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윤의 만화/애니 칼럼]7. 클리셰 비틀기물의 신성, <오늘의 순정망화>

 

<오늘의 순정망화>는 순하기 작가가 네이버에 매주 월, 화, 목요일에 연재하고 있는 웹툰으로, 장르는 순정, 개그이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흙수저 여주인공 ‘가야’가 명문 고등학교인 그랜드 마스터 고등학교(통칭 ‘그마고’)에 들어가게 되면서 시작된다. 그마고 최고의 엘리트, ‘고구려’, ‘백제’, ‘신라’, 통칭 ‘삼국시대’는 첫 눈에 가야에게 반하여 조금씩 다가가려 하지만, 철벽 그 자체인 가야의 상상치 못한 대응 때문에 매번 실패하게 되는 것이 이 작품의 주 스토리이다.

 

작품의 이름부터가 <오늘의 순정’망’화>라는 것 에서 어떤 사람들은 이미 눈치 챘겠지만, 이 작품은 전형적인 로맨스 작품의 클리셰를 비트는 작품이다.

 

클리셰란, 본래 인쇄 연판을 뜻하는 프랑스어였으나, 현대에는 거기에서 파생되어, 어떠한 장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이나 장면 등을 뜻하는 단어가 되었다. 알기 쉽게 클리셰의 대표적인 예시를 들어보자면, ‘주인공은 작품이 끝나기 전까지는 죽지 않는다’, ‘초반에 사이가 좋지 않던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은 서로 이어진다’와 같은 것들이 있다. 요즈음에는 클리셰가 일관화되며 비슷비슷한 작품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데, 이러한 작품들을 흔히 ‘양산형’이라고 말한다. 양산형 작품들에 질리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오히려 클리셰들을 비꼬면서 개그를 유발하는 작품들이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오늘의 순정망화>역시 그러한 흐름에서 나온 개그 물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개그물로서의 <오늘의 순정망화>는 백 점 만점에 백 점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의 개그는 대부분 여주인공 가야의 기상천외한 행동으로부터 온다. ‘삼국시대’는 다른 순정 만화의 남주인공들처럼 가야에게 가까워 지거나 눈에 띄기 위해서 여러 가지 행동을 하는데, 이것이 훈훈한 분위기로 흘러가다가, 마지막 컷에서 갑자기 ‘짠!’하고 반전이 나오는데, 이것이 이 작품의 주요 개그 패턴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늘의 순정망화>가 단순한 개그 만화였다면 내가 이렇게까지 좋아하지도 않았을 것 이다. 클리셰 비틀기 만화는 오히려 비튼 클리셰가 또 다른 클리셰가 될 정도로 범람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 작품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웃기면서도 스토리가 치밀하다는 것 때문이다. 보통의 개그 만화에서는 작가가 정말로 ‘개그’만을 생각하고 만들었는지, 스토리는 상당히 부실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오늘의 순정망화>는 그렇지 않다. 사람을 빵 터지게 웃게 만드는 장면이지만, 나중에 나오는 회차를 본 후에 다시 보면 ‘이것도 복선이었어?’하면서 소름이 돋을 때가 많다. 매번 똑같은 패턴, 매번 똑같은 전개에 질렸다면, 그러한 것들에 뇌가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면, 한 번 <오늘의 순정망화>를 보는 것은 어떨까. 나는 이 작품을 보고서 단 한 번도 웃지 않을 사람은 절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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