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의 문화 칼럼] 장애인 문화권을 보장하자고? (3) 법적, 제도적 장치와 그 한계

지난 두 편의 칼럼을 통해 장애인의 문화권이 역사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지니며 보장되어 왔는지, 오늘날의 인식과 실현되었을 때의 기대 효과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오늘날 한국에서 장애인의 문화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와 그 한계에 대해 알아보자. 장애인의 문화권을 보장하기 위한 현행 법령으로는 『장애인복지법』 제2조, 대한민국 헌법』 제11조,『장애인복지법』 제8조,『장애인차별금지법』 제24조,『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제3조 등과 더불어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의 지원을 명시하고 있는 문화예술진흥법 제15조가 있다. 이하는 문화예술진흥법 제15조의 2이다.

 

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의 문화예술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고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을 장려·지원하기 위하여 관련 시설을 설치하는 등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②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의 문화적 권리를 증진하기 위하여 장애인의 문화예술사업과 장애인문화 예술단체에 대하여 경비를 보조하는 등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

 

장애인의 문화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표적인 제도적 장치에는 우리나라의 제3차 장애인복지발전 5개년계획(2008~2012)와 제4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13~2017),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18~2022)이 있다. 제3차 장애인복지발전5개년계획(이하 제3차 계획)은 ‘생애 주기별 교육 지원 체계 구축 및 문화활동 확대’를 목표로 ‘문화바우처사업 확대’ 등의 정책을 실시했다. 제4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이하 제4차 계획)은 ‘장애인 문화 활동 활성화’를 목표로 ‘장애인 문화향유 기회 확대’,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 사업 확대’, 장애인 ‘영화 관람을 위한 접근성 강화’라는 세부 과제를 추진했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 실시한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 사업에는 ‘장애인 영화제 개최’, ‘장애인을 위한 도서관 서비스 강화’, ‘장애인 여행가이드북 발간’, ‘장애인 대상 문화예술교육’, ‘장애아동 미술관 소풍’, ‘장애인 대상 교육·체험 프로그램’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 제도적 장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이번 칼럼의 논지이다. 법적 장치의 경우 문화예술진흥법 제15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을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 등의 규정은 자율에 맡기는 권유규정이며 이를 어길 시의 책임 또한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의 장애인 문화권 지원이 미흡해질 우려가 있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제도적 장치의 경우 아래 표를 보면 알 수 있듯 저소득층이 공연 및 전시회 입장권 등을 구입하는 것을 돕기 위해 정부가 비용의 50%를 부담하는 제도인 문화바우처 사업을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술관람’에서 비장애인의 의향률과 참여율의 차이는 8%인 반면, 장애인의 경우 의향률과 참여율의 차이는 19.9%로 5명 중 1명은 예술관람을 희망했음에도 이를 누릴 수 없었음을 알 수 있다. 문화 활동 참여율에서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격차는 무려 47.7%로 높게 나타났다.

 

 

제3차 계획의 한계를 보여주는 통계자료는 또 존재한다. 제3차 계획이 시행되었던 것은 2008년부터 201년까지이다. 그런데 아래 표에 나타낸, 3차 계획의 중후반 단계인 2010년부터 2012년 사이 통계를 보면 비용 문제로 문화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의견이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기는커녕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2011년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실시한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당시 ‘지난 1주일 동안 참여한 문화 및 여가활동’에서 영화, 연극 등 감상 관람은 6.0%에 그쳤다. 장애인들의 문화 및 여가활동에 대한 만족도 또한 ‘약간 불만족한다’와 ‘매우 불만족한다’가 전체의 60.5%로 불만족하는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제4차 계획 또한 문제점들이 존재한다. 영화 감상에 있어서 장애인을 배려하기 위해 청각장애인에게는 자막을, 시각장애인에게는 화면해설의 음향을 제공하는 제도인 배리어프리 제도에 관한 2014년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통계 결과 청각장애인에게 자막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답변은 78.6%, 시각장애인에게 화면해설의 음향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답변은 무려 87.8%였다. 또한, 같은 해 인권위에서 서울, 대전, 부산 영화관을 대상으로 한 모니터링 결과 배리어프리 영화를 상영하는 곳은 전체 73곳 중 14곳(19.2%)뿐이었다. 보건복지부에서 2014년 실시한 장애인 실태조사에서도 지난 1주일 동안 영화, 연극 등 감상 관람은 제3차 계획 당시인 2011년보다 1.1%p 상승한 7.1%에 그쳤다. 제4차 계획의 세부목표 중 하나가 ‘장애인 영화 관람을 위한 접근성 강화’였던 것을 고려하면 제4차 계획 또한 바람직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어느 정책이든 결점이 하나라도 있지 않기란 쉽지 않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들이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장애인의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 없이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리라고 생각한다. 이전 칼럼에서 언급했듯 장애인 계층의 문화예술활동을 보장하는 것은 단순 복지 차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계층의 자아실현과 사회적 재활을 크게 도우며, 장애인 계층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는 데 일조함으로써 소수자 인권 향상과 사회적 통합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기대 효과들을 생각해보았을 때 앞서 언급된 문제점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미래에는 보다 많은 장애인들이 보다 능동적인 방식으로 문화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보다 많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유명무실한 정책이 더이상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장애인 계층의 문화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에 대해 알아보았다. 다음 칼럼에서는 다른 나라의 법적, 제도적 장치를 알아보는 동시에, 미디어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진 오늘날 내가 제안하는 미디어 컨텐츠를 활용한 지원 방안에 대해 논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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