겐 문화, 누군가에겐 억압

이슬람 세계의 무슬림 여성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히잡’이 떠오를 것이다. ‘히잡’은 무슬림 여성들이 착용하는 가리개로, 얼굴만 가리는 형태도 있고 몸 전체를 가리는 형태도 있다. 역사적으로 히잡 착용의 관습은 오래된 전통 문화이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져 왔다. ‘히잡’ 문화의 유래는 무엇일까? 히잡은 여성을 ‘보존’하려는 차원에서 만들어졌고, 순결과 처녀성을 표시하는 존재이다. ‘히잡’은 여성의 동작을 제한하고 남성들의 시선을 끌지 않도록 신체를 가려 순결성을 보존하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외에도 자외선을 피하려는 용도로도 쓰이고, 전통적 의상이자 패션으로써의 역할도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슬람권 여성들의 히잡 착용 반대 시위를 담은 영상이 퍼지며 전 세계적으로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히잡 착용이 여성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사실은 꽤 충격적이었다. 그 나라의 풍습이자 전통이라고만 생각했지 이 점이 누군가에겐 고통이고 억압일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히잡 착용 반대 시위 영상: (https://youtu.be/-lrC21YemBI)

 

 

일부 여성 인권 운동가들은 히잡 착용을 종교나 문화적 상징으로 여기지 않고, 여성 소외 혹은 여성 차별의 증거로 바라보기도 한다. 7세기에 여성을 남성의 성적 수단으로 여겨 유린당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여성의 동작 및 노출을 제한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히잡이 아직까지도 전통 문화로 남아 실행되고 있다는 점은 아직도 이슬람 문화권 국가에 여성에 대한 편견과 남성우월주의가 남아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 아닐까? 사회적 시스템이나 분위기를 바꾸는 게 아니라 아직도 7세기의 관념에 머물러 여성들을 억압하려는 문화가 보기에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이슬람 여성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 있기에 그렇게 확정지을 순 없다. 문제는, 최근 이란 내에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6명의 여성이 강산테러를 당하는 사고 등이 발생하며 여성들을 중심으로 ‘히잡을 벗을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슬람의 오랜 전통과 풍습을 갖고 있는 문화이자 국민들을 보호하려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히잡이 오히려 여성의 권리를 해치고 피해가 된다면 모순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슬람의 히잡 제도가 계속 이어져도 될지, 그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히잡은 단순한 의상이 아닌 전통이 담긴 문화이므로 히잡을 착용하려는 여성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도 없다. ‘입어라’ 라고 명령할 수 없는 것처럼 ’벗어라‘라고 명령할 수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히잡 착용의 논쟁은 입거나 벗거나가 아닌 ’의무화‘와 ’자율화‘ 사이에 존재한다. 그들이 히잡을 착용할 선택권과 자유를 그들에게 주는 것이다. 지금까지 다뤄온 논쟁은 크게 두 가지 의견으로 나뉘었다. 히잡을 착용하려는 여성들의 의지와 히잡으로부터 여성들을 보호하려는 서구적 관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슬람에서는 히잡을 여성 보호의 수단이라고 주장했지만 서구에서는 여성 억압과 관련된 아이템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했다. 하지만 논쟁의 중심은 이것이 아니다. 현재 히잡을 강제로 착용하게 하고 벗으면 처벌을 가하는 등의 행동이 관련 옳을지를 토론해야 한다. 무언가를 입고 벗을 자유, 그것마저도 빼앗으면 여성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 히잡 강제 착용 제도, 이제는 폐지되어야 할 때이다. 하루빨리 히잡 착용 자율화를 통해 모든 이슬람 여성이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이 다가오면 좋겠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