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연의 시사/과학 칼럼 3] 게임 좀 했을 뿐인데 환자라고?

게임중독의 질병화를 둘러싼 뜨거운 쟁점과 여러 시각 파악

지난 5월 25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총회 위원회에서 게임중독을 공식적으로 질병으로 분류한 11차 국제질병분류(ICD)안을 통과시켰다. 이 11차 기준안(ICD-11)에서 게임중독은 '정신적, 행동적, 신경발달 장애' 영역의 하위 항목에, '게임이용장애'라는 이름으로 6C51 코드가 부여됐다. 따라서 회원국은 코드가 부여된 질병에 대해 통계를 발표하고, 치료와 예방을 위한 노력을 할 수도 있다. 이 개정안은 2022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세계보건기구의 결정을 두고 게임 산업계와 의학계를 비롯한 여러 단체와 사람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필자는 게임중독의 질병화를 둘러싼 뜨거운 쟁점과 여러 시각을 파악해보고자 한다.

 

 

 

 

단순한 과몰입 vs. 그래도 중독은 중독

 

우리는 흔히 낚시 생각만 가득해 낚시를 자주 다니는 사람을 보고 낚시중독이라고, 치킨을 아주 좋아해 즐겨 먹는 사람을 치킨중독이라고 말한다. 정신질환으로써의 중독이 아닌 단지 무언가에 빠져 있는 상태를 일컫는 가벼운 의미의 중독, 즉 일시적인 과몰입 상태라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게임도 중독이 아닌 과몰입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게임을 좋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뿐이라는 이유에서이다. 

 

하지만 게임중독이 질병의 기준에 부합한다는 시각도 있다. 위키백과에서는 질병을 유기체의 신체적, 정신적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된 상태라고 정의하였는데, 게임 중독자에게는 공통으로 통제 능력 상실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이를 뇌의 정상적인 기능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게임중독은 엄연한 질병이라는 것이다.

 

 

기준 모호해 혼란이 일 것 vs. 의학적으로 검증된 유해성

 

세계보건기구는 ‘게임에 대한 통제력 상실’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 ‘부정적 영향에도 게임 지속’ 등의 현상이 12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게임중독으로 진단할 수 있게 했다. 게임중독의 주요 진단 요건은 지속성, 빈도, 통제 가능성이지만, 게임중독 외의 다른 중독의 기준은 내성과 금단증상 등이 수반되는지를 우선시한다. 게임중독의 경우 이 부분이 규명되지 않고 있어 게임에 투자한 시간과 삶의 우선순위를 통해 행동장애라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에 의사에 따라 진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그렇지만 게임이 뇌에 영향을 준다는 다수의 연구 결과는 게임중독의 유해성이 의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분당서울대병원 김상은 교수팀이 내놓은 인터넷 게임 중독자의 뇌가 마약 중독자 뇌처럼 변한다는 연구 결과이다.인터넷 게임 중독자의 경우 게임에 접속하지 않을 때 약물중독과 비슷한 의존, 금단 증상을 보이며, 안와전두엽피질이 떨어져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쾌락을 지나치게 추구한다는 것이다. 

<인용 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392412.html>

 

과잉 의료화의 폐해 vs. 환자들에게 도움 되는 의료화

 

의료화는 기존에 의학적 문제로 여겨지지 않았던 증상이 의학적 문제로 정의되고 치료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지정된 것도 의료화에 해당하는데, 이를 두고도 의료화의 관점에 따른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하지현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질병은 사례가 모이고 이들 사례만의 전형적 특징과 인과 관계, 진단 척도 등이 형성되는 과정이 진행되지만, 게임이용장애는 거꾸로 진단척도를 만들어 놓고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개정안 초안에서는 게임중독에 물질중독과 유사한 기준을 적용했지만, 중독의 핵심 증상인 금단 현상과 내성을 진단 기준에서 임의로 제외했던 세계보건기구의 모순을 꼬집은 것이다. 일부 잘못된 의료인이 금전적 목적으로 게임장애 질병코드를 활용하거나 새로운 질병에 대한 연구로 포장도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용 출처: https://www.mk.co.kr/news/it/view/2018/04/245827/>

 

그러나 중독자들의 치료를 용이하게 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의료화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간 관련 병명이 없어서 비슷한 병명으로 대신하거나 비보험으로 비싼 값에 치료를 받았다면 질병코드로 등재되면서 의료보험 시스템 안에서 공식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비슷한 예시로는 ADHD(과잉행동장애)가 있다. 우리나라 ADHD 진료 건수가 2002년 이후 10년 만에 4.5배 증가하였는데, 진단 기준이 생기면서 소아 질환이 언젠가부터 어른에게도 치료를 권하게 된 까닭이었다. 일부에서는 과잉 의료화로 의학계에서 일종의 ‘질병 팔이’를 했다고 보지만, 오히려 의료화로 많은 사람이 적시에 치료받아 완치가 가능한 면도 있다. ADHD가 질병이 아니었을 때는 '좀 산만한 아이'로만 여겨져서, 치료의 황금기를 놓치고 병이 만성화 및 악화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게임 산업에 큰 타격 vs. 국민 건강이 최우선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게임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되기 시작하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게임 산업의 경제적 위축 효과는 약 10조에 달할 것이며 그중 6조 3,400억 원의 손실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게임중독의 질병화가 게임 산업에 큰 타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셧다운제가 처음 시행된 2012년에서 2013년 사이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의 규모는 19.6%나 감소한 전례가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게임중독의 질병화도 우리나라의 전체 콘텐츠 수출액 중 56.6%로 과반을 차지하는 게임 산업이 침체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편 게임 산업보다 게임중독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국내 5개 의학회는 “국민건강을 최우선에 둬야 할 정부 부처가 게임 업계의 이익을 더 대변하고, 보건의료 분야의 전문성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내고 있는 점은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거대한 게임 산업 뒤에는 게임 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5조 원이 드는 현실이 있다. 5조 원이라는 비용은 1년 게임 산업 전체 매출보다도 높은 수준의 비용이다. 게임 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적 이익이 과연 게임 중독으로 인해 국민들이 입는 고통과 피해를 충분히 초과하는지 고려해봐야 한다.

<인용 출처: https://www.medigatenews.com/news/570790981>

 

 

 

 

우리나라 안에서도 게임중독 질병코드의 국내도입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보건복지부, 교육부, 여성가족부는 게임중독 실태를 파악하고 예방 및 치료 대책을 세워나갈 것이라며 찬성한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문화적 생활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이고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세계보건기구의 권고가 발효되더라도 권고에 불과해 국내도입은 우리나라의 결정사항이고, 도입 시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므로 빨라야 2026년으로 전망된다. 의견충돌이 점점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내도입을 두고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출처>

게임 중독자의 뇌, 마약 중독자와 비슷: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392412.html

하지현 건국대 교수 “게임, 균형 잡힌 시각 ‘필요’…반대 논리 만들어야”: https://www.mk.co.kr/news/it/view/2018/04/245827/

WHO 게임장애 통과... 2025년까지 경제적 위축 10조 전망: https://www.zdnet.co.kr/view/?no=20190526082417

셧다운제 규제의 경제적 효과분석 - 한국경제연구원: http://eiec.kdi.re.kr/policy/domesticView.do?ac=0000130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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