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지의 독서 칼럼] 로마의 공화정을 바라본 키케로의 사상

<민주주의를 만든 생각들-페리클레스에서 아우구스티누스까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바탕이 되는 '민주주의' 체제는 무엇인가? 사전적으로는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행하는 제도나 사상을 말한다. 또한 독재자가 없는 국민 모두를 위한 정치며 가장 안정적인 정치 시스템이라고도 생각이 든다. 민주주의 사상은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대목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가장 기본적인 정치사상이자 세계적으로도 대부분의 국가가 채택한 민주주의는 현대 사회의 평등과 혁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정치제도이다.1

 

그런데 이 민주주의 사상이 고대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부터 출발한 민주정치는 그리스를 넘어 고대 로마에서까지 영향을 미쳤다. 대제국으로 알려져 많은 번영을 누린 로마의 공화정치가 대표적인 예다. 로마의 공화정치란, 왕이나 귀족 중심의 정치체제가 아닌 3개의 집단으로 권력을 분립한 민주적인 방식이었다. 나라를 대표적으로 통치하는 정무관, 정책을 권고하고 자문하는 귀족 집단인 원로원, 평민들을 대변하는 호민관으로 구성된 로마 공화정은 왕과 귀족, 평민의 분명한 신분제가 존재했으나 각자가 균등한 세력을 이루어 서로 견제하는 일종의 대의정치나 같았다.

 

 

그리고 이 로마 공화정을 대표하는 철학자 중 하나인 키케로의 사상을 살펴보면 민주주의의 시초라고 볼 수 있는 로마 공화정치의 핵심을 잘 알 수 있다. 철학 교양 도서에 흔히 실릴 법한 이 이름의 주인,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는 고대 로마를 대표했던 공화주의자이자 통치기관인 정무관의 최고 권력자, 집정관의 자리까지 오른 정치가였다. 또한 그는 로마의 공화정치가 쇠퇴하던 마지막 시대에서도 로마의 공화정을 부흥하고자 끝까지 노력한 인물이기도 했다.

 

키케로는 우선 국가를 '인민의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기존에 있었던 왕정 및 다른 정치체제를 비판했다. 먼저 그는 최고 권위를 가진 왕 중심으로 정치가 이루어지는 왕정은 권력의 중심이 너무 왕 하나에게만 몰려 있어 자칫 잘못된 나라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귀족정체에선 소수의 사람만이 정치에 참여하기 때문에 대중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 어렵다고도 말했다. 남은 인민 중심의 정치는? 인민들이 주도하는 정치의 경우 그 본질이 정의롭고 공평하다 하더라도 평등 그 자체에 전혀 힘이 없기 때문에 형평성이 없고 혼란에 빠질 위험이 크다. 그렇다면 키케로가 추구하는 정치의 형태는 무엇인가. 제4의 정치라 부를 수 있는 이것은 혼합정체와 같다. 국가의 세 정치체제가 적절히 혼합된 이것은 평등성과 안정성, 자유성을 모두 보장해준다. 로마 공화정이 키케로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근거이자 예시이다. 로마 공화정은 왕정이라고 부를 수 있는 통치기관인 정무관과 귀족정체를 나타내는 원로원, 민주정체를 의미하는 호민관으로 구성되어 혼합정체의 장점을 살려왔으니까. 비록 로마 공화정에서도 신분제라는 틀을 깨진 못했으나 귀족과 평민, 로마의 모든 시민이 공화정의 지배를 받는다는 법적 원칙을 수립한 것에 큰 의의가 있다. 그들의 공화정치는 볼 때마다 중세와 근대도 아닌 고대에서 이 정도까지의 민주적인 정치 시스템이 존재했다는 것에 대한 감탄을 준다.2

 

그리고 로마의 공화정은 현대 대한민국 정치 체제와도 참 비슷하다고 느낀다. 역시나 민주 공화국인 우리나라는 삼권 분립 체제를 통해 권력을 나누고 있다. 정무관과 같이 국가를 통치한다고 볼 수 있는 행정부, 원로원처럼 법률을 제정하는 입법부, 귀족을 견제하는 역할이었던 호민관은 법을 적용하는 사법부와 비슷하다. 현대 사회의 정치 방식과 거의 흡사한 고대 로마의 정치를 고안했던 웅변가들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었을까.

 

인류는 정치적인,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말이 있다. 인류의 특성상 우리는 사회적 구성원이 되어 하나 이상의 사회에 소속될 것이고, 그 소속감을 느끼며 외로움을 달래는 동물들이다. 이 특징은 변화되지 않으며 앞으로도 우리 삶 속에는 정치가 필요한 순간들이 평생에 걸쳐 존재할 것이다. 그래도 이제 우리는 그 순간마다 발생할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키케로와 같은 웅변가가 되어 혁신적인 생각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갈 노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고대 로마가 공화정과 같은 환상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낸 것처럼 말이다.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인용: 네이버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097009&cid=40942&categoryId=31645
2.참고: <민주주의를 만든 생각들-페리클레스에서 아우구스티누스까지> 127~1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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