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우의 사회 칼럼] 그들의 행복은 누가 가져다주나

택배 노동자의 잇따른 사망 소식

우리가 택배를 기다리며 느끼는 설렘은 행복하다. 택배를 받고 뜯어보는 순간의 그 감정은 모두에게 행복일 것이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택배 노동자의 행복은 과연 누가 전달해줄까?

 

올해는 유난히 택배 기사의 안 좋은 소식이 많이 들려오는 해다. 20대부터 50대까지 사망한 노동자들의 연령층은 다양하지만, 그중 20대, 가장 어린 나이에 사망한 택배기사님의 사연은 더욱 가슴 깊이 박혔다. 20대, 아직 활짝 피지도 못한 청춘의 나이이다. 이 꽃다운 나이에 택배를 배송하다 일찍 생을 마감한 사연은 왠지 먹먹함이 마음에 오래 남는 것 같다. 20살이 얼마 남지 않은 나에겐 기대되기만 하는 나이에 다 즐기지 못하고 떠난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져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택배 노동자가 이번 연도 유난히 많은 사망 사고가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1택배기사들의 일과는 크게 첫 번째, 상품 분류작업(: 배송을 시작하기 전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세부 구역별, 택배기사별로 분류하는 작업), 두 번째, 간선 상하차(: 터미널 등 물류센터에 도착하는 상품들을 배송 트럭에 싣고 내리는 일), 세 번째, 배송 이렇게 3가지로 나뉜다. 대책위는 이 가운데 관행적 업무로 칭해져 오던 '분류작업'이 과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과거 택배 물량이 많지 않던 시절, 자연스레 도맡던 게 당연한 일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 A 씨는 "새벽 출근을 하지 않으면 물량이 밀려 제때 배송이 어려워진다"고 토로했다. 대책위가 공개한 강 씨의 사망 직전 행적을 살펴보면 3일 동안 귀가하지 못하고 일하거나 22시간 연속 근무를 지속해오다 오전 1시 곤지암 허브 터미널 주차장 내 간이휴게실에서 갑자기 쓰러진 후 병원에 후송됐으나 사망했다고 알려졌다.2 또한, 올해 들어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택배 물량이 급증한 것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7월 택배 물량은 약 16억5314만 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13억4280만 건)에 비해 23% 늘어났다. 온라인 매출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서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택배 물량도 폭증한 것이다.3

 

택배기사는 법적으로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아니다. 택배회사와 계약을 맺고 건당 배달 수수료를 받는 개인 사업자이기 때문에 주 52시간 상한과 같은 노동시간 규제를 받지 않는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택배 기사의 주 평균 노동시간이 71.3시간이다. 작년 말 기준 우리나라 평균 노동자(주 평균 41.5시간)보다 30시간이나 일을 더 하고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정한 과로사 인정 기준(직전 3개월 주 60시간 이상 노동 또는 직전 1개월 주 64시간 이상 노동)보다도 10시간 정도 많다.4 이로 인해 남아있는 노동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기만 하는 것이 큰 문제점이라 본다.

 

일부 택배 회사의 경우, 이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심야 근무를 제한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또한 실제 택배 노동자의 말을 들어보면 실상은 전혀 달라지지 못했다. 택배 노동자 과로의 근본적인 원인인 분류작업 개선 없이 밤 10시 이후 배송 금지 원칙만 내세우다 보니 택배 노동의 불편함은 전혀 개선되지 못하고 오히려 10시 전까지 배당된 일을 못 할 경우 압박을 받는 부작용까지 생겼다는 것이다.5

 

택배 기사들의 잇따른 사망은 택배업계만의 문제로 볼 수 없다. 단순히 택배 인력을 늘리는 것은 더는 이 문제를 확실히 해결할 수 없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 상황을 그저 가볍게 여기고 방치한다면 택배 업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계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점이 생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망한 노동자 중 한 분은 동료에게 이런 내용을 문자로 보냈다. ‘저 집에 가면 5시 밥 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한숨도 못 자고 나와서 터미널에서 또 물건 정리 해야 해요’, ‘저 너무 힘들어요’6 우리에게 행복을 전달해주는 기사들의 행복은 도대체 누가 가져다줄까? 힘들다는 그들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고 그들의 고통을 덜어줄 확실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참고: https://www.ujnews.co.kr/news/newsview.php?ncode=1065616869470894
2.참고: http://www.seoulfn.com/news/articleView.html?idxno=400039
3.참고: https://www.ujnews.co.kr/news/newsview.php?ncode=1065616869470894
4.참고: https://www.ujnews.co.kr/news/newsview.php?ncode=1065616869470894
5.참고: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tvh&oid=437&aid=0000251897
6.인용: http://www.inews24.com/view/1308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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