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아의 시사 칼럼] 텀블러, 정말 친환경적일까

'최근 실시되고 있는 정부의 일회용품 사용 제한 정책에 따라 다회용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텀블러, 에코백 등 다회용품의 사용이 정말 환경에 도움이 될까?' 라는 의문에 대한 분석적 답변

 

 

텀블러와 에코백. 현대인의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나 이상은 소유하고 있는 물품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텀블러나 에코백과 같은 다회용품을 구입할 때 자신이 환경보호에 일조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의문이 생겼다. '과연 다회용품을 구입하는 것만이 환경보호에 효과가 있을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숨겨진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

 

정부는 늘어나는 환경보호에 대한 위기감과 경각심으로 2019년부터 일회용품 저감 정책을 펴고 있다. 현재 카페 내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사용할 수 없는데 2021년부터는 커피전문점 등 식품접객업소 내에서 플라스틱 컵뿐만 아니라 종이컵의 사용도 금지된다. 또한 2022년부터는 편의점과 같은 종합 소매점, 제과점 등에서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되며 2030년까지 비닐봉지 사용 금지 업종을 전 업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환경부는 말한다. (출처 : 환경부 웹사이트 참고 https://me.go.kr/home/web/board/read.do?boardMasterId=1&boardId=1096240&menuId=286) 환경부의 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총 41만 4,626톤이며 이 중 일회용 컵, 플라스틱 등이 속한 생활 폐기물만 5만 3,490톤이라 한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은 통상적으로 환경오염의 주범이고 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에 해당한다.  (출처 : 기획재정부 블로그 인용 http://blog.naver.com/mosfnet/221742569620) 더군다나 코로나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전파되고 있는 요즘, 식품접객업 매장들은 위생을 위해 다회 용기보단 일회용품 사용을 지향하여 그 배출량이 더 늘어난 상황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상황에서 커피 전문점을 비롯한 많은 기업에서 다회용품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사람들은 보통 다회용품이 일회용품보다 훨씬 환경을 보호하는 데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항상 맞는 말은 아니다.

 

 

‘기후변화 행동연구소’에서 진행한 텀블러, 종이컵, 플라스틱 컵 실험 결과에 따르면, 텀블러가 모든 단계에서 플라스틱 컵이나 종이컵보다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텀블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종이컵의 약 24배이고 플라스틱 컵의 약 13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원인은 텀블러의 소재에 있다. 스테인리스, 실리콘, 고무, 폴리프로필렌 등 친환경적이지 않은 재료로 만들어지다 보니 텀블러 제작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것이다. (출처 : KBS 뉴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333855)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기업의 마케팅에 속아 넘어갔던 것인가? 통념의 오류였던 건가? 그건 아니다. 텀블러가 초기 생산 시 배출되는 온실가스양이 확연히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다회용품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장기적으로 자주 사용한다면 일회용품보다 확연한 환경 보호 효과를 낼 수 있다. 미국 수명 주기 에너지 분석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리 재질 텀블러는 최소 15회, 플라스틱 재질은 최소 17회, 세라믹은 39회, 스테인리스 재질은 최소 1,000회 사용해야 환경보호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출처 : 머니투데이 기사 인용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9061309343025811)

 

이와 비슷한 다회용품인 에코백의 경우, 가벼운 무게와 실용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해 현재 패션 소품으로 등극한 에코백은 점점 문구, 로고, 그림, 사진 등으로 도배되면서 진정한 ‘에코’ 백으로서의 역할을 잃어갔다. 프린팅이 많아지다 보니 재활용을 하기도 어렵고 제작 과정에서 치명적인 환경오염을 자행하는 것도 불가피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도 단기간에 몇 번 사용하지 않았을 때 해당한다. 덴마크 환경식품부의 발표에 따르면 면 재질의 에코백이 최소 7,100회, 유기농 면 재질의 에코백이 최소 20,000회 사용된다면 에코백은 본래의 이름에 맞게 환경 보호 효과를 톡톡히 해낸다고 한다. (출처 : pFreeMe 기사 참고 https://pfree.me/%ED%85%80%EB%B8%94%EB%9F%AC-%EC%97%90%EC%BD%94%EB%B0%B1%EC%9D%98-%EC%97%AD%EC%84%A4/)

 

 

이제는 환경에 대한 관심에 불을 지펴야 할 때이다. 전 세계를 뒤흔드는 거대한 사건들의 배후엔 항상 자연, 즉 지구가 있다. 인간이 지구에게 피해를 끼치는 만큼 지구는 우리에게 합당한 응징을 가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인류가 환경보다 우선순위인 것은 맞지만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선에서 지구를 지켜야 한다. 이는 삶의 터전으로 살고 있는 자연에 대한 예의이자 의무이다. 지금 당장 수납장을 열어 먼지가 잔뜩 쌓인 채로 서 있는 텀블러들과 무기력하게 걸려있는 에코백들을 보라. 디자인이나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환경 보호를 위장해 사들인 물품들은 아직도 당신의 시선 밖에서 사용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사지 말고, 써야 한다. 그것이 다회용품이 다회용품으로써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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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정보

이승아 기자

동탄국제고등학교 소속 미디어 경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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