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원의 북 칼럼] 4천원 인생이 값어치로 환산할 수 없는 인생이 될 때까지

평소처럼 수학학원에 갔다.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있는데 문득 한 아이가 질문을 했다.

"선생님, 아르바이트 중에서 꿀 알바는 어떤 거예요?"

그 애는 선생님이 여러 가지 알바를 해보셨다고 들었다며 궁금한 눈빛으로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선생님은 허공을 바라보며 골똘히 생각하다가 여러 가지 알바를 설명해주셨다. 그러다가 이것은 꼭 말해야 했는지 눈빛을 바꾸며 우리에게 강조하셨다.

 

"얘들아, 진짜 지옥인 알바가 있어."

"뭔데요?"

"뭐나면, 고깃집 알바. 고깃집 알바가 가장 힘들어."

"네? 그냥 고기 구워주면 되는 거 아니예요? 고기 구워주는 거 재밌는데…."

질문했던 애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고깃집 알바는 그냥 웬만하면 하지 마. 고기 실수로 태우잖아? 욕 바가지로 먹어. 바싹 구워달라고 해서 구워줘도 뭐라그러고 덜 익혀달라고 해서 덜 익혀줘도 욕 먹는다니까? 여자애들은 더 하지 마."

 

선생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다시 수업을 시작하셨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냥 그러려니하고 넘겼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으면서 내 생각은 180도 달라졌다.



'4천 원 인생,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우리 시대의 노동 일기.

제목부터 노동자들의 호소가 담겨있는 이 책에는 고깃집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의 삶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고깃집에서 일하는 이분들은 40에서 50의 나이를 웃돌고 다들 중고등학생 정도의 나이인 아이도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평균적으로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고깃집에서 일한다. 그렇다고 시급이 많은 것도 아니다. 시급이 4000원밖에 안되는 이들은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다.

 

고깃집에서 일하는 분들의 대부분은 여성들이다.  그러다 보니 여성노동자들의 삶은 남성 노동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고달프다. 고기를 굽는 중에 듣는 진상 남성 손님들의 반말, 모욕, 성적 희롱은 그들의 삶을 더 망가뜨린다. 더 나아가 이들을 대하는 사장의 태도는 말할 것도 없다. 언제나 잔소리와 비난을 일삼는다. 손님과 사장은 흔히 우리가 말하는 갑질을 하는 것이다. 이 끔찍한 일터를 벗어날 수 없는 이유는 이 일터에서라도 일을 해야 가족을 먹여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집에 가도 이들의 일은 끝나지 않는다. 이들에게 있어서 집은 제 2의 고깃집이다. 집에 가면 청소며 빨래며 설거지 거리까지 모두가 손봐달라고 아우성친다.

 

누군가는 말한다. "에이, 가난해도 열심히 살면 되잖아요.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벌면 되는 건데 다들 배부른 소리 하는 거 아니에요?"

 

이것은 이 세상을 잘 모르는 사람이 흔히 지껄이는 소리다. 고깃집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하루하루를 열심히 일하면서 보낸다. 그러나 이들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고깃집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들의 월급은 평균 117만 7000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 지어야 하다보니 수입보다는 지출이 더 많고 그 빚을 갚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수입은 늘지 않는다. 이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휴일은 한 달에 두 번 정도이고 휴일 근로 수당은 없다. 이들은 절대 우리에게 멀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고 누구나 이런 사람들이 될 수 있다.

 

그래도 이 세상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최저임금이 이 책이 쓰인 2010년보다 훨씬 오르면서 이들의 삶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면 안 된다. 지금 노동자들을 향한 시선이 그나마 좋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일터는 마련되고 있지 않다. 정부에서는 이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제공해주어야 하고 이들을 위한 안전망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무시당하거나 갑질을 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겨지면 안 된다. 이들을 향한 우리들의 인식도 변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없는 세상을 생각해보라. 공사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 그리고 고깃집 아주머니들까지. 이들이 있기 때문에, 또 이들이 자신들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가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일터가 우리뿐만 아니라 이들에게도 만족감을 줄 수 있을 때까지 우리 한국 사회는 더 개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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