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지의 독서 칼럼] 부패하는 경제야말로 건강한 경제

와타나베 이타루의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를 읽고.

부패란 무엇인가? '부패', 즉 썩는다는 것은 미생물에 의한 유기물의 분해 현상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또한 부패는 자연에서 일어나는 순환의 마지막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를 비롯한 생물들은 모두 태어나고, 삶을 끝마칠 때 다시 흙으로 돌아가 부패할 것이다. 그게 자연의 섭리이니까. 그렇다면 이 '순환'의 과정을 경제에 대입시켜보자. 성장하는 자본주의 사회는 어느 순간 순환에 의해 변화되어 다시 균형 어린 사회로 돌아가야 마땅한데 왜 지금, 이 순간마저도 우리 사회는 자본가들만이 승리의 웃음을 짓게 하는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는가. 지나칠 정도로 불어난 돈이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나? 이것이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라는 책의 저자, 와타나베 이타루의 생각이었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네이버 책 검색)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

 

이 책의 저자인 와타나베 이타루는 제빵사를 꿈꾸는 소상인이었다. 그러나 이타루가 제빵을 배우러 들어간 수도에 위치한 한 빵집에서의 일과는 가히 살인적이었다. 새벽 두 시에 출근해 아침까지 내내 빵을 만들고, 휴식 시간도 존재하지 않아 식사도 틈틈이 짬을 내어서 해야 했다. 결국 빵집을 나온 이타루는 이윤을 얻기 위해 사람들의 노동력을 값싸게 취급하는 태도를 지닌 가게, 기업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딘가 잘못된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천연 누룩 균을 이용한 발효 빵집을 열기로 다짐했다.

 

이타루가 발효 빵집을 개업하고 나서 지적한 자본주의 사회의 특징이자 문제점 중 하나는 노동력과 상품 가격의 정비례함이었다. 사회는 산업혁명이 시작되며 발전된 기계가 늘어나고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되며 상품 가격이 낮아지기 시작했는데, 거꾸로 생각해 보면 상품가격이 낮아진 것은 생산자, 즉 노동자가 늘어나게 된 것을 의미했으므로 노동력과 노동자의 임금도 차례로 낮아진다는 것을 뜻했다. 결국 가장 이익을 보는 사람은 노동자를 고용한 자본가들이다. 이 현실은 사회가 빈부격차를 더 증가시키는 요인 중 하나가 되게 한다.

 

한편 자본주의 사회는 상품, 그중에서도 먹거리의 가치하락을 유발하게 한다. 저자가 예로 든 인위적인 발효 물질 이스트는 몸에 좋지 않은 화학물질이지만 천연 발효균들보다 더 빠르고 편리하게 빵을 생산할 수 있고 먹거리를 오랫동안 썩지 않게 유지한다는 장점으로 인해 오늘날의 많은 먹거리에 함유되고 있다. 이런 '싸구려 먹거리'가 늘어나는 일은 생산자들이 가져야 할 기술과 그의 존엄성을 훼손시키게 되고 자본주의 사회의 자본가 위주의 성장을 더욱 촉진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저자가 제시한 부패하지 않는 사회를 다시 건강한 사회로 되돌릴 방법은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자본주의 사회의 핵심이자 원인인 '돈'을 부패시키는 것. 노동력의 기계화를 통해 낮아지는 노동비와 상품 가격을 유지하면 된다. 건강하고 좋은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을 통해서 말이다. 저자가 만든 발효 빵집, '다루마리'는 천연 발효균을 이용한 발효 빵을 만들어 생산 과정 하나하나에 정성을 담아 건강한 먹거리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려 노력한다. 가게의 이윤은 손익분기점을 조금 넘길 정도로만 남기고 직원들에게 노동력에 대한 정당한 임금을 주고 다음 달 판매할 빵의 재료를 사는 데에 쓴다. 그렇게 하고 남은 돈은 이타루와 이타루의 가족들이 한 달을 적당히 생활할 정도의 양이 된다. 다루마리와 이타루는 돈이 불어나지 않게 부패시키는 행동을 몸소 실천하며 자본주의의 모순에 저항하고 있던 셈이다. 결국 자본주의의 부패를 끊어내는 진정한 고리는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행동, 마찬가지로 그런 상품을 구매하는 행동이었다. 처음 이 논리를 접했을 땐 황당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아가고 있는 이상, 더 저렴하지만, 몸에 좋지 않은 물질들이 들어간 원재료를 이용해 상품을 만들어 내는 나쁜 기업들이 반드시 생길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더 씁쓸한 현실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저렴한 가격만을 보고 먹거리를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계속해 시장경제에 남아있는 이상 우리가 아무리 좋은 기업의 상품들을 구매하려고 해도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막는 데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바로 정부나 각 지역 기관들이 사람들이 건강한 먹거리를 소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고 다방면으로 지원해주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에게도 올바른 방법으로 재배한 쌀이나 채소 등의 주요 먹거리를 지원하고, 사람들이 미리 선정한 건강한 먹거리 생산 기업에서 먹거리를 구매하면 일부 품목을 할인해 더 저렴하게 살 수 있게 만들어주는 등 말이다. 이미 비정상적으로 거대해진 빈부격차(소상인과 대기업 간 격차) 등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국민들의 협조도 물론 중요하나 국가가 총대를 메고 늘어진 시장경제체제를 되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경제는 어떻게 변화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대로 커지는 자본주의 사회구조를 내버려 둔다면 우리 사회는 강자에겐 관대할지 몰라도 사회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서 있는 사람들에겐 참 잔혹하게 변해 버릴 것이다. '부패하는 경제'는 겉으로는 얼핏 모순되어 보일 수 있으나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가장 효율적이고 이상적인 경제체제였다. 우리가 모두 부패하는 경제의 공정함과 소중함을 알고 이를 만들어나가고자 마음먹는다면, 다음엔 이타루의 가게 '다루마리'처럼 건강한 상품과 가치 있는 노동력을 존중해주는 '착한 기업'들의 상품을 구매해 보는 것으로 첫걸음을 떼 보면 어떤가.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