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현의 정치 칼럼 4] 차별금지법, 14년의 논쟁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와 사회 질서 유지, 그 사이 어딘가

차별금지법. 정치권에서 큰 쟁점이 되는 문제이자, 우리 사회의 해묵은 난제이다. 차별금지법은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도입을 권고한 이후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등에서 7회 제안되었다가 국회 임기가 만료되거나 발의 의원들 자신의 철회로 제정되지 못한 전력이 있다. 그런데 지난 6월 29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 등 10인에 의해 제21대 국회에 다시 「차별금지법안」이 등장하였고,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 해당 위원회의 심사를 받는 중이다. 또 이 법안이 다시 국회에 등장함으로써 이에 대한 찬반양론 역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 법안은 대체 무슨 내용을 담고 있고, 양 측에서는 어떤 근거로 해당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이 법안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법안일까? 필자는 이러한 궁금증으로 이 칼럼을 쓰게 되었음을 밝히며,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차별금지법은 성별, 성 정체성, 신체 조건, 병력, 나이, 출신 국가, 출신 민족, 혼인 여부, 종교, 사상, 정치적 의견, 범죄 전력, 학력, 사회적 신분 등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합리적이지 않은 차별과 혐오 표현을 금지하는 법률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고도 한다(법안 인용). 외국에서는 뉴질랜드의 인권법(1997), 독일의 일반균등 대우법(2006), 영국의 평등법(2010)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의된 역대 법안 역시 헌법의 평등 이념을 근거로 포괄적인 내용에 대해 차별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규정된 주요 내용은 차별의 의미와 판단 기준 및 영역별 차별금지 유형을 명확히 하고, 이에 따라 직간접적 차별을 금지하며 차별 행위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의 소송 지원, 차별금지 세부시행계획 수립 의무 등을 국가에 지우는 것 등이다.

 

 

언뜻 보면 차별금지법은 모든 차별행위에 대해 포괄적으로 명시하고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모두가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좋은 법안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4월에 실시한 <차별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에서는 응답자 10명 중 9명이 평등법 제정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용: https://www.humanrights.go.kr/site/program/board/basicboard/view?menuid=001004002001&boardtypeid=24&boardid=7605626) 그런데도 해당 법안은 발의될 때마다 항상 논란에 휩싸여 왔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쟁점이 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먼저, 해당 법안의 제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첫 번째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의 제3조1항을 보면, 각 영역에서 성별 등을 이유로 적대적・모욕적 환경을 조성하는 등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 등을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는데(법안 인용), 범위 설정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가장 큰 논란이 되는 것은 동성애 반대 등 차별 금지 포함 여부이다. 법안 제2조에서는 성별에 대해 여성, 남성과 그 외 성을 포함하고, 성적 지향에 대해 이성애와 함께 동성애, 양성애 등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성별 정체성에 대해서는 자신과 타인이 인지하는 성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을 포함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렇게 현재 사회에서 수용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동성애, 양성애, 성전환자 등의 포함은 혹자에게는 기독교 교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또 누군가에게는 가정을 파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사회 질서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동성애를 강조한 문항을 이용한 차별금지법 관련 설문에서는 찬성보다 반대 의견이 더 많은 수를 차지했다. (참고: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46526&code=23111111&cp=nv)

 

 

그런데도,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분명 현재 상황을 개선하려는 시도는 그 가치가 인정되어야 마땅하다.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해서는 숙고와 건강한 논의의 과정을 거쳐야 함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차별의 기준을 제시하는 문제에서는, 사회적 약자인 개개인의 입장을 고려하였을 때 최대한 포괄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범죄인조차도 그 처분에서는 인권이 가장 먼저 고려된다. 하물며 어떠한 법적 잘못도 없는 이들이 부당한 시선을 견뎌내야만 하는 것은 부정의가 아닐까? 이성애가 아닌 성적 지향을 갖는 것이나, 생물학적・인식적 성이 불일치하는 것 등은 법적 잘못이 아니다. 한국은 기독교 국가가 아니기에, 그 옛날 성경에서의 죄를 확대 적용하는 것 역시 부당하다. 단순히 차별이 차별로 인정된다고 해서 동성애자가 양산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 역시 논리적이지 못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수는 무심코 던지는 부정적 표현 하나로 넘기는 것이 그러한 사회적 약자에게는 생존의 문제일 수 있음을 항상 인지하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을 교육 등에서 어떻게 실현할지는 충분히 조정 가능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는 필자 개인의 의견임을 다시 한번 밝힌다)

 

 

십수 년째 쟁점 법안으로 자리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에 대해서,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혹자는 찬성할 수도, 혹자는 반대할 수도 있으며, 각각의 의견은 시시비비의 문제 이전에 주체적인 입장이라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이렇게 첨예한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율적인 의견과 건강한 논의, 정당한 합의이다. 비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내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사회 질서 유지와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중요한 가치들이 화합을 이루는 결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참고 및 인용 문헌 ]

1. 차별금지법안(장혜영 의원 대표발의, 2020.06.29)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