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윤의 시사 칼럼]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언론

우리는 어떤 가치를 중요시해야 하는가

"이 사람은 인공호흡기 없이는단 1분도 숨을 쉴 수 없습니다. 이렇게위험한 사람을 데리고 나온 취지는 이 억울한 사정을알리기 위해 나왔습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 김태종

 

2019년 8월 27일,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가 열렸다.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중대한 사건에 대한 청문회였지만 큰 화두가 되지는 못했다. 조국 전 장관의 청문회 문제 때문에 여러 의견을 조율하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언론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의견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주목받을 만한 이슈만을 쫓다보니 정작 중요한 것을 놓쳐 버렸다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2011년 4월부터 서울의 한 병원에서 급성폐렴의 임산부 환자의 입원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재까지 14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만들어냈지만, 대기업들은 증거인멸 의혹을 받고 있으며 구체적인 보상 방안을 내놓으려 하지 않고 있다. 자신의 손으로 넣었던  가습기 살균제가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면 그 마음은 어떨까.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피해보상을 해도 피해자들의 목숨과는 맞바꿀 수 없음에도 본인들의 이익만 따지려 하는 기업의 행태에 피해자 가족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 사건은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지 않는 기업들에게 가장 큰 잘못이 있다. 하지만 언론도 그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청문회를 생중계한 곳은 지상파와 종편 중 단 한 곳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가습기 살균제피해자' 라는 사회적 약자를 가장 먼저 보호하고 대변해야 할 언론이 이를 외면한 것이다.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는 언론의 이러한 문제점들을 고발했다. 정준희 교수는 "이번 사건은 목소리를 낼 사람들이 약자이기 때문에 스스로의 힘으로는 의제를 지속하기 힘들다. 기업들이 빠져나가고 있고 법의 개선되지  않으며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언론이 의제를 지속하지 않았기 때문" 이라고 했다. 사회적 차원의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인데 이를 놓쳐 버린 것이다. 이렇게된다면 기업들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 할수도 있다.

 

 

김지미 변호사가 발언한 것처럼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생명'이다. 아무리 후보자 검증이 주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할지라도 생명이라는 가치가 그 그늘에 가려져서는 안 된다. 언론은 이슈가 될 만한 일이 있으면 모두가 한결같이 그 이슈만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습은 결국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는 일일 뿐이다. 모든 사람들이 주목하는 문제들을 보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힘이 없는 사회적 약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더 나은 쪽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언론이 망각해서는 안 되는 의무이다. 제 2, 제 3의 피해자들이 만들어 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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